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대책 한달째..미분양 쏟아지고 집값 계속 떨어져
"대책효과요? 언발에 오줌누기죠. 외환위기 때보다 더 한 것 같아요. 계속 떨어진다는데 누가 사겠어요."(서울 강북 길음동 중개업소 사장)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내놓은 11·3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진 수도권 비상한제 아파트들은 여전히 맥을 못추고 분양가보다 낮은 깡통분양권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수도권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의 경우 급매물 가격이 2006년의 최고 거래가 대비 40% 이상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나 일부 전문가의 주장처럼 '집값 반토막' 전망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순위내 청약 옛말, 미분양 홍수투기지역 해제 등 규제 완화 대책이 발표된 지난달 3일 이후 최근 공급된 서울·수도권 요지에 분양됐던 아파트는 여전히 미달사태를 빚었다.
3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이후 지난달 말까지 순위별 분양이 진행된 전국 23개 단지 중 22개가 1∼3순위 청약을 마감하지 못했다. 중흥건설이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2지구 D-4블록에 짓는 '행신 2차 중흥S클래스'의 경우 모든 주택형이 순위 내 청약을 끝내지 못했다.
두산건설이 공급하는 경기 부천 약대동 두산 위브 1, 2구역 1118가구의 1순위 청약에서 총 141명이 신청해 평균 0.12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또 지난달 11∼12일 1, 2순위 접수를 한 인천 석남동 금호 어울림 일반분양분 44가구도 계약 직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후분양 아파트였지만 5명만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실물경기가 워낙 침체된 데다 규제완화에도 여전히 분양가가 높다고 판단하는 수요자들이 많고 분양권 전매허용으로 분양가보다 싼 급매물이 나오면서 신규청약에 대한 매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분양가 밑도는 깡통 분양권 등장한때 뉴타운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서울 성북구의 분양권 시장은 침체된 상황이다. 길음뉴타운은 분양가보다 낮은 깡통 분양권이 등장하고 있다.
경기침체도 원인이지만 길음동 일대는 재정비촉진지구로 정비되면서 분양권을 포함한 20㎡ 이상 토지를 거래할 때는 거래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아파트 분양권을 팔고 싶어도 매수세가 없고 규제로 묶여 있어 문의 전화도 없다"며 "미분양이 넘쳐나도 안사는데 누가 거래허가까지 받으면서 집을 사겠냐"고 말했다.
분양권 거래가 없기는 하월곡동, 종암동 일대도 마찬가지.종암동 S공인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가 전면적으로 해제된 지난달 7일 이후 R아파트에서 웃돈 붙은 매물이 나왔지만 거래는 안되고 있다"며 "매수자들의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버블지역 집값 40% 이상 빠져2006년 13억6000만원에 거래되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112㎡형이 지난달 29일 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고가에서 42% 떨어진 것. 송파구의 신천동 장미2차 129㎡는 6억5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오면서 2006년 거래된 최고가(12억5000만원) 대비 48%가 하락했다.
또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가락동 가락시영2차 56㎡는 급매물 시세가 6억원으로 2006년 최고 11억원에 팔린 것과 비교해 45.5%가 내렸고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 106㎡는 현재 급매물이 5억8000만원 선으로 역시 2006년 최고 실거래가 9억8000만원 대비 40.8% 떨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는 2006년 11억6000만원에서 현재 7억8000만원으로 33%, 112㎡는 2006년 최고 14억원에서 현재 9억5000만원으로 32%가량 하락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강남구와 경기 분당, 용인 일대의 일부 급매물 시세는 2006년 고점대비 30∼4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앞으로 집값의 향배는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불안 지속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실물경기 회복이 빨라진다면 부동산도 이른 시일 내 안정될 것이고 반대로 회복이 늦어진다면 불안 시기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First-Class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 구독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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