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원, 큰 즐거움

2008. 6. 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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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나의 자유 이야기 /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감기 기운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밤만 되면 코가 막혀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모전자전이라 했던가. 나 역시 코막힘이 있었는데 아이들까지 그러니 마음이 아팠고 의사선생님께서는 가정에서 실천할 사항으로 방안 습도를 조절하는 처방을 내렸다.

방 안 가득 빨래도 널어 보고 가습기를 사용해 보기도 했다. 가습기는 3일에 한 번씩 씻어서 사용하려니 보통 정성이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노력한 만큼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런저런 방법들을 써보아도 코막힘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아이들이 자라서 면역이 강해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에 식물이 습도 조절을 잘 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화분을 한두 개 구입해 놓았다. 처음엔 물에서 기를 수 있는 것으로 선택했다. 스킨답서스다. 사람 마음이란 간사해서 오래 참지를 못한다. 나 역시 몇 달 기르지도 않았으면서 효과가 나지 않자 절망하고 말았다. 그리고 관심도 끊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스킨답서스를 들여다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새순이 자라고 있는 게 아닌가.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순이 하나 둘 생겨날 때마다 얼마나 감탄사가 나오던지 …. 식물이 자라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마치 우리 아이들이 생후 6개월이 지나면서 앞니 둘이 뾰족이 나올 때의 신기함이라고나 할까?

이젠 스킨답서스에 12마디가 생겨났다. 푯말에는 '2006. 12. 16'이라고 날짜가 적혀 있다. 그 옆으로 슈퍼바, 하니산세베리아 종류와 다육식물 선인장 종류, 번식력이 좋은 난 종류들을 기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식물들을 기르기까지는 주변의 도움이 컸다. 우리 집 형편을 안 친구들이 많이 분양을 해줬고, 사는 걸 도와주기도 하였다. 이제는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직접 구하러 다닌다.

화분은 금간 뚝배기나 항아리 등을 이용하고 물에서 키우는 식물은 페트병을 이용해서 투명하게 꾸민다. 예쁜 바구니를 발견하면 비닐을 깔고 습도에 강한 식물을 심어서 키우기도 한다. 거름은 한약 찌꺼기를 발효시켜 쓰고 빗물을 받아놓았다 이용하는 나만의 짠순이 요령도 생겼다. 처음엔 자신이 없어 망설여졌는데 여기저기 지식 동냥을 하다보니 자신감이 붙어가고 있다. 요즘 여기저기서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동기는 습도 조절이었는데, 보는 즐거움만으로도 가족 모두가 치유받은 것 같아 고마움이 늘어난 식물만큼 커졌다. 요즈음은 식물이 자라기 좋은 계절이다. 작은 식물 하나 구해다 예쁜 화분에 옮겨 심고 커가는 즐거움을 느껴보자.

고은순/주부

'느림'을 통해 자유를 늘리는 나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걷기, 불끄고 지내기, 돈 안 쓰고 지내는 실천법도 좋겠습니다. 비결을 나눴으면 합니다. bokkie@hani.co.kr로 글(200자 원고지 6장 분량)과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채택되면 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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