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목적이라면 지금이 살때 아니다
[머니투데이 이건희외부필자][이건희의 행복투자]2009년에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두가지 서로 상반된 전망이 대두되어 있습니다. 비관적 전망은 경기불황이 빠른 시일 내 끝나기는 힘들어서 실물경기 악화와 더불어 주택경기가 앞으로도 계속 악화되리라는 전망입니다. 경기침체가 2~3년 이상 길게 이어지리라는 어두운 전망도 있습니다. 주택시장이 아예 일본처럼 장기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와 있습니다.
반면에 낙관적인 전망은 작년 이전까지 극심했던 주택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키고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여러 부분에서 시행되었던 규제를 풀어놓기 때문에 경기가 최악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투자자들이 들어오리라는 전망입니다.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대출 규제 완화, 분양권 시장에서 전매 허용, 금리 인하, 부동산 보유세 완화 등이 주택시장을 살아나게 하는데 힘을 실어준다고 보는 것입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의지에 대해서도 희망을 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본과의 비교에서는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주택에 대한 의식이 일본사람들과는 다소 다르고 주택담보대출 상황도 90년대 초 일본과는 다르기 때문에 일본처럼 장기 하락으로 가지 않는다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부동산시장에 관련하여 이와 같이 서로 상반된 전망이 나오는 것은 금융위기 국면에서만이 아니라 호황기와 불황기를 막론하고 늘 그러했습니다. 누가 어떤 시기에 내놓은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이 잘 맞아 들어갔다 하더라도 같은 사람이 또 다른 시기에 내놓은 전망은 틀리는 경우도 매우 흔합니다. 따라서 너무 전망에만 의존하여 의사결정 내리는 것은 부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경제상황에 어떤 방향으로 대응해야할지, 어떤 전망을 따라야할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머니마켓펀드(MMF)시장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MMF의 설정액은 2008년 초에 50조원대이던 것이 현재는 약 100조원에 달할 정도로 늘어나 있습니다.
경제 모든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크니까 사람들이 일단은 대기성자금으로 두려는 경향이 강한 것입니다. 경제가 안정을 찾아갈 때 그 자금들이 어디로 흘러들어갈지는 미리 예단하기 힘듭니다. 자기 자신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분야로 흘러 들어오리라고 예상하는 경향도 흔히 나타납니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이 특히 더 불확실할 때에는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단 투자목적의 부동산 매수는 시장이 바닥을 지날 때까지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이 바닥인지 아닌지는 지나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설사 지금이 바닥권이라 하더라도 자금력이 아주 큰 사람이 아니라면 많지 않은 여유자금을 미리부터 고정자산에 묻어두게 되면 개인이나 가정에서 혹시라도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때 대처하기 힘들어집니다. 따라서 굳이 총대 매고 미리 남보다 앞서서 부동산에 돈을 넣어둘 필요성은 적습니다.
자금력이 큰 사람이나 기업들이 부동산을 바닥권에서 선취매 한 다음에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사도 늦지는 않습니다. 주식시장은 대세상승으로 전환 시 처음부터 빠르게 오르는 경우도 때로는 있지만 부동산시장은 대개는 처음에는 천천히 오르다가 나중에 상승각도가 급해집니다. 또한 모든 부동산이, 모든 아파트가 한꺼번에 크게 오르기보다는 돌아가면서 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한발 늦게 사더라도 후발주를 살 기회도 있습니다.
지역별로도 모든 지역의 부동산이 동시에 크게 오르기 보다는 어떤 지역에서 먼저 본격적으로 오른 다음에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어가는 패턴을 나타냅니다. 부동산 종류에서도 서로 다른 유형의 부동산이 서서히 돌아가면서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투자목적이라면 시장이 바닥이 지나는 것을 본 뒤에 사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IMF시절에도 정확히 바닥에서 산 사람들 중 대단한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도 있지만 바닥을 굳히고 오르는 추세가 나타난 뒤에 산 사람들도 안정되게 상당한 투자수익을 올렸었습니다. 물론 대세상승이 오래 지속된 후 늦게 올라타면 위험하지만 부동산침체가 1년으로 끝날지 그 이상 어느 정도 오래갈지 미리 예단하기 힘드므로 불확실성에 대비한 위험관리에도 신경써야합니다.
유가증권에 비하여 부동산의 취약점은 투자대상에 들어가는 최소 금액의 단위가 무척 크고 환금성은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전에는 매수하기는 쉬울 수 있어도 원하는 시점에 매도가 잘 안되어서 곤란을 겪기 쉽습니다. 그래서 수익창출과 위험관리 사이에서 일반인이 취하기에 무리 없는 방법은 바닥을 지나서 어느 정도 흐름이 자리잡아갈 때에 편승하는 것입니다.
경기 침체기에도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부동산은 있기 때문에 어떤 특정 부동산의 가격이 오르더라도 부동산시장이 전체적으로 바닥을 찍고 본격 회복으로 접어드는 신호탄으로서 오르는 것인지, 개별재료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오르는 것인지를 구분해야합니다. 시장이 전체적으로 회복되는 단계가 아니라면 부동산에 대하여 전문성과 발 빠른 기동력을 가진 투자자가 아닌 이상 반등 구간에서 뒷북을 칠 수도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자금 동원력에 여유가 있으면서 남보다 빠른 정보를 접할 수 있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된 정보라도 예리한 판단력이 있다면 개별재료에 의해서 움직이는 부동산에 투자할 기회로 활용해도 좋습니다.
부동산시장은 경기회복이 나타난 뒤 대체적으로 주식시장보다는 한발 늦게 움직입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부동산시장이 경기보다 선행하여 오르거나 주식시장보다도 앞서서 크게 움직인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경기의 회복과 주식시장의 대세상승 전환을 확인한 다음에 사도 늦지 않는 것입니다. 주식시장이 큰 흐름면에서는 특성상 부동산시장보다는 선행하며 경기보다 앞서서 오르는 곳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주식시장을 지켜보다가 부동산을 매입할 타이밍을 잡는 것도 요령이라 하겠습니다.
주식시장이 작년 12월부터 상승 무드를 타고 있는 것은 금융위기의 공포감이 극대화되어 투매가 나타난 이후 심리적인 안정감이 찾아지고 수급이 호전되면서 오르는 것이지 경기의 본격적 회복을 예상하고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 각국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작용하여 오르는 것으로서 대세상승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보통 사람들의 경제 형편이 쉽게 피어나지는 않습니다. 부동산시장은 대부분이 큰 금액으로 매매가 이루어지는 시장인데 보통 사람들은 경제형편이 저조해진 상태에서는 부동산을 살 여력이 별로 없습니다. 사더라도 기존 부동산을 팔아야지만 새로운 부동산을 살 수 있기에 시장의 큰 수급을 전환시켜주지는 못합니다. 제 주변에서 아는 사람들도 집을 옮기려고 하는데 기존의 집이 팔리지 않아서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이 부동산을 사더라도 후속 매수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큰 장이 오는 것은 일반의 매수세가 많이 뒤따를 때에 가능합니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일반인들 경제형편이 본격적으로 피어나고 자금 여력이 축적된 다음에 매수세가 확산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과 시중의 유동성이 좋아지고 대출도 활발해진 다음에나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됩니다.
주식시장이 먼저 오르면 직접투자나 간접투자인 펀드에서 늘어나는 돈으로도 부동산 살 여력이 생겨납니다. 지금은 반대로 펀드에서 줄어든 돈으로 인하여 와신상담하는 시기가 이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무주택자가 신규 수요자로 나서는데 있어서는 우리나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사람들 소득 대비하여 낮은 편은 아니라는 점도 아직은 부담이 됩니다. 아파트 가격의 본격적인 상승 추세가 확인되지도 않은 상황에서는 대출을 많이 받으면서까지 매수에 나서기에는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작년에 나온 보도자료를 보더라도 연 소득대비 집값(PIR)이 뉴욕, 동경 등 세계 주요 대도시에 비하여 서울이 더 높습니다.(국토해양부 자료, 신영증권 보고서 등) 미국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미 4년째 이어지면서 주택 가격이 고점대비 20% 이상 하락했습니다. 앞으로 15~20% 추가 하락의 전망도 나와 있습니다(도이치뱅크).
이런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대세 상승기에 다른 지역보다 상승률이 훨씬 컸었던 버블세븐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고점 대비하여 별로 하락한 것도 아닌 상태입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현재까지 한국의 주택가격 하락률이 선진국보다 낮은 상태라는 점에서는 앞으로 하락이 진행될 우려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낮은 가격까지 쫓아내려가면서 팔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 선진국처럼 깊은 하락이 아니라 완만한 조정 수준에서 머물 수도 있습니다.
한편 순수 주거목적의 부동산은 자금 사정 범위 내에서는 경기 침체기에 싸게 살 기회를 모색해도 괜찮습니다. 직접 거주할 주택이라면 주거의 가치를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해야합니다. 단순히 투자를 통하여 수익을 얻어내는 목적이 아닌 것에서는 가족들이 마음에 들어 하면서 주거할 주택이라면 가정 형편상 충분히 감당할 금액 범위 내에서는 구입해도 될 것입니다. 자동차 구입 후 자동차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을 원해서가 아니라 자동차의 사용 가치를 누리기 위해서 사는 것처럼 생각하면 됩니다.
침체기에는 시세보다 싸게 매물로 나오는 주택 중에서 각자의 성향과 가정의 입장에 잘 맞는 것을 발견하기에 오히려 편리할 수도 있습니다. 경매시장에서 낙찰률도 하락해 있으므로 경매시장도 활용하기 좋습니다. 싸게 매입한 가격 이하로까지 설사 나중에 더 하락하더라도 하락하는 가격의 크기만큼 내 가족의 편리성을 만족시켜주고 내 가정에 최선의 주택으로서 가치를 얻어내는 것이라 보면 됩니다. 다행히 매입 가격 이하로는 하락하지 않는다면 훗날 언젠가는 오를 수도 있는 일입니다.
모바일로 보는 머니투데이 "5200 누르고 NATE/magicⓝ/ez-i"
재테크주간지 머니위크 [바로가기]
이건희외부필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