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과부, 새 도덕교과서 '평화교육' 통째 삭제

2009. 1. 6.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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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집필 기준 갑자기 바꿔…북한 서술 대폭 수정

교사·집필자 "통일교육 포기, 안보교육 회귀"

교육과학기술부가 2010년부터 중학생들이 쓸 새 도덕 교과서에서 '평화교육' 부분을 삭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으로 '집필기준'을 갑자기 바꿔 집필자들과 출판사에 보냈다. 도덕 교사들과 집필자들은 "민족 통합과 통일을 강조하는 교육을 포기하고 옛 냉전시대의 안보교육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5일 교과부와 도덕 교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교과부는 기존의 '중학교 도덕 교과서 집필기준'에서 "평화의 가치와 갈등 해결 태도 및 기술을 중심으로 평화교육을 통일교육에 접목시킨다"는 등의 내용을 삭제한 '집필기준 수정안'을 지난달 새롭게 만들어 출판사 등에 보냈다. 기존의 도덕 교과서 집필기준은 옛 교육부가 교사와 관련 학회 등의 의견을 들어 2007년 8월 최종 확정한 것이다. 도덕 교과서는 2007년 2월 7차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뀌었으며, 검정 교과서는 교과부의 검정을 통과하려면 '집필기준'을 따라야 한다.

집필기준 수정안을 보면,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되"라는 부분을 삭제하도록 했다. 또 애초 기준에서 '새터민'과 '북한 이탈 주민'이라는 용어를 구분해 쓰도록 한 것을 '북한 이탈 주민'으로만 쓰도록 했다.

북한에 대한 서술 기준도 대폭 수정됐다. 애초 집필기준에는 "남북한 간 체제의 차이와 경제적 우월성"을 구분하고 "객관적 사실을 기초로 북한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지나치게 부각하기보다는 긍정적 측면도 포함해 균형 있게 기술"하며, "북한의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할 수 있도록 교과서 내용 체제를 구성한다"고 돼 있었으나, 이런 대목이 대부분 삭제됐다. 대신 수정안은 "남북한 간 차이와 북한 사회에 대해서 객관적 사실을 기초로 균형적으로 기술"하고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통일 환경의 변화에 대해 진술하고, 통일 대비 과제들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기술"하도록 했다. 김일성 항일무장투쟁과 주체사상의 경우 애초 기준에서는 역사적 증거 자료가 확인되면 언급할 수 있게 했지만, 수정안에서는 아예 다루지 못하게 했다.

현재 중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는 출판사별로 이미 집필이 끝나 검정 절차에 들어갔으며, 중학교 2~3학년용은 최근 집필이 시작됐다.

진영효 전국도덕교사모임 회장(서울 상암중)은 "교과서가 냉전시대 북한을 바라보던 관점으로 돌아가고, 통일교육이 안보교육으로 바뀌는 것 같다"며 "남북 체제 차이를 인정한 민족 통합적 통일이 아닌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한 흡수통일을 강조하는 뉴라이트 계열의 이데올로기 공세가 도덕 교과서 집필기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과서가 이념적·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않도록 '시각'을 배제한 채 사실관계 위주로 기술하자는 의견이 있어 수정안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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