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제일화재 인수전
메리츠화재, 28일 이사회서 인수 강행 여부 결정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메리츠화재[000060]의 제일화재[000610] 인수전이 갈림길에 섰다.
메리츠화재는 한화그룹이 제일화재의 우군으로 나서는 바람에 인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인수 포기를 포함한 다양한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 측으로부터 인수 포기 가능성이 처음으로 흘러나오는 등 제일화재 인수전에 변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측이 제일화재의 `백기사'를 선언하고 나섰을 때만 해도 "인수.합병(M&A) 의지는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일화재 최대 주주(지분 20.68%)인 김영혜 이사회 의장이 24일 "860억원에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메리츠그룹의 제안을 거절한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메리츠화재가 당초 25일로 예정된 이사회를 28일로 연기하는 등 이상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 김영혜 변수, 판단 착오였나 = 메리츠화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메리츠화재는 김영혜 의장을 `협상 가능한 변수'로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건만 맞으면 경영권을 넘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화그룹이 나서 제일화재 지분을 매집하면 자칫 김 의장의 위상이 최대주주에서 대주주로 격하될 수 있고 860억원의 인수 제안가도 자체 경영으론 벌기 어려운 수준의 액수이기 때문에 메리츠화재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했다는 설명이다.
또 한화 김승연 회장 역시 남매라곤 하지만 경영적 판단으로는 나서기 힘들 것으로 메리츠화재는 전망했다.
한화그룹은 이미 한화손해보험을 갖고 있어 제일화재를 인수하면 손보사가 두 개가 되는 데다 인수전으로 주가가 뛴 제일화재 주식을 사기보다는 한화손보에 투자하는 쪽을 택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메리츠화재가 인수 가격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속 김 의장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김 의장이 답변서에서 `회사의 가치를 재평가해달라'고 한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협상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는 이번 주말에도 김 의장 측과 접촉을 시도하는 한편 직원들이 나와 다양한 M&A 시나리오에 대책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제일화재 인수전 중단되나 =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계속 인수를 추진할지, 포기할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수 포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미리 정해놓은 인수 가격이 있는데 무턱대고 마냥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제일화재 인수전의 열쇠는 김 의장이 쥔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이 인수 제안에 응하면 인수전은 탄력을 받는다.
김 의장이 메리츠화재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주요 주주인 KB자산운용(6.55%)이나 그린화재 및 이영두 회장(4.5%)이 메리츠화재 편에 설 경우 메리츠화재의 우호 지분은 단숨에 40% 이상으로 치솟는다.
메리츠화재가 가장 기대하는 시나리오지만 제일화재나 한화 측은 이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김 의장이 지분 20.68%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김승연 회장이 나서 경영권을 지켜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 의장이 끝내 경영권 양도를 거부하면 메리츠화재는 인수 포기를 선언할 수도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인수가 어렵다면 체력 낭비를 하지 않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며 "인수를 못하더라도 지금까지 확보한 지분을 계속 쥐고 경영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추가로 지분 매집에 나설지도 변수다. 40개에 달하는 계열사 중 일부를 통해 이미 제일화재 지분 15∼20%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화석유화학과 ㈜한화의 주가는 25일 하한가를 치는 등 크게 빠졌다.
이 두 회사는 제일화재 지분 인수에 주도적으로 나서기로 한 한화건설 등 5개 계열사의 실질적 대주주다. 시장에선 자금 부담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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