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 기자의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 (17) '트렌드 예측전문가' 김난도 교수
고객이 '진짜 왕'이 되는 세상…그 날 위해 바른 소비문화 전파

그는 서울대에서 소비자학을 가르친다. 사람들은 그를 트렌드 예측 전문가라고 부른다. KBS 시청자위원으로 방송을 바라보는 시각도 남다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어떨까 싶을 정도로 외모도 '얄상'하다. 동행한 사진기자도 동의한다.
"인터뷰하면서 자세 잡는 것 보니까 선수네요. 고객친화적인데요." 신문에서는 독자가 고객인 셈이니, 인터뷰 자세를 잘 잡은 그는 적어도 지금 소비자 권익 증대에 기여한 셈이다.
# 소비자학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
김 교수는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행정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교수 임용은 35세 때였다.
"지금까지는 법학이나 행정학, 거시경제학 등 정부와 관의 역할이 우선시됐지요. 그러나 20∼30년 후에는 민간이 학문을 이끌어 갈 것입니다. 소비자의 역할이 증대되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확신도 있었고요. 소비자 권익 향상에 노력하는 인재가 필요한 시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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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교수는 "현대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소비자에게 나온다"며 "제대로 된 소비는 물질보다 중요한 것의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이제원 기자 |
행정학 박사인 그로서는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행정학과 소비자 복지를 증진하는 종합학문 소비자학의 공통점을 발견했을 법도 하다. 다른 대학 행정학과에서 교수직 제안이 있었지만 그가 모교에 눌러앉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제자들에게 권하는 말이 있다.
"공부하면서 자신의 능력이 온전히 발휘될 전성기를 생각하라고 주문합니다. 교수라면 40대 후반 50대 초반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급하니까 제자들이 길게 못 보는 것 같아요."
대화 주제마다 옹골찬 생각을 담아서 전하지만, 그가 진정 원하는 일과 분야는 역시 '소비자학'이다. '소비자의 비밀을 제일 많이 알고 싶은 사람'이 그가 추구하는 모습이다. '소비자'를 아는 것은 사람과 사회를 파악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왕'이고 소비자가 주인인 세상이라고 하는데 실은 마케팅 세상이지요. 기업의 역할에 비해서 소비자의 권익 증대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지요. 합리적인 소비자가 결국은 올바른 트렌드를 끌고 나가게 됩니다."
# '소비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
김 교수는 한국 사회의 동향을 제대로, 그것도 이론적인 토대를 바탕으로 풀어내고 있다. 지난해 말 10대 소비 트렌드의 키워드 첫 글자를 모아 '빅 캐시 카우'(Big Cash Cow)로 2009년 우리 사회를 예측했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 2009'(미래의창)를 통해서다. 올해가 소띠 해인 점을 고려했다. 소는 낙농업에서 꾸준한 현금 수입을 보장하는 가축이다. 경영학에서는 안정적인 이윤 창출이 가능한 사업부문을 가리킨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요. 하지만 행복은 우리 안에 있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는 시간이 될 겁니다. 경기 침체 불안감 속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자아를 찾는 소비 성향이 뚜렷해질 것입니다."
불황 속에서도 존재감의 근거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우리 국민은 '행복', '느림', '치유'에서 소비와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예상이다. 그 예상의 근거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사람의 욕망은 건재하기 때문"이라며 "전쟁이나 천재지변 와중에도 인류의 소비는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사람의 욕망은 소비 형태로 표현되지요.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소비에서 과시형 사치에 이르기까지 소비는 지속됩니다."
이즈음의 경제 위기는 바람직한 소비문화를 고양하기 위한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은 본격적인 경제개발이 시동을 건 1960년대부터 '성취'를 으뜸 가치로 뒀다. 김 교수는 "우리처럼 신분상승 욕구가 강한 이들은 없다"며 "사회적인 성취를 최고 가치로 평가한 그간의 시각이 바뀔 때도 됐다"고 밝혔다. 그의 생각으로는 10년 전 외환위기처럼 이번 위기를 '명약'이나 '양약'의 처방전을 받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그의 말처럼 '소비의 질'이 '삶의 질'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제대로 된 소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더구나 현대사회에서 소비는 '정언'이고 '신앙'이다. 마치 음식을 바꾸어도 종교는 바꾸지 않는 것처럼, 소비 행태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주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건전해질 필요가 있지요. 마치 광신적인 사교는 신앙심이 있는 이들이 배척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 미래에 대한 투자야말로 제대로 된 소비
극단적인 소비는 배척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을 가진 사회구성원이라면 동의할 내용이다. 문제는 소비자 '개인' 안에서도 양극화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자 보세요. 저는 사치품이라고 합니다만 '명품' 구매를 위해서 밥을 굶기까지 한다니까요. 삶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다른 활동이 희생되는 경우이니, 제대로 된 소비활동이 아닙니다."
'명품 소비'하면 여성을 떠올리지만 그가 보기에 사치는 남성이 더 심한 실정이다. 일부 여성이 치장을 위해서 사치품을 소비하지만, 남성은 단란주점을 이용한다든지 맨정신에서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소비활동을 하고 있다. 제대로 된 소비교육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소비자 교육은 지리멸렬한 실정이라는 게 김 교수의 냉정한 평가다."재테크 형태의 경제교육만 있을 뿐, 합리적 소비교육은 없는 상태이지요. 1% 이자율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자는 게 말이 됩니까. 차라리 20대엔 적금을 들지 말아야 합니다. 미래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게 제대로 된 '인생 적금'이지요."
우리 사회에서는 제대로 된 소비자 권익 보호 문화도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한국소비자원'의 기능과 역할 강화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하지만 핵심은 역시 고객인 소비자의 태도에 두고 있다. 그 하나가 무차별적인 명품 소비 관행을 비판한다.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야말로 진짜 명품이지요. 원래 명품은 장인정신이 깃든 예술작품인데, 철저하게 잘못 사용되는 단어가 된 실정이에요. 언론에서 1990년대 들어서면서 고가사치품을 명품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다가 굳어졌지요."
비밀 유출 하나. 연말이면 띠를 결합해 미래 방향을 예측하는 그가 2010년의 키워드를 잠시 흘렸다. 그는 2010년을 '으르렁거리는 호랑이(Roaring Tiger)'나 '하늘을 나는 호랑이(Soaring Tiger)'로 전망할지 모른다. 지금부터 자료를 보면서 그런 키워드가 가능하길 기대하고, 또 고민 중이다.
내놓는 말마다 주제의식이 톡톡튀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쩌면 그는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을 것이라는 잘못된 추측까지 하게 된다. 종교를 갖더라도 광신적인 사교를 배척해야 한다는 그가 '신이 불공평하다'는 기자의 순간적인 느낌에는 동의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김 교수는 소비자 권익 향상에 매진하는 '소비자학'의 '열혈 종교인'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 열혈 종교인들이 제대로 활동하는 사회의 미래는 밝다.
■김난도 교수는…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1963년 서울 출생.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남가주대학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의 '소비자리포트' 편집위원과 '소비자정책포럼'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트렌드와 소비 습관을 통해서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소비자학 전문가다. 소비자 권익 보호 창달에 관심이 많다. 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는 소비문화와 소비학을 연구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와 소통하는 학문이라고 여긴다.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09',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 '소비자정보론', '공공가정경영론', '합리적 선택과 신제도주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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