[박응식 기자의 골프유학기]"40대에 왠 골프유학?"

샌디에고(미국)=박응식 기자 2009. 3. 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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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샌디에고(미국)=박응식기자]2008년 6월 어느 날 저녁,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절친한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대기업 구조조정본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뒤 계열사에서 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Y, 서울대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L, 그리고 10년 동안의 판사 생활을 마치고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K 등 고3 시절 우정 어린 경쟁을 펼치던 친구들이 1년 만에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서로 최근의 근황을 묻던 중 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저는 1년 4개월 동안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의 반응이 의외였습니다.

"무슨 실없는 농담을 하느냐?" 는 식의 뜨악한 표정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의 그런 반응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저 자신이었습니다. 어쨌든 처음에는 못 믿겠다던 표정을 보이던 친구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날 친구들의 3가지 질문을 평생 못 잊을 것 같습니다.

첫째 질문은, " 너 골프 잘 쳐?"였습니다. 이 질문에는 그동안 친구들 사이에서 제가 골프 친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네가 무슨 골프 유학을 가느냐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제 대답은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 유학을 떠난다"였죠. 골프에 입문한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90대 중반 스코어에서 한동안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어 답답해하던 터라 골프의 본고장 미국에서 정통 골프스윙을 배워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 것도 한 이유입니다.

둘째 질문은, "너 돈 많아? "였습니다. 40대 중반이라면 한창 돈을 벌어야 할 나이인데 네가 무엇을 믿고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한가하게 골프 유학 가겠냐는 뜻이었겠죠. 물론 제가 돈이 많아서 가는 유학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셋째 질문은 " 너 갔다 와서 뭐 할 거니?"였습니다. 제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골프전문기자를 하겠다는 생각이었죠. 골프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골프 기자 역시 전문성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날의 모임에서는 저의 미국 골프유학이 화제의 중심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서 골프유학을 가려고 하는지? 그 대답은 이것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골프 전문기자가 되자. 그러려면 이론과 실기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실력을 갖추자."

그렇게 해서 지난해 8월 출국해서 미국 샌디에고에 있는 골프스쿨인 '샌디에고골프아카데미(SDGA)'에 입학했습니다. 지난 9월부터 12월까지 한 한기를 보낸 뒤 올해 1월부터는 또 다른 골프스쿨인 'PGCC(Professional Golfers Career College)'로 학교를 �겼습니다.

기자로서의 호기심도 있었지만 실기를 좀 더 보강하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SDGA는 이론이 강하고 PGCC는 실기가 강한 학교로 알려져 있던 터에 골프 전문기자가 되기 위해서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기 역시 소홀히 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니는 PGCC는 16개월에 걸쳐 4학기 동안 골프이론과 실기를 배우고 나서 준학사학위(Associate's Degree)를 취득하는 2년제 골프전문대학입니다.

매주 20시간씩 골프 이론을 배우는데 그 가운데는 골프 심리학, 골프 룰, 골프스윙, 골프 역사, 클럽 피팅 등 골프에 직접 관련되는 과목은 물론 골프장 매니지먼트, 골프 마케팅 등 골프비즈니스 과목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학교를 마친 졸업생들은 티칭프로로 활동하거나 골프 비즈니스 분야에서 활동하게 되며 골프 전문 미디어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은 팀 서머빌 PGCC 설립자 겸 학장과의 인터뷰입니다.

1. 설립 목적은 무엇인가?세계 골프산업의 미래 지도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1990년 학교를 설립했다. 골프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훌륭한 골프 스윙 실력 이상을 의미한다. PGCC는 1990년 샌디에고 북부 티메큘라 협곡에 자리를 잡은 이래 지금은 플로리다의 올랜도,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힐튼헤드 등 모두 3곳의 캠퍼스에서 골프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다. 매년 수백 명의 졸업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전 세계 곳곳에서 성공적이고 가치 있는 커리어를 만들어 가고 있다.

2. 특별한 교육 이념이 있다면?골프비즈니스는 매우 거대한 분야이다. 골프는 특히 서비스 산업이므로 고객을 대하는데 있어 봉사정신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PGCC는 '태도'(Attitude)를 강조하고 있다. 태도는 골프실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또한 골프스쿨의 면모에 충실하려면 학생들에게 골프 실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제공하는 것이 학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고 12시 이후부터 해가 질 때까지는 매일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거나 레슨을 받고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Class till Noon, Golf till Dusk'라는 모토는 이런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SDGA 초대 설립자중의 한 사람으로서 PGCC를 새로 설립한 것은 이와 같은 운영방침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 졸업생들끼리 활발한 인적교류가 있는가?동문들 사이에서 직접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금년 말에 오픈할 생각이다. 졸업생 자신이 개인 정보를 직접 입력해서 서로 연락을 취할 수 있고 정보도 나눌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될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이미 2년 전부터 PGCC 출신 한국 동문들이 모여 매년 가을에 토너먼트를 개최하고 있으며 저 역시 학장 자격으로 이 행사에 매년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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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고(미국)=박응식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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