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매매율·전세값 '쌍끌이 급락'..발길 뚝
[CBS경제부 정영철 기자]
최근 주택시장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이 대세 하락기로 접어들었으며 실물경기 위축의 여파로 내년 상반기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부터 연이어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가격 하락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재건축 규제완화와 주택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를 골자로 한 11.3대책도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대책 이후 한달 동안 서울 지역은 1.14%나 떨어졌다. 분당, 일산 등 신도시는 1.22%, 다른 수도권 지역은 0.72% 떨어졌다. 투기지역 해제가 되지 않은 서울 강남 3개구는 대책발표 이후 1.76%나 떨어졌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내년 3월 위기설 등 매수심리가 워낙 위축되다보니 거래가 완전히 끊기다시피 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러한 매매가 하락은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쳐 전세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지난주 전세가격은 0.29%가 빠져 지난 2002년 12월 둘째주(-0.97%)이후 6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서울·경기·인천 지역이 각각 0.54%, 0.27%, 0.04%씩 떨어졌다. 신도시는 특히 소형 아파트 하락으로 약세(-0.54%)를 면치 못했다.
서울시 구별로는 중구가 -2.26%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 지역은 서울 도심권과의 접근성이 좋아 전세수요가 많던 곳이지만 이사비용을 아끼려는 세입자들이 늘면서 전셋집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신당동 남산공인 대표는 "지난 9월 이후 전세수요가 일절 끊겼다"며 "계약 만료 후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전세분쟁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최고 3억원까지 올랐던 신당동 남산타운 105㎡의 전세가격은 현재 1억8000만 원으로 주저앉았다. 이러한 사정은 강남권인 송파구에서 더욱 심각하다.
잠실동은 대규모 입주물량(엘스, 리센츠 등 1만 1,241가구)으로 인한 '입주쇼크'를 연출하고 있다.
T공인 관계자는 "지난 7월과 9월 입주를 시작한 리센츠와 엘스 전세물량이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2006년 말 입주한 레이크팰리스 전세만기까지 도래하면서 전제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입주 당시 최고 4억 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던 레이크팰리스 112㎡는 3억 원대 초반으로 전세가격이 떨어졌다.
신도시 가운데서는 평촌(-1.87%)의 전세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 초원대원 109㎡와 귀인마을 현대홈타운 92㎡는 한 주만에 3000만원씩 가격이 내렸다.
평촌동 H공인측은 ""전세가격이 급락하면서 집주인들이 대출받아 보증금을 돌려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가격 하락은 우선적으로 매매가 급락의 영향을 받은 탓이지만 대출을 끼고 집을 구입한 사람들이 잔금을 갚기 위해 전세를 싸게 내놓는 것도 큰 요인이다.
중도금 대출을 받은 집은 경매로 넘어가면 세입자들이 변제를 못 받을 수도 있어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들이려면 값을 대폭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 지역은 내년에 더 강한 '입주쇼크'를 예고하고 있어 가격 하락폭이 커질 전망이다.
경기도는 내년에 올해보다 1만1000가구가 많은 7만8천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어 전세물량 급증에 따른 가격하락이 불가피하게 됐다. 다만 서울 강남권은 올해 2만8000가구가 입주했지만 내년에는 8700가구만 입주해 내년 상반기 이후는 물량부담이 다소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닥터 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입주를 못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전세를 내놓으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이는 주변에 있는 오래된 주택의 전세가를 떨어뜨리는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고 전했다.stee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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