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는 충전소에.. 택시기사는 현금 계산

2008. 5. 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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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이균형 기자]

제도 시행 이후부터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택시 유가 보조금 제도에 대해 정부 당국이 5월 1일부터 제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택시 유가 보조금 카드제'를 전면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첫날부터 '카드제' 역시 편법과 탈법으로 얼룩지면서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채 보조금이 줄줄이 새고 있어 관계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택시 유가보조금 카드제 실태와 문제점, 그에 따른 대책을 상, 하 두차례에 나눠 짚어본다.[편집자주]

지난 2001년부터 시행돼 오고 있는 '택시 유가 보조금 제도'는 전액관리제(월급제)를 도입해 운영하는 택시회사, 즉 택시 연료를 회사측이 부담하는 사업주만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그러나 대다수 택시회사들이 규정을 어기고 편법으로 전액관리제가 아닌, 정액관리제(사납금제)를 도입해 연료비 부담을 택시기사들에게 떠넘겼고, 이런 상황속에서도 정부 당국은 뚜렷한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채 사업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결국 제도 도입 시점부터 첫 단추가 잘못 꿰인 셈.

당연히 자신들의 호주머니에서 연료를 넣고 있는 택시 기사들의 반발이 거셌고, 정부당국은 기사들의 항의를 받아들여 지난 2003년 말, 편법으로 '사납금제'를 실시하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연료를 직접 구입하는 기사들에게 유가 보조금을 지급하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일선 시, 군에 전파되질 않았고, 담당 공무원들은 "별다른 제재규정이 없다"며 계속해서 사업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오면서 택시회사 업주들이 보조금을 모두 가로채거나 일부만을 기사들에게 지급해 주는 현실을 묵인해 왔다.

때문에 일선 시, 군 담당부서는 물론, 사법기관에는 보조금 횡령 의혹을 제기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또 일부 사업주들은 기사들의 연료 주입량을 부풀려 보조금을 청구하는가 하면, 기사들에게 지급돼야 할 '유류 부가세 환급금'까지 횡령하는 사건도 종종 발생해 관련자들이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말썽이 끊이질 않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5월 1일부터 도입한 것이 바로 '택시 유가보조금 카드제'.

즉, 택시 연료를 직접 넣는 사람(기사)이 충전소에 현금 대신 회사에서 지급한 카드를 이용해 연료를 구입하는 것으로, 택시 사업주는 매월말에 보조금을 뺀 금액을 결제하면 되고 보조금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카드회사에 납부하는 형태다.

그러나 취재결과 유가 보조금 제도에 따른 편법과 탈법 등의 문제점을 막는데는 '카드제' 역시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 정읍에 위치한 A 택시회사 사무실.

5월 1일부터는 실시되고 있는 '택시 유가보조금 면세카드제'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묻자, 택시회사측 관계자는 "행정당국의 지시대로 아무 문제없이 잘 시행하고 있으며 카드는 운전사들에게 지급해 LPG연료를 주입할때 쓰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었다.

A 택시회사 운전기사인 김 모(42)씨는 "계속해서 현금을 주고 연료를 넣고 있으며, 카드는 구경조차 못했다"고 말했고, "정읍지역 택시기사들은 모두가 현금으로 연료를 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읍시청에 확인결과 이미 정읍에 있는 택시 11개 회사 모두에 유가보조금 지급을 위한 카드가 지급된 상태였다.

그렇다면 택시회사들에게 발급된 카드는 어디에 있을까?

취재결과 카드는 모두 LPG충전소에 보관돼 있었고, 충전소측은 택시기사들은 현금으로 계산을 할 때마다 보관해오고 있는 카드를 이용해 별도로 결제를 하고 있었다.

택시용 면세 카드가 충전소에 보관돼 있는 이유를 묻자 정읍에 있는 한 LPG 충전소 업주는 "매월말 한 차례 거래를 하고 있는 택시회사 대표가 전체 카드대금을 결제를 하며, 기사들이 연료를 주입하고 계산한 현금 모두는 택시회사 대표에게 건네준다"고 말했다.

당연히 택시기사들은 "유류 보조금을 아예 주지 않거나, 일부만을 주기 위해 회사측이 충전소와 짜고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법 규정에 따라 직접 택시에 연료를 주입하는 사람, 즉 택시기사만이 유가 보조금 카드를 쓸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이같은 행위는 보조금 환수와 지급제외 대상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런 실태는 정읍지역 11개 택시회사 모두 똑같았고, 이 가운데 상당수 회사들은 지난 2001년부터 시행된 유가 보조금은 물론, '유류 부가세 환급금'도 전혀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읍의 또다른 택시회사 기사인 이 모(47)씨는 "지난 2005년부터 근무해왔지만 한 번도 유가 보조금이나 유류 부가세 환급금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회사측에 유가 보조금과 유류 부가세 환급금 지급을 요청하면 회사측은 "회사 방침상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데다, 회사측 눈 밖에 날 것이 두려워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방법으로 한 개의 택시회사가 매년 챙겨 온 금액은 규모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수억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balancel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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