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송파 '버블세븐의 분열'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여겨졌던 '버블세븐' 지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은 '바닥'이란 인식이 심화되면서 집값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반면 분당 등 수도권 일부지역은 여전히 침체 분위기다.
앞으론 과거처럼 강남권을 중심으로 나머지 버블세븐 지역이 따라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은 약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판단이다. 대신 개별적인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각개 약진하는 '다핵화 현상'이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뚜렷하게 부각될 전망이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시장을 이끄는 '버블세븐' 지역의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버블세븐 지역들의 집값이 제각각 호재에 따라 움직이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더 이상 유망 단지 밀집지역으로서 버블세븐이란 용어조차 의미가 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닮은 점 사라지는 버블세븐버블세븐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목동, 경기 분당·평촌·용인 등의 7개 지역을 통칭하는 말로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집값 상승을 주도한 대표적인 유망 지역으로 통했다.
참여정부에서 버블세븐이 전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주도한다고 봤기 때문에 규제의 주요 대상이 됐고, 주택 수요자들은 대부분 버블세븐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내집 마련 계획을 세우는 경향이 강했다.
버블세븐지역에선 주로 재건축 호재 등 강남권 집값이 상승하면 곧이어 분당, 용인, 평촌 등으로 전이되는 식으로 부동산이 움직였다. 정부도 버블세븐 지역을 주시하면서 부동산 규제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버블세븐의 이 같은 '동조화' 움직임은 크게 약해졌고 앞으론 탈동조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富테크연구소 김경우 소장은 "강남3구는 최근 발표된 한강변 초고층 허용, 제2롯데월드 건립 계획 등의 호재는 물론 본격적으로 풀리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의 직접적인 수혜로 바닥을 지나 소폭이나마 상승세로 접어든 반면 다른 버블세븐 지역은 여전히 하락 또는 침체양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강남3구와 다른 3개지역 간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강남3구만 투기지구,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는 것은 정부가 이 지역의 거품이 사실상 사라지고 오히려 집값 상승을 우려한다는 것"라면서 "정부가 적어도 강남3구를 더 이상 '버블' 지역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강남3구나 나머지 버블세븐 지역 간의 차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강남3구와 나머지 지역은 수요층도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과거엔 강남3구의 대체 지역으로 분당, 용인 등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강남3구와 다른 지역의 수요층이 철저히 차별화돼 동조화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본부장은 "강남3구 진입을 노리는 사람들은 경기침체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고 투자목적으로 접근하는 부유층"이라면서 "2006년 강남 진입을 시도하다가 대체 투자지로 분당, 용인 등을 선택했던 실수요자들과는 자산 규모 등이 많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디커플링 심해져…개별적으로 접근해야전문가들은 버블세븐 지역이 지난 2006년 말 대비 집값이 많이 빠진 이후 앞으로는 디커플링 현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당장 올해만 봐도 강남3구는 각종 규제완화 등 호재로 들썩일 가능성이 크지만 수도권 남부지역은 입주량 증가로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되면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해 강남3구 신규 입주는 86가구에 불과한데 비해 용인은 4914가구나 된다. 분양도 강남3구는 통틀어 60가구에 불과하지만 용인에서만 1만541가구에 달한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팀장은 "올해 경기 남부권에 대거 몰려 있는 분양과 입주에 따라 용인, 분당 등은 추가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면서 "미분양도 많아 당분간 이들 지역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향후 버블세븐 집값을 판단할 때는 함께 묶어서 유망지역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보다는 개별적으로 접근하라고 지적한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부동산연구실장은 "버블세븐 지역은 이미 내재가치, 시장 전망, 정책 적용 등이 모두 차별화되고 있다"면서 "버블세븐에 해당된 각 지역은 물론 용산, 청라 등 최근 주목되는 지역들을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고 조언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First-Class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 구독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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