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공제조합 치료비 뺑소니?

2008. 11. 24. 21: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복합부위통증 진단 20대 피해자 10개월 방치

"사고와 질병 무관…비용 못댄다" 소송 제기

20대 직장여성이 교통사고를 당한 뒤 복합부위통증을 호소하는데도 택시공제조합 쪽이 치료를 거부하고 비용을 댈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회사원 윤미옥(28)씨는 24일 입원 중인 경기도 수원의 아주대병원에서 "이제라도 택시공제조합이 성실하게 치료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사고 뒤 10달 남짓 밤잠을 제대로 못자고 통증에 시달리는데도 야속하게 비용만 셈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윤씨는 지난 17일 택시공제조합이 채무부존재 소송을 광주지법에 냈다는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받았다. 통보를 받는 순간 앞으로 예정된 척수신경자극기 삽입이나 이식형 척수강내 약물투입기 시술 등에 들어가는 수백만원의 비용을 어떻게 마련해야할지 하늘이 노래졌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몸상태가 나빠질 게 뻔한 교통사고 피해자한테 가혹하고 야박하기 짝이 없는 조처였다.

"시집도 안 간 처녀가 몸에 이런 기구를 심고 싶겠어요. 통증이 날로 심해져 정말이지 몇번을 망설이고 미루다가 시술을 결심했는데 소송을 당했다니 참담할 뿐이에요."

윤씨는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의 영어통역을 하는 유망한 젊은이였다. 지난 2월9일 자정 광주시 동구 그랜드호텔 부근을 지나다 택시에 왼쪽 발등을 치이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그는 2주 치료가 필요한 발관절 염좌라는 진단을 받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발목 부위의 통증이 심해지더니 심하게 부어오르고 피부색마저 변하면서 차츰 통증의 부위가 확대됐다. 통증은 발목 뿐 아니라 무릎, 고관절, 어깨 등으로 퍼졌고, 병원 서너곳을 전전한 끝에 아주대병원, 서울대병원, 조선대병원 등지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외상 후 팔 다리 무릎 등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나는 매우 드물지만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신경병성 통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공제조합은 최초 사고의 증상에 비춰 발병 부위와 통증 정도를 연관짓기 어렵다며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처음에는 치료에 미온적이다가 사고와 발병이 인과관계가 없다며 채무부존재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택시조합 쪽은 "윤씨가 10여곳의 병원을 오가며 치료했고, 왼쪽 발목을 치었는데 오른쪽 발목까지 아프다고 주장한다"며 "소송을 낸 만큼 법원에서 신체 감정과 전문가 소견을 들어 치료비 지급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씨는 "힘없는 개인한테 스스로 치료하고 소송에서 이겨야 치료비를 주겠다는 것은 용서받기 어려운 횡포"라며 "의사진단서가 있는데도 택시조합의 의료심사위에서 멋대로 내린 결론에 따라 소송을 제기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 한겨레신문 구독| 한겨레21 구독]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