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청주건설현장 "차라리 장마나 오라"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언제까지 이렇게 일손을 놓고 있어야 되는지… 차라리 장마나 빨리 와서 비 때문에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건설노조 파업 이틀째를 맞은 17일 청주 상당구 용정동 S 건설의 아파트 건설현장에는 몇 명의 협력업체 관리직 직원들만이 나와 담배를 연신 피우면서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전날부터 공사가 완전히 중단된 채 굴착기 3-4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이 건설현장은 장마를 앞두고 잔뜩 찌푸린 날씨와 겹치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야산 절토작업을 하면서 쌓아놓은 바위들만 이 곳이 건설현장임을 보여 줄 뿐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1천여 가구를 성공적으로 분양해 관심을 끌어던 아파트 건설현장의 활기찬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많을 경우 하루 60여대의 덤프트럭이 오가며 절토작업을 해왔던 이 공사 현장은 전날부터 단 한대의 덤프트럭도 운행되지 않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매일 이른 아침부터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흙을 퍼 날랐지만 어제부터 공사가 올스톱됐다"며 "당장은 문제가 없겠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공사일정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어 걱정된다"고 조바심을 냈다.
더욱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는 본사와 연락을 하거나 파업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일부 덤프트럭 기사를 통해 귀동냥을 하는 것이 고작이어서 답답함이 더하다.
공사가 올스톱되면서 덤프트럭 기사 등에게 식사를 제공했던 이 현장 내의 식당은 더 죽을 맛이다.
70-80명의 세 끼 식사를 준비하느라 평소 눈코 뜰새 없이 바빴던 이 식당은 점심시간이 됐는 데도 100여석의 좌석이 텅 비어 있다.
식당 직원은 "어제, 오늘 출근은 했지만 현장 관리직 몇 명만 식사를 해서 할 일이 거의 없다"며 "파업이 계속된다면 건설현장보다 먼저 식당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이 같은 현상은 충북도내 대부분의 건설현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청주시 상당구 사천동에서 800여 가구를 짓고 있는 N 건설의 아파트건설현장은 쉴새없이 덤프트럭이 드나들던 정문마저 굳게 걸어 잠가 놓아 건설노조 파업의 여파를 실감하게 한다.
정문 안쪽에서는 그나마 굴착기 6대만이 터파기 공사를 위한 사전 정비작업을 하고 있어 이 곳이 공사현장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건설현장은 공기단축이 곧바로 수익으로 직결되는 데 파업으로 공사가 계속 늦춰질 경우 관리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덤프트럭 기사들이 다시 돌아와 예전처럼 활기차게 현장이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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