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비타민, 내 인생 풍족하게 해주는 것"
지도만 들여다봐도 행복해진다는 여행 작가 유연태 씨.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그는 몇 번의 직장을 옮겼습니다. 중,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하다가 일간지 관광전문기자를 지냈고요. 직장생활의 굴레를 벗어나 프리랜서를 선언, '여행작가'라는 직업 명칭을 국내 최초로 들고 나왔습니다.
사륜 구동차와 카메라를 소중한 벗 삼아서 매주 이 땅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따스한 정을 만나고 다니는 유연태 씨. 그런 인연 속에서 감동받은 여행이야기들을 신문, 방송, 잡지, 사보 등 언론매체에 소개하고 강연도 하면서 '내나라 먼저 보기, 우리 땅 제대로 알기, 우리 역사 바로 보기'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장애를 가진 몸으로 동가식 서가숙하며 유연태 씨가 느낀 우리 땅의 아름다움은 어떤 것인지, 4월 22일 CBS 배한성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FM 98.1Mhz, 연출 김우호 PD)에서 들어봤습니다.
◇ 출퇴근만 없을 뿐, 들과 산이 나의 직장
▶ 최근에는 어디를 다녀오셨어요?
조금 멀리 다녀왔습니다. 경상남도 통영에 케이블카가 새로 생겼어요. 저희들은 어디 뭐가 새로 생겼다고 하면 궁금해서 못 참습니다. 4월 18일에 통영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가 완공되었다고 하기에, 그 전날 바로 고속버스 타고 내려가서 하룻밤 자고 그날 케이블카 타고 왔죠.경남 통영이 한국의 나폴리라고 하지 않습니까. 가셔서 아름다운 항구도 보시고, 케이블카도 타시고 먹을거리 풍부하고, 그러는 동안 이 봄날이 아주 꿈결같이 흘러갈 것입니다.
▶ 통영에 고속버스를 타고 가셨네요?
원래 제가 디젤 사륜구동을 운전하고 다니는데요, 지금은 디젤 값이 휘발유 값을 거의 뺨치는 수준이라, 돈도 별로 많이 못 버는데 길에다가 다 버릴 수는 없어서 요새는 가끔 고속버스나 기차로 여행을 다닙니다.그거 관련해서 여러분들에게 아이디어를 하나 드릴게요. 한 30여개 되는 웬만한 고장에 전부 시티투어 버스가 있습니다. 그런 버스가 있는 고장에 가시면 시티투어 버스를 꼭 이용해보세요.
일부 고장에서는 무료로 운행되기도 할 뿐더러, 문화유산 해설사가 동승을 해서 안내를 자세히 해줍니다. A지점에서 B지점으로, 다시 C지점으로 이동할 때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도 다 알려주고, 차 막히는 고민에서도 해방되니까 꼭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해보시기 바랍니다.
▶ 한 달에 몇 군데나 가시는 겁니까?
한 달이 아니라 거의 매주 며칠씩 다닙니다. 짧게는 당일로 가고, 길게는 2박3일 정도씩 가죠. 요즘은 나이 먹어서 그런지 좀 길어지면 집도 그립고 몸도 아파지고 그래서 요즘은 무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웃음)
▶ 여행은 거의 혼자 다니십니까?
배 선생님 방송국 오실 때 가족 데리고 오십니까? 저는 들과 산이 직장이에요. 다만 출퇴근이 없을 뿐입니다. 일하러 가기 때문에 당연히 혼자 다닙니다. 다만, 직장 나갈 때와 달리 챙겨갈 것이 좀 많아요. 기본적으로 취재노트, 카메라 그리고 세면도구, 민박집에서 잘 경우 호텔이나 모텔과 달리 칫솔, 수건이 없는 경우가 있거든요. 거기에 좋은 음악들 준비해서 길을 떠나고 있습니다.
▶ '지도만 봐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유연태 씨를 표현하고 있는데요.
제가 특히 잘 보는 지도가 10만 분의 1로 축척된 지도입니다. 골목길까지 자세히 나와 있어서 현지 사시는 분들도 깜짝 놀라세요. 주변에서 나눠주는 축척이 약한 지도는 불편합니다. 기왕이면 투자를 해서 괜찮은 그런 지도책을 가지고 다니시라고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 지금쯤 여행가기 좋은 곳 추천 좀 해주세요.
경기도 안성에 가면 배꽃이 참 유명하고요, 또 파주 북부에 샛골마을이라는 조그만 산동네가 있는데 그 곳 배꽃도 보기가 참 좋습니다. 이제 곧 5월 넘어가면 철쭉을 보게 되는 계절 아닙니까. 철쭉 감상지가 여러 군데 있지만, 그중에 제가 추천해 드리고 싶은 곳이 전라북도 남원의 바래봉이 좋고요.
가시는 길은 남원시 운봉읍에서 '춘향 허브 마을'이라고 허브 많이 기르는 마을이 있어요. 거기서부터 산행을 하셔야 해요. 하지만 길이 평탄해서 연세 드신 분들도 쉬엄쉬엄 올라가실 수 있습니다. 그곳 가시면 철쭉 감상을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미끄러지지 않게밑에 창이 갖추어진 신발을 기본적으로 신고 가시는 것이 좋고, 날씨가 좋다고 해도 요즘은 일교차가 심하니까 긴팔 옷을 하나 준비해두시는 것도 좋습니다.
▶ 또 다른 곳은 없습니까?
제가 한국관광공사에서 이달의 갈만한 곳을 선정하는 위원도 하고 있고, 또 두 달에 한번은 선정된 곳에 직접 취재도 갔다 옵니다. 이번 4월 달에 선정된 것이 '해안도로 걷기'입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감상하면서 걸어보는 즐거움을 느껴보자는 테마여행인데요. '경북 영덕군의 강축 해안도로'가 있습니다. 최불암 선생님 나왔던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강구항부터 시작해서 북쪽 축산항, 대진 해수욕장에 이르기까지 도로가 나 있습니다. 그 길 전체를 다 걸으려면 기니까 차타고 가시다 풍경 좋은 곳 있으면 내려서 걸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 중간에 '창포마을 등대'라고 해서 영덕대게의 집게발 모양을 한 등대가 있어요. 거기서 기념사진 한번 찍으시고, 그 바로 밑에 '해맞이 공원'이 있습니다. 예전에 산불이 나서 나무가 다 없어진 곳에 꽃들을 심어 놓았어요. 그 공원에서 산책도 하면 좋겠고. 또 등대에서부터 24개의 풍차가 돌아가는 '풍력 발전기 마을'까지 가시면 좋겠습니다. 풍력 발전기는 외국에서 볼 법한 풍경이잖아요. 풍력 발전기가 휙휙 바람소리를 내면서 돌아가는 소리가 엄청 납니다.
거기서 직접 전기를 생산해서 동네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고요. 그런 진귀한 풍경도 영덕군 강축 해안도로에 가시면 다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7번 국도에서 조금 벗어난 지방도로변에 있어요. 또 전남 영광군 '백수 해안도로'가 있습니다. 요즘 조기철 아닙니까. 조기 떼가 올라오는 모습이 혹시 보일지도 모르겠네요.(웃음) 백수 법성포에 이르는 해안 도로변도 걷기 좋아요. 영화 '마파도' 촬영지가 그 해안도로변에 있습니다.
◇ 어린 시절, 산 너머엔 뭐가 있을까 궁금해 하며 꿈을 키워
▶ 어린 시절은 어떠셨어요?
제가 살아온 동네가 서울 서대문구, 종로구 이쪽이었어요. 독립문에서 인왕산으로 올라가던 중턱에 국사당이라는 무학대사 관련 유적지가 있었어요. 고 동네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어린 시절 눈을 떠서 남쪽을 바라보면 남산 뒤로 한강 물줄기까지 다 보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공기가 오염되지 않았을 때니까요. 그 산동네 살면서 저기 넘어가면 뭐가 있을까 그런 것을 꿈꾸었죠. 그렇지만 어릴 적에는 집안이 가난해서 많이 못 다녔고, 어른이 돼서 제대로 다녀 보자고 결심을 해서 이런 직업을 택해서 다니게 되었습니다.
▶ 어릴 때는 수학여행이 제일 큰 여행이었잖아요.
그것도 고등학교 때나 그렇고요. 나머지는 시절에는 주로 소풍을 가는데, 간데 또 가고 간데 또 가고 그러는 거예요. 제가 '대신 중,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거기서 '서오릉'이 가까웠어요. 그래서 걸핏하면 거기를 갔고, 그나마 조금 다른 곳을 가야 '서삼릉'이었어요. 이 방송을 선생님들이 잘 들어주셔서 소풍을 좀 다양한 곳으로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어요?
아버님은 동대문 시장에서 포목장사를 하시고, 어머님은 그냥 살림을 하셨어요. 여름철에 아버지와 함께 청평으로 물놀이 간 기억이 오래도록 남아있습니다. 당시 머리 위로 경춘선 기차가 지나갔는데 북한강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기차가 지나가면 '나도 저 기차 타고 싶다' 생각하면서 세상이 궁금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과목도 사회과목, 지리과목을 참 재미있게 들었고 수학은 잘 못했어요. 국어, 사회를 좋아해서 국문과를 갔는지도 모르겠네요.
▶ 호기심이 많은 소년이었나 봐요?
기본적으로 사람이나 자연현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여행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 내성적이어서 남들 앞에 나서기 힘들다거나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필히 혼자 여행을 떠나 어려운 상황을 부딪쳐 보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이겨내는 법은 자기만이 갖고 있거든요. 남들에게 말도 붙이고 이것저것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성격이 좀 긍정적이고 활발해질 것입니다.
◇ 2살 때 앓은 소아마비, 하지만 여행으로 더 건강해져
▶ 다리가 조금 불편하시잖아요.
제가 3급 지체 장애인으로 판정을 받았는데, 저는 한쪽 다리만 불편한 줄 알았어요. 예전 뺑뺑이 시절에 중, 고등학교 올라갈 때 신체검사를 하잖아요. 그때 두 쪽 다리가 다 불편하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근데 다행히 목발은 안 짚고 다닙니다. 두 다리의 불편한 정도가 비슷해서 오히려 표가 안나요. 그러면서 열심히 사회생활 하다보니까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우연히 만난 어떤 사람이 왜 다리가 갑자기 아프냐고 물어볼 정도예요.(웃음)
▶ 여행하기 힘드시지는 않으세요?
2살 때 소아마비로 인해서 이렇게 되었는데요. 그런 것 생각 안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살았더니 오히려 더 건강해진 것 같아요.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사무실 안에서만 근무하는 직종을 택했다면 배만 나온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되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매주 차타고 돌아다니면서 내려서 사진 찍으러 다니는 덕분에 건강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또 요즘엔 차가 워낙 좋으니까요. 이동하기에 불편함은 없습니다.
저는 페달을 하나 더 달아서 사용하고 있고요. 다만 산에 올라가는 것이 좀 힘이 듭니다. 그래서 산에 관한 여행기는 거의 안 써요. 그런 것은 산 전문가가 쓰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반인들의 여행을 도와주는 그런 기사를 주고 쓰고 있습니다.
◇ 안정된 국어 교사, 신문 기자 생활 그만두고 전업 여행작가로
▶ 졸업 후 중,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으로 있으셨다고요.
서울 명지고등학교에 2년 정도 있었는데요. 한기범, 김유택 그 선수들이 당시 고2, 고3이었어요. 제가 군 면제라서, 대학 졸업 후 바로 교사로 부임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과 나이차가 대여섯 살밖에 안 났어요. 학교 끝나면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하게 지냈죠. 국어 교사하다가 대학원도 다녔어요. 현대소설 전공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공부할 머리는 아니구나, 그럼 공부하지 말아야겠다' 제가 본래 신문 기자가 꿈이었어요. 학교 다닐 때 아르바이트로 기자 생활을 했었거든요. 그 꿈 버리지 못해서 교직을 버리고 신문 기자로 변신을 하게 되었죠.
1983년 경향신문사에 들어갔는데, 당시는 관광전문 기자 같은 그런 시스템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여성잡지에서 일을 하면서, 독자들을 모시고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독자 엽서를 보내 당첨된 분들 모시고 사진기자와 제가 국내 곳곳을 여행 다니는 일이었는데, 참 재미있더라고요.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구나'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심 얼마나 좋은지. 배 선생님도 매일 집에서 밥만 먹으면 지겨워지잖아요. 그렇지만 여행을 다니면 그 고장 별미라든가, 계절에 맞는 음식들을 맛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쪽을 전공으로 삼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느낌이 왔죠.이후 88년도에 국민일보가 창간이 되면서 저보고 오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일간지 기자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입사 후 전공을 정하면서 제가 관광을 하겠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88년도면 21세기를 앞둔 시기 아닙니까, 먹고사는 게 풍족해지는 21세기는 관광의 시대다 라고 느꼈죠. 그래서 그때부터 관광전문 기자라고 말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죠. 매주 출장을 다니는 삶도 그때부터였고요.
▶ 언제부터 본격적인 전업 여행 작가를 하신 거예요?
마흔 살 때부터 입니다. 직장인들의 경우 나이 40살 때까지 직장 다니고 그 다음부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인생을 80이라고 볼 때 뚝 자르면 40이잖아요. 하지만 6개월 정도 밤잠 설치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신문사라는 안정된 직장을 접고 프리랜서로 나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 하지만 다행히 집사람이 집에서 피아노를 가르쳐서 반찬값 정도는 벌고 있었거든요.
거기서 용기를 얻어 나이 마흔 살 되던 97년 1월 에 전업 여행작가라는 거친 세상에 나서게 된 겁니다.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최대의 행복이 아닐까, 조금 배가 고프고 조금 힘들어도 말입니다. 아직까지는 큰 탈 없이 잘 버텨오고 있습니다.
▶ 나이 마흔에 직업을 바꾼다는 것이 아무나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 같은데요.
자기의 현재 직업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이야기 합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더 행복한 길이 보인다고요.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행복 하느냐가 판단 기준이어야 합니다. 그 기준에 따라 길을 선택하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좋은 길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물론 그 길을 열기까지 힘이 들지만 일단 열리고 나면 탄탄대로를 갈 수 있다라고 얘기를 해줍니다.
▶ 그렇게 다니시는 것을 보고 아내 분은 뭐라고 하세요?
저희 집사람이 피아노를 그만두고 나서 생활이 좀 어려워졌을 때 그러더라고요. 당신은 여행작가하면서 매일 행복하다고 하지만 집에 있는 나는 얼마나 불행한 줄 아느냐, 부부는 혼자 생각으로 살아가는 게 아닌데 이거 큰일이다 싶더라고요. 그래도 결국은 제가 양해를 구했죠. 내 직업이 이런 것을 어떡하겠느냐, 허구한 날 집안 비워서 미안하다, 그냥 주말 부부된 기분으로 나를 보면 그 정이 더 두터워지지 않겠느냐,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그랬죠.
그러고 나서 실행에 옮긴 것이 있어요. 그전에는 여행 다닐 때 찬거리 하나 안 사왔거든요. 여행 다니다 보면 참나물, 조개젓 등 쇼핑거리가 많잖아요. 그래서 그 후에는 비위 맞추기 위해 여행 다닐 때 간장게장도 사오고, 어떤 식당에서 밴댕이를 맛있게 먹었다 그러면 밴댕이를 얼음에 채워 사오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여자들은 그런 것에 참 약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양해를 많이 해줍니다.
◇ 무작정 떠나지 말고 사전에 일정표를 짜라
▶ <내나라 쉴토 여행>, <학년별, 계절별 체험학습 어디로 가면 좋을까?>, <내가 꿈꾸는 주말여행>, <대한민국 대표 여행지 52> 등 책도 많이 내셨어요?
여행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내가 살아있다는 존재에 대한 표현으로 매년 여행 책을 한권씩 내는 편입니다. 요즘은 여행 책들이 너무 많아져 내가 괜히 종이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좋은 여행기를 많이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별미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맛집에 대한 책을 쓰고 있죠.
▶ 의외로 국내 여행은 잘 안가시잖아요.
해외여행을 가본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나라가 진짜 좋구나 하면서 역으로 인식을 합니다. 우리나라는 일단 가기가 편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운 절경이 4계절 마다 있어요. 또 먹어보지 못한 별미도 많고요. 여행 코스를 잘 짜시면 바가지 안 쓰고 좋은 추억만 쌓다가 오실 수 있습니다.
▶ 준비를 어떻게 해가는 것이 좋을까요.
여행 가실 때 무작정 가지 마시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미리 사전 정보를 충분히 얻으셔야 합니다. 한국관광공사 여행 정보 사이트가 있어요. 거기 들어가서 가고자 하는 여행지의 기초적인 정보를 봅니다. 가령 충남 태안을 여행한다면, 태안 군청 홈페이지의 문화관광 쪽을 찾아보는 겁니다. 최근에 새로 생겨난 여행지가 나오거든요. 또 거기서 식당이나 숙박시설을 보고 체크해가면서 여행 표를 짜는 겁니다.
해외여행을 다닐 때 여행사가 일정표를 다 짜주잖아요. 기상 시간부터 호텔 체크아웃 시간 등 시간대별로 말이죠. 누군가 주도적으로 일정표를 만드는 겁니다. 몇 시에 집을 출발해서, 어느 고속도로를 타고 어느 나들목을 거쳐, 몇 번 국도로 가고, 거기서 또 다른 여행지로는 언제 가고 밥은 어디서 먹고 하는 것들을 말이에요.
식당 전화번호도 적어 놓고 미리 예약까지 하고 가세요. 그럼 식당에서도 아주 좋아하면서 반찬을 한 가지라도 더 줍니다. 하지만 무작정 나가면 우왕좌왕하면서 시간 버리고, 기름 버리고 게다가 사고 날 위험까지 있어요. 갔다 와서도 뭐 봤는지 모르고. 특히 바깥 분 운전하실 때 조수석에서 이리가라 저리가라하면서 말다툼도 많이 하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 테마 여행의 개발, 홍보도 많이 하신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경북 방문의 해'라고 해서 경상북도의 시, 군들이 자기네 고장을 많이 홍보를 했어요. 그래서 경북 쪽에 여행객이 아마 많이 늘었을 겁니다. 해마다 '무슨 무슨 방문의 해'가 있는데, 올해는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 방문의 해입니다. 그쪽이 공장도 별로 없고 자연 환경이 좋은데다 도지사들이나 시장님들이 '관광산업이 우리를 먹여 살릴 무기이다'라는 확실한 마인드를 갖고 계세요.
◇ 길 위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 여행작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 여행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보람도 있잖아요.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나요?
어떤 지위나 공직에 계신 분들 말고, 들판에서 일하시는 분들, 밭 매다 우연히 만나는 그런 분들과의 만남이 피부에 와 닿죠.지게 짊어지고 가다가 혹은 소로 밭을 갈다가 제가 덜컥 사진기 들이대면 사실 실례잖아요. 5일 장터에서 생선이나 푸성귀 파시는 아낙네들 사진을 찍을 때 자식들 보면 뭐라 한다고 얼굴을 가리세요.
그런 분들에게 친절히 다가가 장사는 잘 되는지 먼저 말을 걸면 그분들도 경계심을 풀고 자연스럽게 본인들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주로 결론은 '욕심 내지 말고 살아라. 가족이 제일 좋은 것이다' 그런 것들을 배우면서 다니는 것이 큰 소득입니다. 길 위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 여행작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 <여행한 거리만큼 책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말도 있잖아요.
그렇습니다. '여행량은 인생량이다' 이런 말도 있고. '귀여운 자식에게는 여행을 시켜라' 등 여행에 관한 좋은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도 하셨는데 여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입니까?
말 그대로 여행 작가들의 모임입니다. 예전에는 여행기를 쓰는 사람들을 '여행 칼럼니스트, 여행 전문가, 자동차 여행가'등 여러 가지로 불렸는데요. 97년도에 제가 여행작가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하게 되었어요. 2002년도에 협회를 만들었는데, 혼자 길 다니면 외롭잖아요. 저희들이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 질 때 삼겹살에 소주한잔 생각나도 같이 할 사람이 없었어요. 지금은 회원이 스물댓 명 정도 되는데,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정보 교환도 하고, 여행도 혼자 가는 것보다 4명이 가면 덜 심심하기도하고, 또 경비도 나누어 쓰면서 경제적인 부분도 있어서 좋습니다.
요즘은 각 지자체에서 자기네 고장의 여행명소를 추천해달라고 초청이 와요. 그럴 때 저희 같은 여행 작가들도 같이 초청이 들어옵니다. 또 협회 회원들의 여행 기사를 두개씩 모아 1년에 한번씩 책도 같이 내고 있습니다. 요즘 여행 작가가 되고 싶어 하시는 분들 많은데요, 검색 창에 '한국 여행 작가 협회'를 치면 홈피가 뜨잖아요. 그럼 회원 절차 밟으시고 여행기도 보시면서 정보도 많이 얻어 가십시오.
▶ 책을 보면 글도 글이지만, 사진이 아주 예술이에요.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제 꿈이 우리나라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4계절 풍경을 전부 갖추는 것입니다.
◇ 여행은 비타민, 내 인생을 풍족하게 만들어 주는 것
▶ 직업상 애로사항은 무엇입니까?
저희가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이 일을 하고 있는데요. 보통 여행기를 쓰는 사람들이 해외 여행기 쓰시는 분들과 국내 여행기를 쓰시는 분들로 나뉩니다. 저는 국내여행 전문이고요. 따라서 내국인들 외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숨은 곳을 많이 알려주는 것이 저희들 책무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저희가 여행지를 알림으로써 그 고장의 자연환경이 훼손되는데 일조하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가져오는 것은 추억, 남길 것은 발자국 뿐' 이런 말을 드립니다. 사실 발자국도 남기면 안 되긴 하는데요.(웃음)또 하나 아쉬운 점이 인심이 좋았던 여행지가 관광객이 몰리면서 자연히 인심이 야박해지는 것입니다. 나중에 가신 분들이 막 불평을 하세요. '너희들이 좋다고 해서 갔는데 영 아니더라' 하는 야단도 듣고 하는데요. 그런 것은 현지 주민들이 좀 더 신경을 써 주셔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여행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행은 비타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타민은 소량의 무기물이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면서 인위적으로 생산이 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여행을 가는 것이 돈을 쓰러가는 거지 돈을 벌러 가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을 다녀옴으로써 돈을 버는 것보다 더 귀한 가치를 주죠. 나를 풍족하게, 내 인생을 더 멋지게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이 있습니까?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그저 지도책 보고 여러 풍경들을 머릿속에 그리고, 실제로 찾아가 좋은 여행기 쓰고, 좋은 사람들 만나는 것, 그것이 저의 평범한 계획입니다.
(FM 98.1MHz 월~토 오후 4시 5분, 정리= 김효정)
※ 배한성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표준FM 98.1MHz)는 월~토 오후 4시 5분에 방송된다
● "안치환 3등, 동물원 김창기 2등, 제가 1등 먹었죠"
● "세상사 어디 쉬운 일이 있나요, 그래도 우린 할 수 있습니다"
● '공부도둑' 저자 "0교시·우열반 수업 이해 안가요"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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