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붙지 말아야지

2008. 6. 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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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거진 Esc] 여행의 친구들

바야흐로 배낭여행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기저기서 배낭여행 설명회가 열리고, 동호회 사이트엔 공구나 동행 찾기 글이 자주 눈에 띈다. 여행이 길든 짧든, 빠뜨릴 수 없는 준비물이 비상약이다. 나는 약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타고난 건강 체질을 믿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가끔 큰 코 다치는 일이 있어서 이제는 최소한의 약은 챙겨 가려고 애쓴다.

노는 건 줄만 알지만 막상 여행을 해보면 웬만한 육체노동 못지않게 몸이 고단하다. 배낭여행의 경우 야간열차에서 잠 설치고, 하루 종일 걷고, 먹는 것은 부실해서 몸의 저항력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평소보다 쉽게 감기에 걸리곤 한다. 물론 여행 내내 긴장의 연속이라 여행 중엔 괜찮다가 여행 막바지 혹은 귀국 후에 몸살을 앓는 이도 있다.

세계 어디나 약국·병원 없는 곳이 없으므로 아플 때 바로 찾아가면 된다. 하지만 언어 소통이 쉽지 않아서, 일정에 쫓겨서 미루다가 제때 약을 먹지 못해 병을 키우기도 한다. 그래서 비상약이 필요하다. 감기약, 소화제, 진통제, 상처용 연고, 일회용 밴드 등이 가장 많이들 챙기는 비상약이다.

내게 가장 황당했던 기억은 빈대에 물렸던 거다. 도대체 21세기에 빈대라니. 비상약도 없었던데다가 며칠 지나면 나으려니 하고 약국도 가지 않았더니 근 한 달을 고생했다. 유럽여행 동호회 사이트를 보니 빈대(베드버그)에 물렸다는 이들이 꽤 많았다. 빈대의 특징은 온몸을 옮겨 다니며 문다는 것인데 얼굴이며 목, 팔 등 온몸에 붉은 반점이 있으니 남들이 보기에 무슨 전염병은 아닐까 가까이 하기에 두려웠을 거다. 침대 시트를 날마다 갈아주는 호텔은 안전한 편이지만 저렴한 호스텔이나 민박에서 물릴 확률이 높다. 개인 침낭을 사용하거나 벌레퇴치용 스프레이를 침대에 뿌리면 좀 낫다는 의견이 많다. 100% 예방법은 없으니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연고를 꼭 가져가자. 빈대에 물리는 악운은 피할 수 있어도 모기는 피하기 어려울 테니까.

김숙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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