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는 태권브이를 만나다

2009. 2. 2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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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저널 버즈] ■ 팀엔디우리 팀은 4년 전 로봇카페에서 처음 만나 2년 전부터 '팀엔디(TEAM N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팀 이름은 초기로봇인 '노동 3호'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뉴 디자인(New Design)' 혹은 '뉴 드림(New Dream)'이란 의미가 되었다. 우리 팀은 나 김영주와 김인수, 강경훈 이렇게 세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현재 건축설계 사무소에 다니고 있으며 팀에서 주로 로봇의 설계와 제작을 맡고 있다. 김인수는 기아자동차에 다니며 기아자동차 CF 모델로 TV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나름대로 유명한 친구로서 우리 팀 홍보를 주로 맡아서 하고 있다.

그리고 더 소개하자면 김인수는 올해 3월 7일에 장가를 가는데 많이들 축복해 주시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강경훈은 대한민국 육군 소위로 임관하여 군 복무에 여념이 없는 관계로 현재 로봇 활동은 잠시 쉬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 팀은 '최고의 디자인, 최강의 퍼포먼스'라는 기조로 로봇을 즐기고 보는 모든 이가 즐거울 수 있는 로봇 활동을 하고자 한다.

좌측으로부터 김인수, 김영주, 강경훈

우리 팀에서 제작한 노동 3호, ND 5, ND 5 실버

■ 제작배경2007년 31년 만에 재개봉되어 화제가 되고 얼마 전에는 제작비 200억 원의 실사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여 다시금 이슈가 되고 있는 로봇 태권브이.

2년 전 팀원들과 새로운 로봇을 구상하던 중에 태권브이를 만들어보자고 하여 시작하게 되었고 마침 31주년 기념 피규어와 종이로봇까지 출시되어 설계를 진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존에도 태권브이를 휴머노이드화한 로봇이 있지만 좀 더 원형과 흡사하며 건담과 같이 스케일 정확한 로봇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생각을 서로 나누게 되었다. 영화의 설정 상 키가 56m인 태권브이를 모터의 크기와 전체의 비례 등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100분의 1로 축소해 56cm의 태권브이로 제작하게 되었다.

■ 제작과정설계 초기 수집한 자료는 1976년형이 전부였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높이 53cm의 초안을 정리했으나 이후에 로이앤블럭이라는 곳에서 2007년형 피규어가 출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초기 안은 접어 두고 2007년형을 기초로 설계를 진행했다.

피규어로 출시된 태권브이와 팀엔디의 태권브이

설계 변경 과정

스케일 로봇작업의 시작은 원형의 도면을 구하는 것인데 며칠 동안 인터넷을 뒤져 자료를 구하고 그 중 가장 적합한 것을 골라 CAD를 이용해 외곽 라인 작업, 전체 비례와 모터 크기 등을 고려하여 이상적인 비례로 크기를 결정했다. 전체 크기와 대강의 모터 배열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부분별로 간섭 체크 등을 통해 정확한 위치를 결정하고 다른 부분들도 정리해 나가야 한다.

태권브이의 설계 기간(6개월)이 상대적으로 길었던 것은 좁은 골반 쪽의 모터 배열에서부터 모터 위치, 간섭 확인 등 2D로는 가늠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며 또한 원형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 때문이기도 했다.

태권브이의 팔다리가 원형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외피를 알루미늄 파이프로 고려하였으나 원하는 사이즈를 구하기 쉽지 않아 차선책으로 아크릴 파이프로 제작하게 되었다. 기성품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면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제약 조건들로 인해 로봇의 비례는 오히려 1976년형에 더 가까워졌고 각 부분의 형태는 2007년형에 유사 형태로 태권브이의 설계가 완성되었다. 추후에는 PC판을 진공성형으로 가공해 외피 제작에 도전에 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절곡까지 마친 알루미늄 프레임

팔다리의 아크릴 외피 도색

도색작업까지 마친 최종외피

제작된 태권브이의 내,외부 구조

■ 머리(head unit)로봇을 만들다 보면 항상 고민되는 부분이 머리 형태다. 태권브이는 머리만 잘 만들어도 절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형태적으로 머리가 태권브이의 가장 큰 특징이며 비슷한 거대로봇들과 차별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2007년형 태권브이의 머리 부분은 상당히 세련되게 정리되어 있었다.

2007년형 태권브이 머리디자인-로이앤블럭

머리의 각 부분 제작

미도색 조립완성

도장 완성

작업의 순서는 일단 CAD를 이용해 외곽 라인 작업을 하고 전체 비례에 맞게 크기를 조절하여 배치하였다. 정면과 측면의 차이를 수정하며 평면작업을 해나갔고, 그러면서 인체의 두상과 상당히 흡사함을 알 수가 있었다.

작업된 평면을 통해 각 부분은 아크릴 두께에 맞춰 등분된 형태로 가공하고 부분별로 조립하여 완성하였는데, 수작업이다 보니 상당한 시간(20시간)이 걸리는 막노동이었다.

다음번 로봇에도 활용하기 위해 제작된 머리 모형은 실리콘으로 성형 틀을 만들어 언제든지 복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복제된 머리는 눈 쪽에 LED를 삽입해 볼 생각이다. 성형 틀 제작을 마치고 난 모형은 에나멜과 아크릴 물감으로 붓 도장하여 완성하였는데 쉽지 않았다. 덧칠한 자국이 그대로 남고 도장 두께도 제각각이어서 그다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며 만약 도장을 한다면 에어브러시나 캔스프레이 사용을 권하고 싶다. 몸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머리가 작아 보이는 이유는 줄질과 사포 질을 너무 많이 해서 그렇다. 여기서 또 한 번 수작업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었다.

■ 몸통(body & pelvis unit)설계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들어간 부분이다. 기존에 만들었던 로봇들과는 달리 내부 공간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수많은 설계 변경과 1대 1 스터디 모형에 의존하여 작업을 진행하였다. 마이크로로봇에서 출시한 종이 태권브이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형태가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내부구조를 살펴보면 메인 프레임에 6개의 모터가 배치되고 앞뒤로 골반과 복부를 지지하는 브래킷이 2개씩 설치되고 양옆으로 흉부를 지지하는 측면 프레임이 위치한다. 메인 프레임과 측면의 결합 방식은 전통 건축의 맞춤식 구조로 되어 있으며 어깨 회전모터와 볼트로 체결된다.

골반부의 중심 이동(좌우움직임) 모터는 원형의 디자인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다리 회전 모터 상부에 위치하게 되고 3M의 벨트 풀리로 연결하였다. 이 정도 크기의 로봇에서 중심 이동 모터는 일반적으로 하체에 사용된 RX-64를 쓰는 것이 보통이지만 내부 공간이 협소하여 RX-28로 대체하고 약해진 토크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약 1:1.8로 감속하였다.

몸통 뒷면의 컨트롤러 배치 공간

팀 로고가 새겨진 뒷면

몸통 외피 체결 전

몸통 외피 체결 후

배면부에는 컨트롤러가 위치하는데 배터리와 인접하여 선을 정리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었다. 다이내믹 셀 시리즈로는 처음 제작해 보는 로봇인데 일단 배선 정리는 정말 쉽다. 외피는 각이 지게 설계되어 AL5052 1T로 절곡하고 아노다이징으로 마감하였다.

■ 팔(arm unit)

팔 부분은 설계 초기부터 파이프형이었기 때문에 재질변경 등의 영향 없이 작업할 수 있었고 모터 배치와 연결 방식 정도만 고민하면 되었기에 비교적 쉽게 정리되었다.

지금은 어깨 회전 모터까지 4개의 모터가 배치되어 있는데 나중에 그립용 모터를 추가할 수 있도록 고려되어 있다.

구조를 살펴보면 1번(앞뒤 움직임) 모터에 2번이 수평으로 연결되어 그 모터로 전체 팔을 좌우로 움직이게 하고 있다. 2번에 연결된 브래킷과 3번(팔 회전) 모터는 협소한 내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서포트로 고정하였다.

팔 회전을 담당하는 3번 모터와 4번 모터(접힘)는 3번에 브래킷을 장착하고 4번 모터가 연결되는 구조인데 반대로 3번에 4번을 직접 고정하고 브래킷으로 팔 하부를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모터 무게만큼 팔 하부 무게가 줄기 때문에 모터 부하 감소.)

불필요한 절곡을 줄이기 위해 전자의 경우처럼 구성하였으며 팔의 접힘을 고려하여 4번 모터의 위치와 브래킷을 구성하였다. 4번에 연결된 하부 프레임은 외피의 내경에 접하는 폭으로 구성하여 별도의 원형 지지물을 배제하고 프레임 중앙에 외피 고정용 서포트를 설치하였다.

모터 회전축과 팔의 중심축 동일

팔 접힘을 고려한 모터위치와 프레임 형태

완성된 팔의 구조와 외피

원형을 지지하는 프레임

끝단에는 태권브이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전에 구입한 50cm 마징가 피규어에서 분리한 주먹을 태권브이의 것으로 만들어주었다. 외피는 외경 50~60mm, 2t의 아크릴 파이프를 사용했으며 CAD에서 전개도를 작성한 후 출력하여 파이프에 부착하고 실톱을 이용하여 절단했다. 줄과 사포로 마무리를 하고 캔스프레이(락카)로 도색하여 마감하였다.

■ 다리(leg unit)다리 부분은 설계 시작부터 외피를 씌우기에 가장 적합한 모터배열로 구성되어 몇 차례 수정은 없었다. 로봇 제작 시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 다리 길이이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지만 비슷한 사양의 로봇들을 참고하면서 관절 길이를 결정하였다.

외피가 적용된 로봇의 경우 관절 간의 간섭을 피하면서 원하는 움직임을 할 수 있고 내부 구조의 노출이 적어야 완성도가 높아진다.

외피 적용을 위한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1번 모터와 2번을 수직으로 연결하여 대퇴부와 무릎이 일직선에 위치하여 원형 파이프의 외피를 씌울 수 있게 되어 있고 모터에 외피 지지용 날개와 고정용 서포트를 설치하여 체결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2번과 3번을 연결하는 다리 쪽 메인프레임은 ㄷ형의 단면 모서리가 외피에 내접하여 지지하고 3포인트에서 고정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고정용 서포트 2개는 프레임에, 1개는 외피에 부착되어 있는데 외피 정면의 삼각형 안쪽에서 볼트로 체결되어 있다. 또한 무릎 위쪽의 외피가 접혔을 때(앉았을 때) 프레임과 부딪힘을 고려하여 설계되어 있다. 외피의 단면이 직사각형이라면 무릎 하부도 노출되지 않았을 텐데 외피의 단면적이 워낙 커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4번의 발목 부분은 3차원 입체의 발 내부에 모터를 배치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원형과 흡사한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아크릴 반구를 이용하여 약 9도의 경사를 두어 제작하고 발목 가동 폭을 최대로 확보하기 위해 브래킷 움직임만큼 절단하였다.

완성된 다리 구조와 외피(한쪽 900g)

스터디용 포맥스 프레임

간섭 체크용 아크릴 외피

■ 완성(finished)본업의 사무실을 다니며 6개월 동안 틈틈이 설계하고 3주간 제작한 결과물이 드디어 완성되어 기쁘다. 건축이나 로봇이나 마감을 하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이 부족함이 추후 더 좋은 건축과 로봇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그리고 부실한 도면으로 알루미늄 가공과 절곡을 해주신 미니로봇 전영수 부장님과, 모터와 컨트롤러에 대한 자문을 해주신 로보티즈 연구원분들께 감사드린다.

전면

옆면과 뒷면

■ 또 다른 가능성태권브이 설계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인터넷에서 우연히 사진 하나를 보고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다. 태권브이(1976년 형)와 건담 점보그레이드 피규어가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이었는데 전체적인 비례가 거의 흡사했다.

이번에 제작한 로봇이 구형 태권브이와 그 비례가 거의 같다는 데 착안하여 태권브이의 내부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건담의 옷을 입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인해 본 결과 몸통을 지지하는 브래킷과 발바닥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수정 없이 사용 가능하였다.

마치 샐러드에 드레싱을 달리하면 전혀 새로운 맛이 나듯이 태권브이의 플랫폼에 전혀 새로운 로봇의 옷을 입히는 것이다. 현재 설계 작업이 진행 중이니 조만간 건담 휴머노이드 또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태권브이에 등장하는 악당 로봇들도 드레싱하여 적용해보고 싶은 욕심까지 생긴다.

글 / 김영주 & 팀엔디[ 관련기사 ]▶ 아이언맨 실제로 등장하나?아빠와 함게 만드는 로봇로봇대회 이모저모, 테크마니아 페스티벌 2008로봇과 함께 지낸 열정,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가제트 ...월간로봇(www.jejisa.kr)'IT 제품의 모든것'-Copyright ⓒ ebuzz.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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