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년, 60일 연속 강연 (34) 주철환

2008. 8. 17.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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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의 가장 높은 이상은 감동..TV 건강성 회복에 힘 합쳐야"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TV 편성표를 보는 것은 보물찾기와 비슷합니다.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 곳곳에 숨어 있어요. 자녀들과 함께 그런 프로그램을 보고난 후 대화를 하거나 일기를 쓴다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16일 오후 8시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건국 60년, 60일 연속 강연'의 34번째 강사로 나선 주철환(53) OBS경인TV 사장은 "요즘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TV는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TV가 건강성을 회복하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17년간 MBC 예능국 PD로 재직하면서 '퀴즈 아카데미', '일요일 일요일 밤에', '테마 게임', '우정의 무대', '대학가요제' 등 숱한 히트작을 만들어낸 그는 2000년 MBC를 떠나 7년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로 지내다 지난해 7월 OBS경인TV 사장으로 취임하며 다시 방송계로 돌아왔다.

PD 재직 시절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프로그램을 잇따라 제작하며 화제를 모았던 그는 "'시청률 경쟁'도 옛말이고 요즘은 '시청률 전쟁'의 시대다. 예전에는 '30초 안에 터지지 않으면 채널은 돌아간다'고 했는데 지금은 3초 안에 터지지 않으면 채널이 돌아간다"면서 "그만큼 시청률 전쟁이 심각해지다보니 제작진들이 시청자의 시선을 뺏는 일에만 힘을 기울이고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소홀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시청률 전쟁이 낳은 폐해의 대표적인 세 가지로 '벗기기', '베끼기', '겹치기'를 들었다. 시선을 뺏기 위해 프로그램은 점점 선정적, 폭력적으로 흐르고, 아이디어 부재로 베끼기가 횡행하고 스타 시스템으로 몇 안되는 스타의 겹치기 출연이 이어진다는 것.

"짧은 시간 안에 시선을 뺏기에 가장 좋은 것이 스타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스타 시스템으로 인해 한국의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이 왜곡되고 있어요. 스타가 안 나오는 그린벨트 존을 설치하는 등의 극단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 한 스타 시스템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배우들이 드라마 회당 출연료로 수천만 원에서 억 대의 돈을 받고, 인기 개그맨들이 오락 프로그램 출연료로 1천만 원 대의 돈을 받습니다. 이들에게 돈이 집중되다보니 프로그램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 사장은 "재미의 가장 높은 이상은 감동"이라며 재미가 감동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이 바로 좋은 프로그램이며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PD에게 상상력, 설득력, 순발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가 예전에 '우정의 무대'를 만든 것은 '배달의 기수'라는 또다른 군인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배달의 기수'에서는 군인이 오직 나라만 생각하고 너무 씩씩하게만 나오는데, 전 그것을 보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군인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베끼기와 상상력의 차이죠."

주 사장은 "방송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제작자, 시청자, 모니터그룹인 감시자 등 삼자가 모두 제 기능을 해야한다. 그런데 TV를 안 보고 감시하는 사람은 옳은 말을 하기 어렵다. TV를 꾸준히 봐야만 감시의 기능이 살아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쓰레기 같은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에 빠지면 알코올에 중독되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하지만 찾아보면 좋은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TV 편성표는 식당의 식단과 같아요. 그 집만의 특성이 있죠. 각 방송사들이 하루 19시간씩 줄줄 프로그램을 트는데 그 안에 좋은 프로그램이 없을까요. 실학사상에 '이용후생(利用厚生)'이 있는데 TV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TV의 좋은 점을 이용하는 것이 삶을 풍족하게 할 겁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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