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예방 위한 전문 상담교사 더 늘려야

미디어오늘, media@mediatoday.co.kr 2008. 9. 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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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원호 한영신학대학교 겸임교수(교육학박사)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지난 2003년 학생들의 정서적·사회적 문제를 도와주고자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여 전문상담교사를 양성하였다. 당초 2006년까지 각급 학교에 전문상담교사 1인을 두어 학교폭력, 진로문제 등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을 심리 상담의 입장에서 전문적으로 예방 및 해결해 나가고자 하였고, 2005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2조 1항에 근거해 학교에 상담실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전국적으로 1만 1천여 개에 달하는 초ㆍ중ㆍ고교에 전문상담교사는 고작 779명에 불과하다.

최근 인터넷 중독 및 학교폭력, 학교성폭력 등으로 인하여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학교 폭력이 심각해지고 난폭해짐에 따라 선의의 피해를 입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음은 물론, 대다수의 학생들이 동료 학생들과의 경쟁과 단절, 개인주의 학습, 입시와 진로 문제 등으로 인한 긴장과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교는 인성교육은 커녕 입시위주의 지식 전달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 학생들이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기에 도움을 준다면 얼마든지 치유할 수 있지만, 이를 방치하고 내버려 둔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문제에 대체로 무관심할뿐더러 아이들의 일상적인 생활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상행동을 조기에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학생들은 담임선생님이나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선생님에게 학업의 어려움이나 대학진학, 이성문제, 학교적응, 교우관계, 가정문제 등 온갖 소소한 일상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전문상담교사제의 도입으로 이러한 풍경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교직에 대한 특별한 사명의식을 갖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헌신적인 교사는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들은 학생대로,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구조적으로 식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담임선생님은 학생 상담은 당연히 상담교사의 몫이라고 미루어버리는 탓에, 아이들의 고민과 문젯거리는 낙동강 오리알 마냥 밀리기 일쑤다. 학교에 전문 상담교사가 배치되어 있지도 않을뿐더러 무늬만 상담부인 교사들은 수업과 잡무처리, 상담까지 삼중고에 시달려야 한다. 더구나 순회 상담교사는 만날 수조차 없고, 그동안 그럭저럭 고민을 해결해 주던 교사들마저 머뭇거리며 책임을 돌리는 사이 학생들은 돌파구 없는 구렁텅이 속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다.

최근 감시 카메라 설치로 인해 사생활이 노출되고 인권을 침해받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가운데, 이를 통해 더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대의명분에 밀려 감시 카메라 설치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학교 요소요소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면 학교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생각에, 학교 폭력이 재연될 때마다 감시 카메라 설치가 일순위로 거론된다. 각 지자체마다 학교 주변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있어 매년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그에 반해 전문 상담교사 확보를 위한 예산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 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감시 카메라가 24시간 감시해야 하는 영역이 있고 전문 상담교사가 신속하게 대처하고 개입해야 하는 영역이 따로 있다. 감시카메라 설치 자체만으로는 학교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다. 감시 카메라는 결코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해결사가 될 수 없다.

물론 가시적인 효과로 보면 교실 밖 학교 울타리 내에서의 학교 폭력은 줄어들겠지만, 폭력은 카메라가 설치된 교실 밖에서 교실 안으로 옮겨지게 될 것이다. 백 번 양보하여 감시 카메라로 눈에 드러나는 폭력을 줄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 아이들의 심리적 상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들을 상담하고 치료하는 것은 전문 상담교사의 몫이다. 매년 새로 설치되는 카메라 대수만큼 상담교사가 늘어난다면 학교 폭력 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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