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경향]신갈나무 투쟁기

2009. 1. 2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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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새 봄 준비하는 강인함 … 민초를 닮았다

"아직 가을 끝 햇살에는 약간의 온기가 남아 있다. 가을 기운에 큰 나무들이 잎을 떨어뜨려 하늘은 조금 열려 있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도 겨울바람은 빛과 물을 얼려버렸을 것이다."

이렇게 늦은 가을에 신갈나무 도토리는 뿌리를 낸다. 무수한 씨앗들이 숨을 죽인 채 겨울을 나고,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봄을 기다리는데, 신갈나무 열매는 겨울을 앞두고 그 기회를 바친다. "얼어 있는 흙 속에서 찬 물기를 뽑아내며 겨울의 짧은 빛으로 미래의 주연을 키우기 위한 준비를 진행시킨다."

< 신갈나무 투쟁기 > (차윤정·지성사)는 땅에 떨어지는 순간부터 새봄을 준비하는 신갈나무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다.

"가을 바람에 물기가 말라버리거나, 벌레의 먹이가 되거나, 작은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일찍부터 봄의 전투를 시작하는 생존의 기록이다. 나무에게서 여유와 아름다움만 느껴 온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처절한 투쟁, 진지한 결단의 드라마다.

신갈나무는 이 땅의 주인공이 되어가는 대표적인 참나무(진짜나무)류다. 궁궐의 목재원으로 귀하게 대접받았던 소나무에 밀려 수백년을 옹색하게 연명해 왔지만, 이제 위상을 되찾고 제 영토를 찾아가고 있다. 추운 겨울과 온갖 박해를 견뎌내며 키워 온 강인한 생존능력 덕분이다. 요 며칠 추위가 참으로 매섭다. 그래도 신갈나무 도토리들은 겨울잠을 포기한 채 새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 때보다 힘든 삶을 맞이하는 민초들에게 신갈나무의 용기와 의지는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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