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컨설턴트 최경희씨가 전하는 '취업비결'

"너 도대체 4년 동안 뭐했니?"
그의 따끔한 한 마디에 상담 받으러 온 졸업반 여대생 열에 아홉은 주르르 눈물부터 쏟아낸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여대생들이 선망하는 근무지 1위)를 무대로 활동하는 멋진 커리어우먼을 꿈꾼다. 그러나 평범한 학점에 그저 그런 영어실력, 사회경험이라곤 과외교사나 서빙 아르바이트 말곤 찾아 볼 수 없다.
이런 졸업반 여대생들과 마주하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최경희(30ㆍ인크루트) 씨. 그는 취업컨설턴트다. 그래도 오늘도 이들 앞에 서 '이력서 잘 쓰는 법'을 강의하고, 사연 절절한 이메일에 답장하며 진로를 함께 고민한다. "취업컨설팅이 결국 인생 컨설팅이더군요~." 이제 갓 '계란 한 판' 나이인 그녀는 또래보다 의젓하고 성숙해 보이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1일 오후 3:00 목포 모의면접- 2일 오전 10:00 울진 강의
대기업 인사과 출신, 그것도 남성이 대부분인 취업컨설팅 세계에서 최씨는 변변치 않은 이력과 짧은 경력(1년 7개월)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는' 취업강사로 꼽힌다.
처음엔 어린 나이와 앳된 모습에 강의 맡기길 꺼려하던 대학 측도 나중엔 팬이 되어 꼭 그녀를 고집한다. 요즘 같은 취업시즌엔 많게는 한 달 스무 건의 강의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지난 1~2일 스케줄을 보자. 1일 오후 3시 전남 목포에서 대학모의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석했다. 다음날 오전 10시 경북 울진에서 강의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 하지만 이날 설상가상으로 고물 애마가 말썽을 부려 목포에서 렌터카를 빌어 타고 간신히 울진에 당도했다. 귀경한 시각은 3일 정오.
보통 직접 운전해 일주일에 3000~4000㎞를 달린다. "하루 1000㎞를 달린 적도 있어요. 어느 정도 거리인지 감이 안 오시죠? 제가 사는 안양에서 경남 거제까지 왕복한 거리 정도돼요." 전국 취업캠프에 참여하다보니 이제 전국 도로망을 다 꿰뚫게 됐다. 지역 축제와 특산물도 줄줄 읊는다. 인터뷰 이후 일정은? 밤늦은 춘천행이란다.
▶재미있게 읽은 이력서? 취미는 축구에 특기는 스루패스(Thru Pass)래요~
취업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미리 검토해 주는 것은 그녀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 "하루는 이력서를 보다가 배꼽 빠지게 웃은 적이 있어요. 취미와 특기란에 뭐라고 썼는 줄 아세요? 글쎄 취미는 축구고 특기는 스루패스(공격 팀에서 상대 팀 선수 사이로 볼을 차서 보내는 기술)라는 거에요. 하하. 이 학생 얼굴이 너무 궁금해서 직접 찾아가서 봤는데…. 뭐가 이상한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더군요."
생각할 때마다 가슴 뿌듯한 학생도 있다. 휴학을 하고 2년 간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던 탓에 또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한국외대 4학년생 L양. 결국 공무원의 꿈을 포기하고 금융권에 문을 두드렸지만 이력서를 낸 50군데에서 번번히 낙방하고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태였다. L양은 최씨로부터 세 차례 컨설팅을 받은 뒤 결국 국내 굴지 은행에 합격했다. L양은 신입사원 연수원에서 장문의 편지와 각종 과자가 가득 담긴 선물상자를 보내왔다. "편지 곳곳이 눈물 자국으로 번져 있는데…. 저도 같이 울었어요." '기억이 나실 런지 모르겠지만…'으로 시작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이메일은 하루에도 수십 통 씩 메일박스를 채운다.
L양의 취업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본인의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이 은행업무에 잘 맞는다고 막판에 어필한 게 효과를 본 것 같다"는 것이 최씨의 분석.
여대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멍석을 펴주자 봇물 터지듯 할 말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기업들은 점점 더 지원자의 실무경험이나 학창시절 가시적 성과를 중시하는데 여학생들은 그런 면에서 남학생에 비해 절대적으로 취약해요." 해외연수나 배낭여행 경험조차 없는 여대생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부모님이 엄하셔서…"라며 말끝을 흐리기 일쑤라고.
일부 소극적인 여학생들과 정확히 반대되는 한 남학생의 실례를 보자. 천안기술교육대 경영학과 4학년생 P씨. 학벌과 학점, 토익점수라는 소위 '스펙' 면에서 딱히 내세울 게 없는 처지였지만 대학시절 따놓은 각종 자격증이 무려 26개, 응모해 당선된 공모전이 11개에 달했다. 거기다 각종 기업체와 기관 후원을 이용해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수 차례 해외여행을 경험했다. P씨는 졸업도 하기 전에 한국리더십센터 인턴에 합격했다.
최씨는 대부분의 여학생이 선호하는 마케팅 분야 대신 남성들만의 세계에 뛰어들라고 조언한다. "여성은 일반 남성만큼만 일해도 더 주목 받고 높이 평가 받아요. 남자보다 쉽게 상위1%에 속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기도 하다.
▶취업재수생이 취업전문가가 되기까지…
최경희 씨 역시 한때 방 안에 틀어박혀 미드(미국드라마)만 줄곧 보던 백수폐인이었다. 소설 '향수'에 꽂혀 향수전문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무작정 진학한 대학(경기대 화공과)은 적성에 맞지 않았고, 기자를 꿈꾸며 다시 들어간 대학(한양대 안산캠퍼스 신방과)에선 광고에 매력을 느껴 광고홍보학과 강의를 더 재미있게 들었다. 1년6개월간 영국연수까지 다녀와 나이는 먹을 대로 먹었지만 막상 졸업을 해야 할 순간이 오자 막막하고 무섭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시 토익점수도 없는 상태였죠.
외국에 비싼 로열티 주는 게 싫어서 일부러 안 봤거든요." 사실 대학시절 내내 '취업'이나 '성공'이란 단어보다 사회소수자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히피 대학생'이었다. "차림새도 딱 그랬어요. 동생이 중세시대 마녀 같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하."
결국 졸업 이후 6개월 간 백수로 지내며 'CSI시리즈' 'Law&Order' 'Sex& the City' 등 미드란 미드는 모두 섭렵하다 다시 학교(경희대 국제대학원)를 들어갔다. 최씨는 그 시절을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잘하는 게 뭔지도 잘 몰랐다"고 회고한다.
정작 본인의 취업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영어회화실력과 자신감 있는 태도'로 정리했다. 무역업을 하시는 부모님은 덕분에 집에는 홈스테이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끊이지 않았고, 자연스레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대화를 나누게 됐다. 자료분석에 소질이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됐다.
이날 인터뷰 사진촬영을 위해 이리저리 포즈를 잡던 그녀는 "만족도 최하인 직업이 뭔 줄 아세요?"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바로 모델이에요!" 그럼 직업만족도 꼴찌에서 두 번째는? 바로 의사란다.
정은정 기자(koala@heraldm.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m.com)
■최경희가 여대생에게 들려주는 10가지 조언
☞남친에게 리포트 부탁하지 말고 실력을 키우라
-학점 잘 주는 과목만 골라 듣지도 말자
☞패션지 대신 신문, 시사잡지를 읽어라
-피부는 20대 초반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 것. 단, 시집 잘 가는 것이 목표인 사람은 패스~
☞방학 기간 시간관리를 철저히 하라
-오전 11시에 일어나 오늘은 뭐할까 고민하다간 방학 끝나고 남는 것이 없다
☞평균 남자들이 할 줄 아는 것은 꼭 해야 한다
-체력, 운전, 배짱, 끈끈한 인맥, 술... 슬프지만 술 잘 마시는 것도 '능력'이 된다
☞혼자인 것을 두려워 말자
-혼자 여행하고, 영화보고, 밥 먹는 것을 두려워 해서 지방출장, 해외출장은 어떻게 다니겠나
☞'난 여자니깐' 환상을 버려라
-사회에선 약점이 드러나는 순간 이미 게임에서 진 거다
☞남자들이 하는 스포츠를 함께 하라
-테니스, 스키, 야구, 축구 등 남자들이 하는 스포츠 한 두개 쯤은 전문가가 되라
☞'착한 딸'의 모습은 버려라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부모님에 맞서 통행금지 쯤은 폐지시켜라
☞센스있는 여자가 되라
-제가 커피 타고 복사하러 회사 들어왔나요 묻지 말자. 여자이기 이전에 조직의 막내다.
☞혹 백마 탄 왕자를 만난다 해도 조직경험은 필수.
-사회생활을 경험해야 내조도 잘 한다.
■최경희가 말하는 10대 유망직업
☞M&A전문가
-임금수준, 안정성, 근무환경, 직업전문성 면에서 단연 최고
-경제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재무 법무분야 전문성 확보가 필수
☞헤드헌터
-보통 서치펌(search firm)에서 일하게 됨
-일을 할 수록 전문성과 인맥이 쌓여 직업유연성 면에서 최고
☞환경컨설턴트
-기업 내 사업 환경영향 평가, 관련 비즈니스 전략 수립 등 업무
-아직 흔하지 않지만 환경규제가 엄격한 선진국과의 FTA체결 이후 수요급증 전망
☞심리치료사
-심리평가와 검사, 상담과 재활프로그램 개발ㆍ실시 업무
-임상심리자격증, 상담심리자격증 요구됨
☞경영컨설턴트
-경제 경영 산업공학 전공자에 유리, 석박사나 해외MBA출신이 주류
☞국제법률변호사
-FTA발효 이후 양국 법률에 모두 정통해야 각광받을 전망
☞인사컨설턴트
-기업 내 인적자원 관리와 조직체계 정비, 직원대상 교육 등 담당
☞국제협상전문가
-아직 외교통상부 등 공직이 대부분 담당하지만 향후엔 민간전문가 필요성 증가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전문가
-고객정보를 수집하고, 적극적으로 고객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ㆍ관리하는 업무
-e비즈니스, e마케팅에서 수요가 많은 편
☞자산관리사
-개인 재무상태를 파악해 부동산, 주식 등에 운용 투자토록 추천하거나 조언하는 업무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업에 종사하는게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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