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9월 대격돌

2008. 8. 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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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60~2000년 VS 서기13년

음악 VS 그림

다음달, 덩치를 키워가며 새로운 소재를 개척하는 드라마 산업의 최전선을 리모컨 하나로 두루 살필 수 있다.

8월 말부터 공중파 3사에서 8편이 줄줄이 시작한다. 그중 제작비 200억원을 넘는 초대형 드라마가 두 편이다. 오케스트라, 화가 등 이제까지 본격적으로 다뤄진 적 없는 소재들도 등장한다. 송승헌, 문근영 등 출연진도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평일 밤 10시대, 취향 따라 골라잡을 수 있다. 월·화에는 1960년대부터 두 가족의 얽히고설킨 운명을 따라가는 드라마 문화방송 <에덴의 동쪽>, 영화·만화로 인기 검증을 마친 도박꾼들의 이야기 에스비에스 <타짜>, 로맨틱코미디 한국방송 <연애결혼>이 맞붙는다. 수·목에는 고구려 왕 무휼의 이야기인 한국방송 <바람의 나라>, 오합지졸 오케스트라를 그린 문화방송 <베토벤 바이러스>, 신윤복과 김홍도가 주인공인 에스비에스 <바람의 화원>이 경쟁한다. 주말 저녁, 익숙한 가족극도 마련됐다. 문화방송 <내 인생의 황금기>는 재혼 가정 삼남매 이야기이고, 에스비에스 <유리의 성>은 재벌 2세와 결혼한 아나운서와 시댁의 갈등을 담았다. 이들 가운데 압도적인 규모를 보여주는 시대극 2편, 소재 확장을 잘 보여주는 드라마 두 편을 들여다봤다.

1960~2000년 VS 서기13년

■ 에덴의 동쪽

격랑 현대사 형제의 선택은…송승헌 출연…제작비 250억

송승헌, 연정훈 등 화려한 출연진에 제작비 250억원을 들인 문화방송 50부작 <에덴의 동쪽>(연출 김진만·최병길, 극본 나연숙)은 원수 사이인 두 가족의 운명을 따라간다. 시간은 1960년대부터 훑어내리고 공간은 강원도 태백 탄광, 서울 달동네, 마카오와 홍콩으로 넓혔다. 강한 자만 살아남는 세상, 칼날을 서로 겨눌 수밖에 없게 되는 형제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재벌 신태환 가족과 탄광 노동자 이기철 집안은 철천지 원수 사이다. 냉혈한 태환은 파업을 이끄는 기철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기철과 태환의 아내가 같은 날 아이를 낳는데 태환에게 버림받은 간호사가 두 아이를 바꿔치기 한다. 기철의 아내 춘희는 원수의 자식 동욱(연정훈)을 키우고 진짜 아들은 신명훈(박해진)으로 자란다. 복수를 꿈꾸며 자라는 동철(송승헌)·동욱 형제와 이들을 괴롭히는 태환·명훈 부자가 대립축을 이끌고 후반부에서는 마피아 두목이 된 동철과 검사 동욱 형제는 어쩔 수 없이 반대편에 서게 된다. 연애 전선도 갈등에 불을 댕긴다. 지혜(한지혜)를 두고 동욱과 명훈이 삼각관계를 이루고, 언론사주의 딸로 야망이 넘치는 혜령(이다혜)이 동욱에 이어 동철에게 다가간다. 제작진은 "가족의 사랑과 헌신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주제"라고 밝혔다. 경남 합천에 2만㎡의 대규모 세트를 지어 80년대 풍경을 재현했다.

■ 바람의 나라

고구려 대무신왕 무휼 이야기내로라하는 사극 제작진 뭉쳐

핏줄끼리도 권력 투쟁해야 하는 비극적인 가족사는 고구려 왕들의 고통이기도 하다. 김진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200억짜리 36부작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의 기틀을 세운 '대무신왕' 무휼의 이야기다. 부족들을 통합하고 밖으로 부여 등과 맞선 무휼은 아버지 유리처럼 인간으로서의 정과 왕으로서의 판단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주몽을 맡았던 송일국이 이번에는 주몽의 손자 무휼을 맡고, <해신>의 강일수 피디, 정진옥 작가와 <주몽>의 최완규 작가, <한성별곡> 박진우 작가 등 사극의 명장들이 뭉쳤다.

무휼의 캐릭터는 원작에서 가져왔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다르다. "형, 아버지를 죽일 팔자"라는 예언 속에 태어나 왕가에서 버려진 무휼이 신분을 되찾는 과정을 보탰다. 제작진은 "원작의 매력 가운데 하나인 판타지 대신 무휼의 모험과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태자 해명은 자신이 왕자라는 걸 모르는 무휼을 아버지처럼 돌본다. 그런 해명이 유리 탓에 죽게 되니 무휼이 복수해야 할 대상이 그의 친아버지가 돼버린다. 게다가 그의 연인과 벗은 적국 부여의 왕족들이다. 낙천적이던 소년은 냉철한 왕으로 성장한다.

첫회부터 전투 장면으로 확실하게 눈길을 끌 계획이다. 제작진은 "부여군의 주 무기인 전차와 고구려 기마병들이 맞붙게 될 것"이라며 "중국에서 45일 동안 말 1천여마리, 엑스트라 5천여명을 동원해 전투 장면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음악 VS 그림

■ 베토벤 바이러스

오합지졸들의 못말리는 예술혼김명민 악명 높은 지휘자로 변신

어렵게 느껴지기 십상인 클래식을 대중적인 드라마로 소화할 수 있을까? <베토벤 바이러스>는 한국 드라마에서 소재로 다룬 적이 없었던 오케스트라를 전면에 내세운다. 일본 인기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가 음대 괴짜 천재들을 내세웠다면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들은 예술혼 불태울 시간에 밥도 하고 애도 봐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다모> <패션 70's>의 이재규 피디와 <오버 더 레인보우> 등을 쓴 홍자람·홍진아 자매, 배우 김명민 등이 뭉쳐 무게 잡지 않는 명랑·발랄 클래식 이야기를 엮어간다.

등장인물들은 얼떨결에 시작한 오케스트라 덕에 삶의 활력을 얻는다. 멋 나는 사업 없을까 고민하던 시장이 9급 공무원 루미(이지아)가 낸 오케스트라 기획안을 덜컥 채택한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루미는 난청도 일으키는 메니에르 병 탓에 공무원이 됐다. 그를 중심으로 첼로 잡아본 지 까마득한 주부, 악보는 못 읽지만 절대음감을 지닌 경찰, 밤무대 색소폰 연주자, 정년퇴직한 오보에 주자 등이 모인다. 이 오합지졸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사람이 '강마에'라는 별명을 가진 악명 높은 지휘자 강건우(김명민)다. 실력은 빼어나지만 성격 까칠한 그는 완벽주의자답게 완벽하게 오케스트라를 뿔뿔이 흩어버리기로 유명하다.

배우와 손모양까지 닮은 대역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첫 연주 장면 촬영에는 실제 오케스트라 단원 35명과 엑스트라까지 모두 400여명이 동원됐다. 김명민은 이 드라마의 예술감독인 서희태 서울내셔널심포니 지휘자에게서 다섯 달 동안 지휘를 익혔다.

■ 바람의 화원

천재화가 신윤복·김홍도 팩션남장여자 문근영·박신양 호흡

이정명의 소설이 원작인 <바람의 화원>은 신윤복과 김홍도를 내세운 팩션(사실과 허구를 섞어놓은 이야기) 사극이다. 기록이 거의 없는 신윤복이 사실 남장여자였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그의 스승이자 경쟁자였던 김홍도와의 애틋한 사랑이 이야기의 기본축이다. 여기에 추리와 그림 대결 등을 보탰다. 미스터리·멜로 사극쯤 되는 새로운 영역을 <쩐의 전쟁>의 장태유 피디와 이은영 작가, 신윤복 역의 문근영, 김홍도 역의 박신양 등이 만들어간다.

드라마의 큰 이야기 줄기는 원작을 따를 예정이다. 신윤복은 도화서의 답답한 법도에 묶어두기엔 너무나 빼어난 재능을 지녔다. 이 수련생을 도화서의 고리타분한 화원들은 내쫓을 궁리만 하지만 스승 김홍도는 천재성을 바로 알아본다. 겉으로 남-남 커플인 신윤복-김홍도의 사랑에 실제로 여-여 커플인 기생 정향과 신윤복의 연정이 엮여 들어간다. 게다가 어렵사리 왕이 된 정조는 김홍도에게 10년 전 살인사건을 밝혀달라고 은밀히 명한다. 그때 김홍도의 친구는 얼굴 없는 인물화를 남긴 채 숨졌다. 원작에서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 20여 편을 보여주었던 것처럼 화려한 볼거리로 시청자를 묶어둘 계획이다. 이화여대 동양화과 이종목 교수팀이 드라마 속 작품들을 그린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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