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오마하 현인'이 들려주는 인생과 투자

2008. 6. 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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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버핏평전…앤드류 킬패트릭 | 윌북

한 주라도 주식을 산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증시와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라도 워렌 버핏이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버핏' 하면 당장 '가치투자'를 떠올릴 확률이 십중팔구 아닐까. 그에 관해 거론되는 전설적인 얘기는 많지만 가장 유명한 게 반세기 전에 단돈 100달러로 투자를 시작해 현재 620억달러로 불렸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와 함께 자수성가로 떼돈을 번 가장 대표적인 현존 인물이다. 그런데도 버핏에게는 '갑부' 대신 '오마하의 현인'이란 호칭이 따라다닌다. 오마하는 버핏의 고향이다.

투자자를 현인이라고 부를 때는 단지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검소한 생활로 유명한 버핏은 2006년 6월 자기 재산의 85%(약 32조원)를 사회에 기부하기로 결정, '현인'이란 호칭이 그냥 붙어있는 게 아님을 입증했다.

그렇다고 버핏이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 유형이라고 예단한다면 오해다. 다시 가치투자로 돌아가면 버핏의 투자방식이야말로 그 자체로 현인의 방식이라 할 만하다. 증시에서 가장 상식적으로 거론되는 투자방법은 가치투자와 모멘텀 투자이다. 가치투자는 한 마디로 기업의 가치를 따져 투자할 대상을 고른다는 것이다. 현재 주가보다 기업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었다고 판단되면 그 회사 주식을 사면 된다. 결국 주머니 속 송곳처럼 기업가치는 원래대로 시장에서 인정받을 것이고, 응당 주가는 오르게 된다.

반면 모멘텀 투자는 재료나 수급상황을 살펴 주식을 사는 방식이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남들이 어떤 주식을 사는지 감안하라는 논리다. 주식시장을 미인대회에 비유한 경제학자 존 케인스의 금언을 추종한 투자법인 셈이다. 남들이 살 주식을 먼저 사두면 나중에 실제로 매수세가 유입될 때 자신이 사둔 주식이 오르지 않겠는가.

단순화하면 가치투자는 기업 자체를 들여다보고, 모멘텀 투자는 기업(의 주식)이 속한 자본시장을 주목한다. 알다시피 가치투자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날고뛰는 선수들이 몰려있는 증시에서 현재 주가보다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된 기업을 찾아내려면, 모멘텀에 현혹되지 않고 기업 자체에 집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남들보다 뛰어난 판단력은 물론 엄밀한 집중력이 긴요하다. 제대로 된 가치투자꾼은 다른 말로는 '기업의 가치에 관한 성찰'을 수행하는 자라고 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버핏은 투자행태 자체로 이미 현자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10년 동안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단 10분간도 보유하지 말라"는 버핏의 원칙은 그래서 쉬운 듯 쉽지 않은, 투자의 화두이다. 그러나 이 원칙을 통해 적어도 버핏이 지향하는 투자는 한 방이 아닌 '지속가능한 투자'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겠다. 가치투자는 투자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자본시장에서 수많은 재주꾼이 명멸하는 상황에서도 존중받을 원칙이다.

이 책은 1, 2권으로 구성됐다. 1권은 인물편으로 버핏의 출생과 가족사 등 개인적인 부분에 초점을 뒀다. 2권은 투자철학과 실전투자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꽤 두꺼운 책이지만,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투자업무를 시작한 25세에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1800㎞나 떨어진 고향으로 돌아와 재택근무하는 방식을 택한, 지금의 관점으로서도 무척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저자는 현인이면서 동시에 범인이 아닌 버핏의 삶 자체를 충실히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안진환·김기준 옮김. 전 2권. 1권 2만5000원, 2권 3만5000원

<안치용기자 ahn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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