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팝니다" "취업문턱 당락좌우" 인터넷 대필업체 성업

2008. 8. 3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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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첨삭부터 통째 작성… 최고 30만원기업들 심사 강화 "면접때 다 드러나"

면접 문턱도 못 가보고 '서류전형 불합격'만 40번. 취업 1차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낙심하던 취업 준비생 박모씨(24·여)는 고민 끝에 올 하반기 구직때 쓸 자기소개서를 대필 업체에 맡겼다.

박씨는 "서울 중상위권 대학 출신이고 영어 성적과 학점도 좋은데 서류전형부터 떨어지는 게 아무래도 자기소개서 탓인 것 같았다"면서 "자기소개서를 많이 써봤다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3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이 부담은 됐지만 대필 선택은 만족할 만했다. 박씨는 "내 경력과 인생관 정도를 대강 써서 넘겨줬는데 업체 쪽에서 무척 짜임새 있게 재구성해줬다"며 "어휘가 풍부하고 문장도 세련돼 나처럼 문장력 없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서 자기소개서를 대필해주는 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자기소개서가 당락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돈 주고 자기소개서를 사려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취업난이 가속화하면서 지난해부터 특히 성업 중인 자기소개서 대필 업체는 저마다 '대기업 인사팀 출신 직원' '유명 헤드헌터 직접 지도'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성업 중인 인터넷 대필 업체는 대략 20여곳. 이들은 지원자 상담을 거쳐 자기소개서를 통째로 작성해주거나 지원자가 1차 작성한 것을 다듬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비용은 최저 10만원부터 최고 30만원에 달한다. 자기소개서 대행업체 ㅈ사 관계자는 "하반기 채용이 코앞에 닥치면서 요즘에는 하루에 20통 이상의 문의전화가 걸려온다"며 "취업 준비생 대다수가 학벌이나 성적이 좋아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명문대생이나 석사 출신 할 것 없이 대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기업 인사팀 출신 전문가가 작성하는 자기소개서는 30만원 선인데 하루에 1건 정도 의뢰가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자기소개서의 효과는 어떨까. 대학생 윤모씨(26)는 "취업에 성공한 사례들을 내세운 광고를 보고 혹해서 20만원을 주고 대기업 자기소개서 3개를 대필했는데 2곳은 떨어지고 1곳만 붙었다"며 "대필 업체에서는 전형적인 모범답안을 토대로 쓰기 때문인지 겉모습은 그럴 듯해 보여도 대개는 비슷비슷하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인사팀 김성호 차장은 "남이 써줬거나 '모범답안'을 베낀 자기소개서로 운좋게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심층 면접에서 대답을 못해 꼬리를 밟히게 돼 있다"며 "소신껏 특색있게 쓰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요즘 자기소개서를 베끼거나 대행하는 사례가 잦아 표절 관련 연구를 하는 대학 기관과 협조해서 이를 적발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유희진기자 worldh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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