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1월 6일] 오바마의 골프

2009. 1. 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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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지도자들이 일제히 경제 회복을 위한 의지와 각오를 새해 화두로 제시한 것과 달리, 20일 미국의 44대 대통령에 취임하는 오바마 당선인은 특별한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물러가는 부시에 대한 배려도 있겠지만 전 세계가 주목하는 취임사의 극적 효과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오바마의 골프가 지구적 화제가 됐다. 하와이에서 연말휴가를 보내며 한국계인 유진 강 등 지인들과 라운딩을 즐기는 모습이 사진기자들에게 잡힌 이후부터다. '농구광 오바마'에 대한 호기심이 돌연 '왼손잡이 골퍼 오바마'에 대한 궁금증으로 바뀐 것이다.

▦ 고교 시절 뛰어난 점프 슛으로 '배리 오 버머(Barry O'Bomber'란 별명까지 얻은 그의 농구사랑은 최근 마무리한 백악관 및 정부 진용이 '농구내각'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각별하다. 1969년 닉슨 대통령 때 설치한 백악관의 볼링레인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농구코트를 만든다는 관측까지 나와 한때 볼링계가 긴장했을 정도다. 그런 그가 전통적으로 골프와 인연이 깊은 미국 대통령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한 골프 칼럼니스트에 의하면 오바마의 핸디는 16으로, 부시 대통령(15)과 비슷하나 싱글 수준까지 실력을 쌓겠다는 열의에 차있다고 한다.

▦ 흥미로운 것은 최근 영국의 '더 타임스'가 그의 스윙자세로 분석한 정치스타일이다. 스윙과 매너를 보면 골퍼의 성격과 인간성이 드러난다는 금언에 근거한 것이다. 타임스는 우선 공을 친 후에도 팔을 곧게 뻗은 채로 유지하는 오바마의 '팔로 스루'에 점수를 주며 일단 정책을 추진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오바마 정도의 핸디캡 골퍼라면 흔히 공을 급하게 치다가 몸이 엎어지기 쉬운데 그는 그렇지 않다며 이는 목표에 대해 급하게 달려들지 않는 균형감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 골프매너 나쁘기로 더 유명한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달리 오바마는 페어플레이로 특히 호평을 받았다. 아무리 나빠도 스코어를 속이지 않고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성품이 미국적 규칙과 가치를 중시하는 국정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골프를 매개로 희망이라는 신년 메시지를 훌륭하게 전달한 셈이다. 그가 어제 워싱턴에 입성, 취임식 때까지 유서깊은 헤이 애덤스 호텔에 머물면서 사실상 대통령 업무를 시작했다고 한다. 기대가 큰 만큼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지만, 지금 세계는 "오바마가 뭔가 해낼 것 같지 않습니까"라며 들떠 있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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