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전통지지 은퇴자·히스패닉 '변심'기류

2008. 10. 2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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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주가폭락·실업 영향…무당파 표심에 '촉각'

민주 총력태세…"조기투표 첫날 두배 앞서"

[미국 대선 격전지를 가다] ③플로리다

지난 21일 아침 플로리다 주정부가 있는 탤러해시 르온카운티 법원 건물 1층 로비. 유권자들이 속속 조기투표장을 찾았다. 나이 지긋한 백인들도 더러 눈에 띄었지만 흑인과 히스패닉들이 많았다. 플로리다 전체에서 15만명이 참여한 조기투표 첫날 민주당 지지자들이 2대 1로 많았다고 <유에스에이투데이>는 분석했다.

투표장을 나서는 이들의 선택은 엇갈렸다. "버락 오바마는 위기에 빠진 현재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후보다. 그가 내놓은 대안들이 훨씬 현실적이다." 흑인의 피가 절반 섞여 있다는 여대생 린지 샨탈(20)은 "이번엔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플로리다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쿠바 난민 2세대인 여대생 야라 로렌소(26)의 생각은 달랐다. "매케인은 나라에 수십년 헌신했다. 그의 경험과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쿠바 아바나에서 태어나 여섯살 때부터 플로리다에 살았다는 그는 지난 두 차례의 대선처럼 이번에도 플로리다는 공화당이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숱한 혼란과 논란 속에 재검표를 치렀던 플로리다는 537표의 차이로 공화당 집권 8년의 서막을 열어준 곳이다. 선거인단도 27명으로 접전지 가운데 가장 많다. 그만큼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투가 치열하다.

매케인은 지난 17일에 이어 오는 24일 다시 이곳을 방문한다. 그에게 플로리다를 잃고서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는 방정식은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지난 20일 올랜도에서 '맞수'였던 힐러리 클린턴과 첫 공동유세를 벌이며 응수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세배가 넘는 텔레비전 광고를 플로리다에 쏟아붓고 있다.

판세는 갈수록 혼전이다.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닷컴> 집계를 보면, 오바마는 20일을 고비로 매캐인에게 오차범위 이내인 2%포인트까지 추격당했다. <폭스뉴스>의 20일 조사에선 매케인이 1%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발표됐다.

'플로리다 혈투'의 최대 변수는 서쪽 탬파비치에서 올랜도를 거쳐 동쪽 데이토너비치에 이르는 4번 고속도로 주변 지역들의 표심이다. 무당파 밀집지역인 이들 지역은 플로리다를 남북으로 가르며 보수적 전통이 깊은 북플로리다와 민주당 우세지역인 마이애미 등 남플로리다 사이에서 교량 구실을 해왔다. 2004년 대선에선 민주당이 올랜도를, 공화당이 탬파를 각각 가져갔다.

인구의 20.1%를 차지하는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들의 움직임도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다. 쿠바 출신 이주민이 다수인 이 지역 히스패닉들은 전통적으로 친 공화당 성향이었으나 최근 푸에르토리코, 멕시코 등지의 이주민이 급증하면서 투표 성향을 점치기 어려워졌다. '라틴계 선출·임명직공직자 전국연합'(NALEO)이 최근 플로리다 히스패닉들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오바마 43%, 매케인 45%로 막상막하였다. "오바마는 젊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매케인은 경험은 많지만 늙었고, 공화당이라서 싫다." 21일 저녁 탤러해시의 멕시칸 음식점에서 만난 미사엘 로드리게스(21)는 "차라리 투표용지에 힐러리 클린턴의 이름을 써넣을 것"이라며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습하고 더워 모기들이 득실거리던 플로리다는 냉방장치가 보급된 이후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해 중북부의 은퇴한 연금생활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플로리다의 65살 이상 인구는 16.8%로 전국 평균 12.4%보다 뚜렷하게 높다. 추운 북부에서 따뜻한 날씨를 찾아 이주해온 연금생활자들은 공화당 지지성향을 보여왔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미국을 덮친 금융위기로 연금이 투자된 주식이 폭락하면서 이들의 불안감을 자극한 탓이다. 21일 조기투표에서 오바마에게 표를 던졌다는 위스콘신주 출신의 연금생활자 폴 존슨(67)은 "오바마가 세금을 좀 올려도 괜찮다. 세금에서 복지가 나온다"며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망친 공화당 정권에 표를 줄 순 없다"고 말했다.

이슈는 역시 경제다. 오바마 진영의 투표 참관인인 여성 변호사 돈 화이터스트(45)는 "플로리다는 납부금 연체와 차압에 직면한 모기지 주택 소유자의 비율이 13.68%로 미국에서 가장 높다"며 "주택과 실업문제를 얘기하면 유권자들이 공감을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단골메뉴는 역시 세금이다. 플로리다주 공화당 공보담당 케이디 고든(25)은 "자원봉사자들이 전화, 메일, 호별방문을 통해 오바마가 결국 세금을 올릴 것이라는 점을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탤러해시(플로리다)/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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