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노송동 주민센터 '얼굴없는 산타' 올해도..
"저 말씀 좀 드리겠습니다. 주차장 옆 화단에 가보세요."
23일 오후 1시47분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 방태웅씨는 30대 남자의 전화를 받고 '얼굴 없는 천사'임을 직감했다. 전화통화를 끝내고 화단에 가보니 복사용지 박스에 지폐 100만원 묶음 20개와 38만1000여원이 든 돼지저금통,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세요. 파이팅'이란 글이 적힌 A4 용지가 들어있었다.
2000년부터 9년 동안 10번째다. 한 번도 얼굴을 나타내지 않아 해가 갈수록 이 주인공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얼굴 없는 산타'로도 불리는 이 천사는 2000년 4월3일 초등학생을 시켜 58만4000원을 동사무소 민원실에 전달했다.
보자기에 돼지저금통과 꼬깃꼬깃한 돈다발이 있었다. 2001년에는 20대 초반 아가씨를 통해 742만8000원을 보냈다.
이 천사는 2002년부턴 세인의 관심이 쏠리자 몰래 공중전화부스나 화단 등에 지폐와 돼지저금통을 놓고 전화로 장소만 알렸다. 이 해에는 어린이날 하루 전과 12월 24일 각각 100만원과 161만2060원을 놓고 갔다. 지금까지 보낸 성금은 모두 8100여만원에 이른다.
노송동주민센터 측은 평범한 가정의 가족이 1년간 모은 돈을 두고 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돈을 맡기던 중노송2동사무소가 2005년 노송동으로 통합되자 이곳 주민센터로 돈을 놓고 간 점으로 미뤄 관내에 거주하거나 연고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주민센터 김연구 행정민원담당은 "매년 기부받은 돈은 관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인다"며 "주민을 대신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전주=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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