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미술 특구' 홍대앞]10주에 400만원..제주서도 원정

2008. 11. 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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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전국서 수천명 몰려와 낮부터 심야까지 북새통

ㆍ겨울방학 특강 500만원 육박… 방 구하기 전쟁도

지난 7일 오후 10시 서울 홍익대 앞 미술학원 거리. 때아닌 버스 행렬로 북새통이었다. 거리 양쪽에 빽빽하게 들어선 90여개의 입시미술학원 입구마다 15인승 버스 40여대가 줄줄이 늘어섰다. '입시미술 특구'라는 홍대 앞에서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을 기다리는 '귀가 차량'들이다. 버스에는 일산11호, 안양46호, 강남81호 등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행선지가 붙어 있다.

학생들을 기다리던 버스기사 이모씨(50)는 "여름방학이 지나면서부터 수도권 곳곳의 학생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멀리서 오는 학생들을 위해 학원들끼리 연합해 귀가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강남·목동 등 서울 시내는 물론 멀리 일산·안산·인천·부천까지 간다"고 말했다.

각종 화구를 들거나 멘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쏟아져 나왔다. 휘황한 간판들 사이로 '홍익대 2001~2008 전국 최고의 합격률' '합격의 꿈! OO학원이 실현시켜 드립니다'는 등 각종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 있다. 그 안에는 깨알 같은 글씨의 지난 합격자 명단들이 적혀 있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 초까지 진행되는 본격적인 미대 입시철을 앞두고 수도권 곳곳의 학생들이 홍대 주변 미술학원가로 모이고 있다. 서울시 서부교육청에 따르면 홍대 주변 입시미술학원은 93곳. 학생 수는 3000~4000여명에 이른다.

홍대앞 ㅇ미술학원 관계자는 "입시철이 되면 대구·전주·청주뿐 아니라 제주도에서도 학생들이 올라온다"며 "특히 수능이 끝난 11월부터 12월 말까지가 가장 많은 입시생이 몰리는 피크 타임"이라고 말했다.

귀가버스 앞에서 만난 이대부고 3학년 유모양(18)은 "오후 4~5시에 학교 수업이 끝나고 바로 학원으로 와 저녁을 대충 먹고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수업을 듣는다"며 "피곤해서 학교에서 졸기도 하지만 나만 빠질 수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학원비는 보통 한 달에 50만~70만원대. 입시반은 이보다 더 비싼 편이다. 14일 개강하는 수능 이후 입시반을 수강하려면 10주 과정에 300만~400만원을 내야 한다. 겨울방학 특강은 500만원에 육박한다.

안양행 귀가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신모양(18·안양여고 3)은 "나보다 멀리서 온 친구들도 많다"면서 "같은 반 한 친구는 천안에서 매일 KTX를 타고 오간다"고 말했다.

이어 "거리도 멀고 가격도 만만찮지만 입시 미술의 노하우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그렇게 해서라도 오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아예 이 일대 원룸·고시원·하숙집 등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미술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지방 입시생들도 많다.

재수생 이모양(19)은 올초부터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수능이 끝나면 방을 잡기도 힘들고 집이 인천이라 입시에 '올인'하는 마음도 먹을 겸 방을 구해 살고 있다"며 "재료비, 학원비, 하숙집 월세가 한 달에 130만원이 훌쩍 넘어 올해는 꼭 붙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고시텔을 운영하는 고모씨(62)는 "매년 수능을 앞두고 11월부터 두 달 동안은 지방에서 올라오는 미대 입시생들 때문에 원룸이고 하숙이고 방이 없다"며 "방을 못 잡을까봐 봄부터 미리 가계약을 하거나 웃돈을 얹어주는 사람도 제법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고시텔 관계자는 "수능 때 몰려왔다가 두 달 후엔 다 빠져나간다"며 "아예 2개월짜리 단기 계약으로 장사하는 원룸도 많다"고 말했다.

근처 음식점·편의점 등도 미술학원 특수를 누린다. 학원가의 한 분식집 주인은 "11월쯤 되면 평소보다 매출이 30~50% 정도 는다"며 "점심·저녁 시간과 학원이 끝나는 밤 10시 이후엔 주변 음식점들이 미술학원 학생들로 북적인다"고 말했다.

< 이로사·조미덥·김지환·황경상기자 ro@kyunghyang.com > - 재취업·전직지원 무료 서비스 가기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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