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를 기회로 바꾼 '판금의 달인'
2월 기능한국인 송신근 ㈜디피코 대표IMF때 5천만원으로 창사..연매출 70억(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기능인을 깎아내리는 사회의 그릇된 인식을 바꿔놓겠습니다."
송신근(53) ㈜디피코 대표는 24일 노동부에서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뒤 산업현장에서 외길을 걸어온 기능인으로서의 자신감을 피력했다.
송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판금의 달인.부산기계공고 시절부터 각종 기능대회를 석권했고 1975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2회 국제기능올림픽 판금 부분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공고 재학 때 전공과목만 편식한 게 아니라 모든 과목을 들었으며, 특히 과학의 기초가 되는 수학에 열중한 게 성공의 토대가 됐다고 송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판금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수학에서 비롯됐다"며 "판금은 전개도(展開圖), 즉 펼친그림에서 출발하는데 지금도 사람의 얼굴까지 펼친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기능올림픽 동메달 쾌거는 영예보다 치욕으로 다가와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동메달도 아무나 딸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그때 충격은 지금도 못 잊어요. 모두가 금메달을 딸 것으로 확신했는데... 늘 1등만 하다가 3등을 했으니 그게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기아자동차에 입사한 송 대표는 이론과 기술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경기공업전문대와 서울산업대에서 금형 설계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판금기능사, 배관기능사보, 일반기계기사, 건설기계기사, 직업훈련교사, 실기교사교원자격 등 6개 부문에서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고 이론적으로 습득한 기능을 회사의 생산기술 부문에 접목해 기술력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인기차종인 프라이드의 개발을 담당하고 여러 부품의 국산화를 이룬 달인도 외환위기 앞에서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1998년 기아차를 떠난 송 대표는 기술이 좋은 동료 7명과 함께 자본금 5천만원으로 경기 안산시 봉오동에서 ㈜디피코를 창업했다.
디피코는 제품 제작에 필요한 설비와 원재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는 지식산업체로, 공장이 없는 기업이다.
자신감과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던진 디피코는 자동차 부품생산장치 등 단독특허를 4건이나 획득하고 일본, 호주, 중국, 인도, 이란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해 2007년 500만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현재 연간 매출은 70억원대.그는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기능인이나 기술자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산학협동을 한층 강화해 기술인을 폄하하는 그릇된 인식부터 확실히 바꾸는 데 힘을 쓰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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