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의 명과 암

2008. 7. 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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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명작이나 걸작은 아닐지 몰라도 오락영화에 진심을 담아 혼신을 다했다." 7일 시사회에서 김지운(44) 감독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이렇게 소개했다.

한국영화의 '구세주'로까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200억원짜리 블록버스터 책임자의 부담감이다.

이 영화는 현시점 한국영화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상의 상품이다. 송강호(41), 이병헌(38), 정우성(35) 등 톱스타 3명을 모았고, 국내 특급 스태프들이 함께 했다. 업계 1위 CJ엔터테인먼트가 마케팅을 전폭 지원하며 배급을 총괄하고 있다. 2006년 '괴물'이 세운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다시 쓸 기세다.

물론 개봉 전 과대 포장된 부분도 없지 않다. 7일 시사회로 관객 수천명이 몰리면서 표가 동나는 이상열기가 빚어진 작품이지만, 영화를 보고난 이들 가운데는 "이 영화 보려고 그렇게 난리쳤나"라는 실망스러운 반응이 적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재미있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만장일치 걸작은 아니었다.

'보물지도'하나를 놓고 마적, 좀도둑, 현상금 사냥꾼이 얽히는 영화다. 심지어 대한독립군, 일본군까지 동원되는 한바탕 소동극이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현란한 총싸움이 볼거리의 대부분이다. 액션은 흥미롭지만 스토리에서는 덜컥거리는 부분이 많다. 짜임새 있게 맞물리지 못한 채 이리저리 튀는 장면들이 만주벌판의 자욱한 먼지처럼 관객들의 호흡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멋진 총싸움도 반복되면 싫증난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지 '버라이어티'의 데릭 엘리는 "만약 각본이 좀 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배경을 담았더라면 더 풍성했을 듯하고, 1시간 정도 지난 뒤에 극적인 긴장이 가볍게 무너지긴 하지만 전체적인 페이스는 OK"라고 평한 바 있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의 장점과 한계를 고스란히 담은 감상평이다. 단순한 오락영화로 기능할 수 는 있지만, '괴물'때 반미논란처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메시지를 품지는 못했다. 관객 1000만명 이상이 들려면 논쟁을 통해 영화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돼야 한다는 것이 영화계의 정설이다.

재편집을 거쳐 독립군 이야기를 뒤늦게 포함하기는 했지만 사상적 배경이 약한 것이 대작 '놈놈놈'의 맹점이다. 더불어 한국시장에서 이런 유의 모험활극이 크게 히트한 적이 없다는 점에도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스타배우들로 화려하게 만들어낸 '캐릭터'다. 한류스타로서 연기력까지 인정받고 있는 이병헌은 첫 '나쁜 놈'연기를 기름지게 표현해냈다. 자존심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연민으로 느껴지는 '박창이'캐릭터가 이병헌의 실제 성격과 오버랩 되며 관객을 유혹한다.

멋진 총잡이 '박도원'을 연기한 정우성은 여성팬에게 가장 큰 환호를 받을 만한 '좋은 놈'이다. 과묵한 성격과 총잡이로서의 실력, 무엇인가 비밀이 있는 듯한 과거 등이 조합돼 매력적인 캐릭터가 됐다.

'이상한 놈'송강호는 영화 내내 웃긴다. 관객은 대부분 '윤태규'의 엉뚱한 행동과 대사를 통해 웃는다. 다만, 단발 웃음에 그친다는 것이 아쉽다. 그래도 마지막 '반전'을 간직하고 있는 캐릭터다.

주연 3명의 빛에 가려 류승수, 윤제문, 오달수, 송병호 등 조연진이 큰 몫을 못했다는 점도 아쉽다. 이청아, 엄지원 등 여배우의 존재감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로맨스 등을 통해 영화가 더욱 풍요롭게 읽힐 여지를 차단했다. 17일 개봉된다.

<관련사진 있음>

김용호기자 y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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