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살, 할리우드의 '위대한 지도자' ..클린트 이스트우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영화 감독을 꼽을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78)의 이름을 빼놓을 수 있을까. 1960~70년대 시가를 문 건맨, 폭력 경찰 역을 맡은 배우가 이토록 위대한 감독이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이 있을까.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영화 2편이 잇달아 한국에서 공개된다. 22일 개봉한 < 체인질링 > 과 3월 개봉 예정인 < 그랜 토리노 > 다. 후편에서 이스트우드는 직접 주연을 맡았으며, 이스트우드 본인의 의지와 고령을 고려할 때 배우로선 은퇴작이 되리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스트우드는 '오바마 시대'를 맞은 공화당 지지자이면서,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위대한 원칙주의자'다.
◇제도를 넘어선 정의= < 체인질링 > 은 192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싱글맘 크리스틴(안젤리나 졸리)이 직장에 나간 사이 집에서 홀로 놀던 9살 아들이 사라진다. 크리스틴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미적댄다. 5개월 후, 경찰로부터 아들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은 크리스틴은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아이와 상봉한다. 아무리 봐도 자신의 아들이 아닌 것 같지만, 갑작스러운 세간의 관심에 당황한 크리스틴은 일단 아이를 데려온다. 결국 크리스틴은 경찰에게 자신의 진짜 아들을 찾아달라고 하소연하지만, 부패한 경찰은 크리스틴을 '아들도 못알아보는 엄마'로 몰아간다. 크리스틴은 거대 공권력에 맞선다.
이스트우드는 정의와 원칙을 중시하지만, 이는 현행 제도와 법을 맹신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도리, 누려야할 권리가 훼손된다면 끈질기게 투쟁해야 한다. 모성을 의심하고 훼손하는 공권력에 기대할 것은 없다.
< 용서받지 못한 자 > (1992)가 이스트우드의 젊은 시절 출연작인 스파게티 웨스턴에 대한 반성이라면, < 그랜 토리노 > 는 '더티 해리'의 은퇴후 모습을 연상시킨다. 죽음을 앞둔 백인 노인과 이웃집 베트남 소년의 우정을 그린 이 영화에서 이스트우드 스스로 연기한 노인은 무너져가는 미국의 윤리에 탄식한다. 법이 인본주의를 보호하지 못할 때, 비겁한 다수가 침묵할 때, '더티 해리'의 손은 잘 닦인 총으로 향한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이스트우드의 신념을 반영한 듯하다. < 그랜 토리노 > 는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하며 흥행작으로서의 면모도 보이고 있다. 2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이스트우드의 < 체인질링 > 과 < 그랜 토리노 > 가 서로 경쟁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은막에 배어나온 인격=미국의 작가 브렌다 유랜드는 "인격이 어떤 모습이든 그것은 글을 통해 훤히 드러난다.… 더 좋은 작가가 되는 유일한 길은 더 좋은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랜드의 언급은 이스트우드의 영화에도 적용된다. 이스트우드는 삶을 스크린에 투영시키는 흔치 않은 감독이다.
이스트우드는 촬영장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인다. 안젤리나 졸리, 존 말코비치 등 < 체인질링 > 출연진들이 한결같이 이스트우드를 두고 "위대한 지도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는 "액션!"을 외치는 대신 "좋아(Okay)"라고 나지막이 말한다. 그는 "웨스턴을 찍다 터득한 방법이다. '액션'이라고 외치면 배우들은 긴장해 말고삐를 꽉 쥐고, 말은 도망간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른 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 도움이 된다. 자기 의견만 고집하면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영상으로 공개된 < 체인질링 > 촬영 현장의 이스트우드는 동네 마실을 나온 노인처럼 편안한 모습이다. 배우들을 다그치거나 스태프에게 화를 내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스태프 대부분은 20~30년간 이스트우드와 일해왔다.
이스트우드는 1960년대 이래 줄곧 공화당을 지지해왔지만, 실정에 대해선 매섭게 비판한다. 1992년엔 조지 부시의 선거 캠페인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했고, 훗날 "극우 보수주의자들이 공화당을 파멸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전에 대해서도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책임과 성실, 자유주의의 전통을 이어가는 노장 이스트우드는 한 명의 영화 배우·감독을 넘어서 시대의 바람직한 보수주의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의 영화는 그의 삶 그 자체이다.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도리를 최우선하는 원칙주의자. 촬영장에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귀를 기울인다. 책임과 성실, 자유주의 전통을 이어가는 보수주의자. 그는 이 시대의 진정 '위대한 인격'이다. < 백승찬기자 > - 재취업·전직지원 무료 서비스 가기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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