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클린]다문화가정 옥아씨도 'IT삼매경'

2008. 6. 2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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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희정기자][[따뜻한 디지털세상]u세상 행복나누기-장흥 대덕읍 IT공부방]

서른살 훤옥아씨는 결혼 2년차 새댁이다. 한국에 온지 2년째지만 아직 한국말은 서투르다.

옥아씨의 고향은 베트남. 남편 김식영(48)씨를 만나 한국으로 이주했다. 아직 아이는 없지만 아이가 태어날 때 즈음엔 한국어도 유창해지고 컴퓨터로 능숙하게 고향 친구들과 메일을 주고 받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옥아씨는 이런 희망으로 남편과 함께 강습실을 찾았다. 옥아씨는 마을에서 '억척이'로 통한다. 어업에 종사하는 남편을 도와 김과 매생이를 채취하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한국 처녀들도 못하는 일을 타지의 처녀들이 묵묵히 하고 있는 걸 보면 대단해요. 요즘 젊은이들 이렇게 불평 한 마디 없이, 착실하게 살 수 있을까요." 한국어 지도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형란씨(49)의 말이다.

◇"공부방 PC로 한글 배워요"

전라남도 장흥군 대덕읍 연정리. 서울에서 자동차로 꼬박 여섯시간이 넘게 걸리는 이곳엔 다문화가정이 많다. 동남아권 국가의 꽃 같은 처녀들이 이곳의 한국 총각들과 둥지를 틀고 있다.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정든 이웃의 얼굴로 함께 웃고 숨쉬며 이미 뿌리를 내렸다. 고향 생각에 눈물나는 날엔 인터넷으로 고향 부모님께 인사도 드리고 싶고, 채팅도 하고 싶다.

하지만 PC가 있는 가정은 드물다. 옥아씨도 남편 식영씨도 컴퓨터가 익숙치 않기는 마찬가지. 당장 타자부터 연습해야 한다. 매주 수요일 오후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컴퓨터를 배우러 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부부가 함께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큰 위안이다. 같은 다문화가정 친지들을 만나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것도 살갑다.

대덕청소년공부방은 비단 청소년만의 공간이 아니다. 2개의 공간으로 나눠진 공부방 한 쪽은 성인을 위한 컴퓨터 강습실로 쓰이고 있다. 나머지 한 쪽은 청소년과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옥아씨와 식영씨는 어른을 위한 컴퓨터 강좌를 듣고 있다. 비단 이들 부부뿐 아니라 다른 다문화가정의 어른들도 이곳을 찾는다. 선생님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조금 더 많이 알면, 덜 아는 이웃에게 가르쳐준다. 자원봉사자들의 손으로 꾸려지고 있는 것이다.

옆방인 청소년 공부방에는 이들의 아이들이 놀이방겸 공부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PC 숫자는 늘 부족하다. 속도도 느리다. 사용법이 서툴러 고장도 잦다. 그렇다고 큰 마음먹고 PC를 구입한들, 월 사용료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곳에서 8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정영신(52)씨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두 PC 환경에 익숙하지 않다. 다문화 가족의 어른들은 인터넷을 통해 고향과 소통하고 싶어 공부장을 찾는다. 아이들은 집에 PC가 없는데다 사설학원을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공부방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PC가 정보격차 도우미 역할

공부방을 찾는 인근 어린이들은 40~50여명 수준. 하지만 PC 수는 2대에 불과했다. 어른들을 위한 컴퓨터 강습실이 따로 있다고 해도 아이들이 사용기에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하지만 대덕청소년공부방에도 그렇게 바라던 PC와 주변기기가 추가로 들어왔다. KTF의 58호 IT공부방으로 선정된 결과다.

PC가 설치된 날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공부방은 북적였다. 열살 남짓된 아이들은 각양각색의 표정으로 새 PC를 맞이했다. "선생님, 온라인 게임 하면 안 돼요?" 또래 아이답게 어리광도 부려본다. "영어게임은 괜찮죠?" 연정리 아이들에게 PC는 정보격차를 해소해줄 소중한 도우미다.

사교육 시설이 부족한데다, 그나마 보내지 못하는 가정이 많아 이곳 아이들에게는 IT가 유일한 대안교육이 될 수 있다. 영어, 수학도 IT 공부방에서 교육용 CD를 통해 익히게 할 참이다. EBS 교육 프로그램 시청도 공부방 선생님들이 공들이는 부분이다.

PC가 들어온 기념으로 공부방에는 정보검색대회가 열렸다. 20분간 질문 9개의 답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제출하는 방식이다. 자원봉사를 나온 KTF 직원들과 아이들이 짝을 이뤄 정보검색전을 펼쳤다.

복병이 생겼다. 동시에 여러명이 인터넷을 쓰면서 한 쪽 PC가 다운돼 버린 것이다. 전남도청 소재지를 검색하려고 띄워놓은 창은 하세월. 정해진 시간에 검색을 못 다한 영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괜찮아. 사나이가 그런 것 때문에 울면 안 돼지." 정보검색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수연이도 계절 별 금강산을 일컫는 단어는 끝까지 검색하지 못했다. 수연이네 집에도 PC는 없다. 가끔씩 친척집에 가서 PC를 사용하는 정도다.

훌쩍이던 영진이는 단체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눈물을 거뒀다. 수상품을 받아든 수연이는 의기양양한 표정이다. "어? 바디용품은 저 필요 없어요. 헤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마냥 좋은 표정이다. 수연이에겐 자랑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 듯 했다.

청보리가 넘실 대던 대덕읍 연정리의 하루는 그렇게 지나갔다. PC 몇 대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 되지 않지 않는다. 하지만 늘어난 PC로 덕에 연정리 사람들은 어제보다 행복했다.

【KTF 'IT공부방'은…】

KTF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아름다운 재단과 함께 펼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청소년들에게 '정보통신 넘버원 코리아'의 희망을 키워주는 것을 모토로 전국 IT소외지역에 공부당방을 만들어주고 있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나 다른 단체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 시설과 비인가 대안학교, 청소년 자활기관, 도서 및 오지 공부방 등을 정기적으로 선정해 PC 및 OA기기를 설치해주고 있으며 KTF 임직원들이 직접 해당지역 청소년들과 교류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8월 서울 봉천동에 1호 IT 공부방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4일에는 강원도 철원에 59번째 공부방 지원활동을 펼쳤다. KTF는 매월 공부방 한 곳을 지원해 연말까지 지원 대상을 65개 공부방으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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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기자 donts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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