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거머쥔 '위험한 은행'의 음모

2009. 2. 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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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거대한 금융비리 다룬 영화 '인터내셔널'

돈세탁과 테러…숨막히는 추격전

충격적인 'BCCI스캔들'이 모티브

영화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190개국을 장악한 다국적 은행의 숨겨진 음모를 파헤치려는 한 남자의 끈질긴 추적을 그린 액션 스릴러물이다.

주인공은 인터폴 형사 루이 샐린저(클라이브 오웬). 돈세탁, 무기 거래, 테러 등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범죄가 실은 다국적 은행 아이비비씨(IBBC)와 관련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동료와 수사를 벌인다. 하지만 은행 간부를 만나고 오던 길에 동료는 킬러에 의해 살해된다. 분노한 샐린저는 맨해튼 지방 검사관 엘레노어 휘트먼(나오미 왓츠)과 함께 수사에 들어간다. 독일 베를린에서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뉴욕, 터키 이스탄불까지 불법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던 샐린저와 휘트먼은 IBBC 은행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선다. 놀랍게도 IBBC는 단순한 은행이 아니라 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진 거대 범죄조직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은행의 실체에 접근할수록 둘의 목숨도 점점 위태로와진다.

영화는 환율 급등, 주가 폭락, 실업 증가 등 전 세계에 불어닥친 불황과 맞물려 시의적이다. 얼마 전 개봉한 한국 영화 <작전>이 흔하게 일어나지만 실체를 잘 알 수 없는 주식 거래의 이면을 실감나게 묘사했다면, <인터내셔널>은 우리가 평소 믿고 의지했던 은행을 권력과 이윤을 위해 살인을 비롯한 온갖 불법을 일삼는 집단으로 설정한 파격이 돋보인다.

액션도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최상급이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쉴새 없이 펼쳐지는 10여 분의 논스톱 총격신은 액션을 좋아하는 이들의 구미에 딱 맞을 것 같다. 제작사는 이를 위해 미술관의 실제 크기 모형 건물을 제작했다고 한다.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는 밀라노 광장의 이중 저격 액션과 이스탄불 그랜드 바자르 시장의 숨막히는 거리 추격신도 관객들의 심장을 졸이게 할 듯. 전 세계 7개국을 넘나드는 거대한 스케일도 박진감을 높인다. 이 영화가 2009년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들 때문으로 보인다.

의아스러운 것은 톰 튀크베어 감독에게 액션 영화는 처음이라는 점. 독일 출신인 그는 <롤라 런>(1998), <헤븐>(2002), <향수>(2006), <사랑해 파리>(2006) 등의 수작을 선보이며 나름 거장으로 꼽혀 왔지만, 액션에 손을 댄 적은 없다. 그 궁금증은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자막을 보면 풀린다. 기획자가 우위썬(오우삼) 감독이다. 알고 보니 우 감독은 1970년대에 역사상 최대 금융 범죄로 충격을 안겨준 파키스탄 '비씨씨아이(BCCI) 은행 스캔들'을 모티브로 한 파격 소재에 매료돼 기획에 참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페이스 오프>, <미션 임파서블2>, <적벽대전> 등에서 보여줬던 탁월한 액션 감각은 상투적 스토리 전개, 짜맞추기식 장면 삽입, 비 오듯 쏟아지는 총알에도 결코 죽지 않는 주인공의 설정 등으로 김이 빠져 보인다. 최근 <적벽대전2>에서도 우 감독은 홍콩식 '서커스 액션'을 고집해 거대 역사물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그래도, 신념 강한 검사역으로 나오는 미녀 배우 나오미 왓츠의 연기를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26일 개봉.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사진 소니픽처스 브에나비스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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