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경제 핫이슈](1)부동산 시장 "집값 거품 덜 빠져 더 내려갈 것"
ㆍ수요도 더 줄 듯… 일부선 '바닥 다지고 상승' 전망도
올해 부동산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가격이 급락하고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다. 분양가보다 낮은 '깡통아파트'가 출현했으며 역전세난도 확산됐다. 올해에는 가격이 폭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경향신문은 31일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초미의 관심사인 올해 부동산 시장을 전망해 봤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극심한 경기 불황으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올해도 집값이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집값의 거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버블 세븐 지역'에서 시작된 '집값반토막'(급매물이 최고가와 비교해 50% 수준) 현상이 수도권 전역으로 퍼질 수 있다고 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금융권도 상당한 규모의 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신규 대출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어서 주택 거래가 살아나기는 힘들다"며 "경기 하락으로 인한 실업 증가와 소득 감소로 주택수요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실과 건설사들의 미분양 및 프로젝트파이낸싱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실물경기 방향과 따로 진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이런 여건 때문에 정부의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는데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집값 하락으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투매에 가까운 매물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구 미래경영개발연구원장은 "이미 과도한 빚을 안고 있는 가계부문은 부동산 가격 하락과 실물경기 침체로 부채상환 부담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면서 "1·4분기 안에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지난해 서울 잠실, 과천 등의 공급물량 증가로 생긴 버블세븐 지역의 하락세가 올해 판교신도시의 본격적인 공급으로 가속화되는 것도 부동산 경기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과거 외환위기 이후 집값 급등이란 경험칙은 당분간 잊으라고 당부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2006년 11월까지 계속된 부동산 가격 상승은 풍부한 유동성과 투기수요의 가세에 따라 비정상적인 열병을 앓은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에 따라 시장이 회복된다고 해도 2006년 당시 집값을 경신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예전에는 강남 시장이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강남과 강북의 시장이 따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올해 지역별 편차가 더욱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설령 재건축 규제 완화 등으로 인한 강남시장의 거래 증가를 시장회복의 징후로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올해 안에 바닥을 다지고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바닥론'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의 경우 주택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구 증가, 통화량 증가, 저금리라는 집값상승의 3각축이 이뤄진다는 이유에서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수도권의 경우 집은 모자라는데 인구는 계속 유입되고 있는데다 올해 돈은 계속 풀릴 예정"이라면서 "실물경기가 위축되면 실물경기를 살릴 대책들이 나오고 그렇게 되면 각종 부양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 여건은 더욱 무르익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거래 증가와 함께 강남지역부터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의 대폭락은 기우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 미국과 1980년대 일본은 부동산 시장 자체가 불안했고, 이에 따라 금융이 부실화된 게 위기의 원인이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위기가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 부동산 시장 자체만으로 망할 이유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도권의 경우 지난 4년 동안 공급이 줄었기 때문에 경기가 풀리고 돈이 돌기 시작하면 집값은 언제든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박재현기자 parkjh@kyunghyang.com > - 재취업·전직지원 무료 서비스 가기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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