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아-김은숙 작가의 '온에어' 뒤풀이

2008. 5. 1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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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아는 '서영은'을 고유명사화 했다"

"매회 대본 볼때마다 감탄이 터져 나와"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SBS TV '온에어'가 자체 최고 시청률인 25.4%를 기록하며 15일 막을 내렸다.

연예계와 방송가를 배경으로 한 편의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 '온에어'는 현실감 넘친다는 호평과 과장된 측면이 많다는 논란 속에서도 평균 19.3%의 시청률을 올리며 관심을 모았다.

종영일인 이날 오후 '온에어'의 김은숙(36) 작가와 '온에어' 속의 서영은 작가 역을 한 송윤아(35)를 만났다. 장소는 '온에어'의 무대인 SBC 방송국의 실제 공간인 목동 SBS사옥.

"끝났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난다. 16일 쫑파티를 세게 하고 나면 그제야 이 작품이 끝났음을 깨닫게 될 것 같다"고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친구 만들기 힘들다는 연예계에서 마음이 통하는 수확을 얻기도 했다.

--드디어 드라마가 끝났다. 소감이 어떤가.

▲십여 년간 연기를 해오면서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점들을 이번 드라마를 통해 깨닫게 됐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그 동안은 나만 연기를 제대로 하면, 그래서 폐를 끼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과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을, 사실 그동안에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에 새삼 깨달았다. 그 많은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배우가 돋보이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고 감사하게 생각했다. (송윤아, 이하 송)

▲배우 연합회에서 안 들고 일어난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웃음) 이 작품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대사 한 줄 한 줄 눈치 볼 게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세계를 그리다보니 그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작가 캐릭터를 제일 편하게 쓸 수 있었다. 누가 이의를 제기해도 내 얘기라고 하면 빠져나갈 구멍이라도 있는 것 아닌가. 보람이라면 '이제는 스태프에게 관심이 간다' 같은 시청 소감을 접한 것이었다. (김은숙, 이하 김)

--작가를 연기한 소감,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감은 각각 어떠했나.

▲이 드라마를 하면서 너무나 많은 일을 겪었는데 그 과정에서 작가는 다 둘러보고, 다 알아야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래야 글을 쓸 수 있구나 느꼈다. (송)

▲작가라는 직업은 그냥 하나의 캐릭터로 봤다. 이렇게 '쭉쭉빵빵'하고 예쁜 작가가 어디있나.(웃음) 작가를 그리면서 자기 반성과 자기 변명의 중간 정도 입장을 견지했던 것 같다. 배우 캐스팅부터 제작비 조달 문제나 PPL 문제 등 시청자들은 잘 모르는 부분을 다루면서 내 목소리를 냈다. 알아줬으면 하는 부분도 있었고 알려주고픈 부분도 있었다. (김)

--송윤아가 본 김은숙은 어떤 작가인가.

▲이건 정말 진심인데 김 작가는 참 신기하다. 글을 잘 쓰니 작가를 하겠지만 김 작가는 특히나 매회 대본을 받아볼 때마다 '어쩜 이렇게 잘 쓸 수 가 있을까'라고 감탄하게 만들었다. 감탄만 하다가 여기까지 온 느낌이다. 단적으로 마지막회를 앞두고 너무 많은 상황이 벌어져 있는데 김 작가가 이것을 단 한 회에 어떻게 정리할까 모두가 우려했다. 하지만 한 회 대본으로 너무 심플하게 모든 것을 정리하더라.(송)

--김은숙 작가가 본 송윤아는 어떤 배우인가.

▲서영은은 웃다, 울다, 화냈다, 잘난 척 하다, 급히 사과하는 등 변화무쌍한 캐릭터다. 잘못하면 다중인격자로 비치기 쉬운 역인데 윤아씨는 연기력으로 극복했다. 원래 대본에 지문을 많이 안 쓰는 편이지만 윤아씨는 행간의 묘미를 다 이해했다. 온전히 영은이가 돼 줬기 때문에 영은이라는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튀지 않고 갈 수 있었다. 그런 연기력과 함께 사람됨 역시 훌륭하다는 것을 알게됐다. 작가와 배우는 서로 어려운 관계다. 그런데 송윤아라는 사람은 그런 벽을 허물게해준 것 같다. '온에어'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가 됐다. 이렇게 좋은 인연으로 만나기 위해 그동안 같이 작업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김)

--서영은이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생동감이 넘친다. 그래서 초반에는 송윤아 연기를 두고 오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실 이런 역을 송윤아 씨가 맡은 것부터가 의외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이 작품 전까지는 윤아씨에 대해 아나운서처럼 참한 이미지이고 그래서 재벌집에 시집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그런데 영화 '광복절 특사'를 보고 그녀에게도 다른 면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이번 드라마를 위해 만난 첫날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그녀가 잘해낼 수 있을 것임을 알았다. 윤아씨 특유의 경쾌한 웃음소리도 한 몫 했다.(웃음) 그다음부터는 마음놓고 서영은 캐릭터를 그려나갈 수 있었다. 한마디로 '송윤아표 서영은'이 탄생했다. 윤아씨는 '서영은'을 고유명사로 만들어줬다.

처음에는 서영은이 그렇게 스타일리시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런데 윤아씨를 캐스팅해놓고 보니 아무리 작가 역이라지만 이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 일부러 안경을 씌우고 털털하게 만들어야하나 싶었다. 그래서 화려하고 예쁘게 그렸다. (김)

▲1~4회 대본을 단숨에 읽고 난뒤 주저없이 출연을 결심했기 때문에 난 방송이 되기 전까지는 그저 재미있고 즐겁게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첫 회가 방송된 후 온통 연기에 대한 오버 논란이 일었다. 내가 연기를 잘못 한 것 같아 제작진에게 너무 미안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회를 거듭하면서 논란이 사그라졌고 서영은이라는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 내 조카들이 다 중고등학생들인데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온에어'와 영은이 얘기밖에 안한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송)

▲오버 논란에는 내가 미안했다. 나와 감독님이 그런 캐릭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상처받지 마세요. 미안해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윤아씨에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에만 잠깐 그랬을뿐 윤아씨는 이 작품 하면서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게 굉장히 많고 다양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김)

▲모든 게 대본이 좋아서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했지만, 도중에 상황이 급변해서 이전까지 내가 끌고온 캐릭터를 놓아버려야하는 순간을 종종 경험했다. 그렇게되면 연기자는 너무 힘들다. 그런데 김 작가님은 '온에어'에서 영은이에게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주면서도 캐릭터를 끝까지 일관하로독 유지했다.(송)

--'온에어'의 리얼리티에 대해서는 보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 다르다.

▲극화시킨 부분이 많다. 이경민(박용하 분) PD처럼 잘생기고 멋진 PD가 현실에 있을까.(웃음) 진짜로 많이 극화시켰다. 단적으로 매니저가 자기 배우의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언론사에 기사를 빼게하는 내용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김)

--서영은이 작가로서 한 고민은 김 작가의 고민과 같은가. 느끼한 대사, 깊이 없는 드라마에 대해 고민하나.

▲대사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안해도 될 것 같다. 하하. 상황이 좋으면 대사에 집착하지 않아도 깊이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경민과 영은의 키스신에서 경민이 '놀라지마요'라고 말하는 것이 대표적인데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는 것 같다. 그냥 그 자체로 좋은 대사라고 생각한다. 다만 깊이 부분은 작가로서 평생 고민해야하는 것 같다. 배우가 평생 자신의 연기에 만족할 수 없듯, 나 역시 평생 깊이 없는 드라마를 쓴다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할 것 같다. 내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은 다른 거니까. (김)

--극중 연예인을 두고 '분칠한 것들'이라는 부정적 뉘앙스의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주로 의리 없고 돈에 움직이며, 예의없는 점을 지적하는 의미다. '분칠한 것들'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참고로 송윤아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한 매니저와 일하고 있다)

▲연예인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는 점 때문에 그런 표현이 나온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이 작품을 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방식에 대해 돌아보며 그것이 옳은 것이었나,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고민했다. 정말 혼란스러웠다. 연예계, 우리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드라마이다보니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하더라.(송)

▲연예계는 정말 냉정한 곳이라 이 바닥에서는 분칠이 필요한 것 같다. 너무 맨 얼굴을 보여줘도 안되고 적당한 분칠을 해야 생존할 수 있는 게 이 바닥이고 그것이 또 서로에게 예의다. 참 희한한 곳이다. 하지만 그게 어느 순간 쨍하고 깨지는 순간이 있다. 우리 관계처럼.(김)

▲그런 점에서 참 서글프다. '온에어' 촬영장에서 배우들과 진상호(이형철) 같은 매니저와 장기준(이범수) 같은 매니저 중 어떤 매니저를 실제로 택하겠냐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다들 진상호라고 말하더라. 정말 아이러니한게 장기준은 인간적으로 참 멋있지만, 성공을 보장해주는 매니저가 그보다는 더 필요하게 느껴지는 것이다.(송)

▲그래서 드라마에서도 진상호와 장기준의 상반된 모습을 동전의 양면처럼 그렸다. 둘은 한 사람이면서도 두 사람이다. 끝까지 어떤 매니저가 더 좋은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김)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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