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길 '날치기 법치'에 환호한 한나라
[기자수첩] 국회 문방위, '조중동 방송법' 상정 시도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
"자, 미디어법 등 22개를…어어어."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5일 오후 언론법 기습 직권상정을 시도했다. 야당 의원들의 육탄 방어 속에 고흥길 위원장은 행동에 나섰고, 한나라당은 임무(?)를 완수했다고 보고 있다.
고흥길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제지를 받기 전에 "위원장으로서는 국회법 제77조에 의해서 방송법 등 22개 미디어관련법에 대한 법을 전부 일괄상정할 수밖에 없을 거 같다. 행정실, 의안 전부 배포하세요"라고 말했다.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한다"고 말했는지는 논란의 대상이다. 현장 상황을 취재했던 방송사 녹음장비에는 그런 얘기가 담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고흥길 위원장이 직권상정을 시도한 법안을 '미디어법'이 아닌 '미디어어어어법'으로 부르는 이들도 있다.
고흥길 위원장이 국회 파행을 감수하고 기습적인 직권상정을 시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고흥길 위원장은 "민주정치의 발전은 의회민주주의를 통하여 실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 제40조에 의해 국회에 부여된 입법권의 민주적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을 준수하는 것이 의회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흥길 위원장은 '의회민주주의' '헌법' '민주적 절차' '국회법' 등을 얘기했다. 고흥길 위원장이 자신이 강조한 사항을 실천하고자 했다면 스스로 국회법의 정해진 절차를 따랐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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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5일 오후 고흥길(사진 왼쪽)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 경위와 비서실 직원, 한나라당 의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고흥길 위원장이 언급한 국회법 77조의 실제 내용은 이렇다.
"의원 20인 이상의 연서에 의한 동의로 본회의의 의결이 있거나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의장은 회기 전체 의사일정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당일 의사일정의 안건 추가 및 순서 변경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의원의 동의에는 이유서를 첨부하여야 하며, 그 동의에 대하여는 토론을 하지 아니하고 표결한다."
고흥길 위원장은 직권상정을 위한 의사일정 변경에 앞서 국회법 77조에 나와 있는 '표결'을 하지 않았다. 야당이 반발하자 "자, 미디어법 등 22개를…어어어"라고 말했을 뿐이다. 고흥길 위원장이 국회법을 실천하고자 했다면 자신이 직권상정하려는 22개 법안이 무엇인지 얘기했어야 옳다. 고흥길 위원장이 상정을 시도한 '미디어법'이라는 명칭은 존재하지 않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고흥길 위원장의 행동이 '날치기'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고흥길 위원장이 얼렁뚱땅 직권상정에 나선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국회법 규정에 따라 직권상정 절차를 밟으면 야당이 물리력으로 막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편법을 선택한 이후 야당 반발은 '뭉개기 작전'으로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26일 의원총회에서 고흥길 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문방위원들에게 "수고했다"면서 격려하는 등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고 한다. '날치기 법치'에 환호하는 원내 171석 한나라당을 향해 참여연대는 이러한 논평을 발표했다.
"국민은 지난해 말 국회가 입법전쟁을 치를 때도, 올 초 여야가 간신히 합의문을 작성하고 국회운영이 정상화 됐을 때도 일관되게 쟁점 법안은 충분한 토론과 의견수렴을 거쳐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171석이나 가진 거대 여당이 국민을 만나 설득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야당의 저항을 피해 마치 군사작전을 펴듯이 꼼수를 부리는 것은 무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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