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좌담> 꽉 막힌 부동산 거래, 어떻게 풀 것인가

2008. 12. 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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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주택 거래의 실종이 꼽히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인 금융 혼란과 실물경제 침체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수요자조차도 부동산 매수를 기피해 거래 공백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거래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추가 가격 하락과 자산 디플레이션 심화, 그에 따른 매수세 위축과 부동산시장 침체라는 악순환이 반복돼 자칫 부동산발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 4월 7870건에서 10월 1059건으로 급감했다. 또한 강남 3구와 분당, 용인 등 이른바 '버블세븐'지역의 경우 가격이 지난 2006년 12월 고점 대비 30~40% 이상 추락한 곳이 수두룩하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이성근 한국부동산정책학회장(경희대 부동산학과 교수)과 이종열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 고철 주택산업연구원장 등 전문가를 초청해 부동산 거래 위축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사회=먼저 최근의 부동산 거래 부진의 원인을 진단해 달라.

▶이종열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하 이 회장)=부동산 가격의 추가적인 하락에 대한 기대감과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매수자들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이다. 또 참여정부때부터 이어온 규제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너무 잦은 변화의 모습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불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된다.

▶이성근 경희대 부동산학과 교수(이하 이 교수)=미래 주택 가격 하락 전망이 매수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데다, 이는 다시 주택 가격 하락을 불러와 악순환의 고리가 발생하고 있다. 매수세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 보유자들이 매도 가격을 낮춰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결국 매도심리가 위축돼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고철 주택산업연구원장(이하 고 원장)=수요와 공급이 만나야 거래가 된다. 거래가 안 되면 시장이 죽은 것이다. 지금은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것은 미분양 등 여러 문제가 종합적으로 얘기돼야 한다.

-사회=부동산 거래 실종은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가.

▶이 회장=부동산 거래 실종은 부동산시장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결국 건설경기 침체를 불러온다. 또 부동산 거래와 연계된 이삿짐센터나 인테리어업종 등 관련 산업도 침체를 피할 수 없다. 뙤 최근 부동산거래 실종 현상으로 실제 폐업하는 중개업소도 늘고 있다. 2008년 1~10월에만 1만 7910개가 문을 닫았다. 향후 부동산중개업소 폐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부동산 거래 실종은 실질적으로 주거 이동을 저해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동시에 부동산 거래가 없어지면 요즘처럼 소수의 급매물만이 시장에 나오게 되고 이 같은 급매물이 시장 가격으로 오인돼 부동산 가격 붕괴를 더욱 가속화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사회=8ㆍ21 부동산 규제 완화부터 시작해 최근 11ㆍ3 경제난국 극복 종합 대책까지 정부의 일련의 대책이 나왔지만 부동산시장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교수=정부 정책 발표에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정부에서 '풀 만큼 풀었다. 이게 마지막이다'라는 신호를 줘야 하는데 아직 수요자들에게 확신을 심어 주지 못했다. 이 같은 기대심리가 무섭다. 오히려 '정부가 또 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있으면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사회=이 교수의 말씀은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도 문제라는 얘기인데….

▶이 교수=MB정부는 지금까지 7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을 들여다보면 정부 대책이 순차적ㆍ종합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지난 11월 헌법재판소가 종부세에 대해 일부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9ㆍ23 대책에서 종부세 관련 대책을 내놓고, 11월 돼서 헌재가 종부세 위헌이라고 하니까 9ㆍ23 때 발표한 내용을 또 후퇴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라는 부분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다.

▶고 원장=이명박 정부가 큰 로드맵이 없다는 지적이다. 단편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우왕좌왕'한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최근 혼선이 일고 있는 건설사 구조조정도 같은 문제다. 정부가 은행들에 아무리 대출을 해주라고 독려해도 이제 자율화돼 있는 은행들에 이 같은 말이 먹히지를 않는다. 먼저 정부가 은행채 매입과 부실 채권 매입, 증자 등을 통해 은행의 건전성을 담보할 만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고서는 은행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과거와 같은 관치금융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정부가 수요자들에게 확실한 사인을 주지 않으면 수요자들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 회장=MB정부 출범 이후 지난 정권에서 생겨난 부동산 규제나 세제 폭탄으로 인한 동맥경화를 바로 풀었어야 했는데 지금처럼 찔끔찔끔 풀어서는 막힌 상태가 풀리지가 않는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돼 매수 세력이 사라진 지금 부동산시장을 살리려면 매수세력을 유인할 대책이 절실하다. 자금을 순환할 수 있는 처방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사회=정부가 이제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카드가 많지 않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책 대안 중 양도세 추가 완화를 얘기하고 있다.

▶이 회장=냄비에 불을 지피려면 전체적으로 과감하게 해야 한다. 1주택자는 양도세와 금융규제를 폐지하고, 2주택자는 집을 살 때 자기자본이 80% 수준이 되도록 하면 된다. 또 부재지주에 대한 양도세 66%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이를 33% 이하로 낮춰야 한다. 그래야 시골에 가서 살려는 사람들이 토지를 구입할 생각을 할 수 있다. 이제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 이들을 투기세력으로 몰고가기보다는 3~4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개념을 없애고 임대사업자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원장=미분양 아파트 문제가 심각한 만큼 IMF 때처럼 미분양 주택에 한해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이 경우는 1가구 2주택, 3주택이 된다 해도 해줄 필요가 있다.

▶이 교수=사실상 5년은 무리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이명박 정부에서 다음 정권으로 넘어간다는 부분도 있고 한 3년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또 지방 미분양 매입시 한시적으로 3년 정도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방법이 미분양 아파트에 공적 자금을 투입해는 방법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실효성이 있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거주 요건은 없애고 3년 보유기간만 유지하하는 방안, 2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완화 및 3주택자 이상은 양도세 중과세 보다 임대사업으로 구분하여 세제를 부과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책이 될 것이다.

-사회=취ㆍ등록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ㆍ등록세를 낮추는 것은 맞다. 자동차, 조선이 다 무너지는 상황에서 다른 각도에서 볼 때가 됐다. 거래를 풀고 세금을 어떻게 거둬들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세수 확보 차원에서도 거래가 돼야 양도세가 나올 것 아닌가. 양도세는 집값이 올라갈 때 내는 것이다.

▶고 원장=전적으로 동의한다. 세제는 형평성이 맞아야 하는데 양도세는 증여세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 양도세를 너무 강화하면 이를 피해 다른 곳으로 튀는 '풍선효과'가 나온다. 취ㆍ등록세를 감면하면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재건축 규제 완화는 어떻게 보나.

▶고 원장=정부가 최근 재건축 부문에서 규제를 풀었지만 문제의 핵심인 분양가상한제는 풀지 않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지 않고서는 재건축 규제 완화는 의미가 없다. 또 재건축에 따른 개발부담금을 납부할 수 있는 기부채납 등 다양한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회장=분양가상한제는 쉽게 말하면 이득의 한계를 정해주자는 것이다. 경제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양가상한제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 현장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제도는 절대적으로 맞지 않다.

▶이 교수=공공택지는 분양가상한제를 해야 하겠지만, 민간택지만큼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는 게 맞지 않다. 지나친 개입은 부작용을 낳는다.

-사회=앞에서 언급된 내용 외에 추가할 정책 대안이 있다면 말해 달라.

▶이 회장=과거 DJ정부 시절 때는 벤처기업으로 국민의 관심을 돌렸다. 지금은 새로운 대안이 없다. 불을 지피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아쉽다. 정부가 정책을 해나갈 때 기초 자료를 뽑아야 하는데 우리는 부동산 거래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자료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과 일본의 거래정보망은 전 국토의 부동산 거래정보를 하나로 통합 관리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실거래가격을 파악하고 시세 동향은 물론 매매 임대 수요 등을 예측하고 있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통일된 거래정보망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중개업소의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정보망을 정부의 정보망과 통합 운영하고 포탈형으로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고 원장=부동산 담보대출이 3년인데 이게 올해에 몰려 있다. 이런 것은 정부가 자동적으로 연장해줄 수 있는 사인을 줘야 한다.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 교수=이번에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역 균형발전사업은 필요하지만 동시다발로는 하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이다. 막무가내로 지어낸 지방 공항들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정말 필요한 일자리 창출의 개념으로 가야지, 너무 과시적인 것은 문제다. 새만금 개발이나 제주도 등 단계적으로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써야 된다.

정리=박지웅 기자/goahead@heraldm.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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