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슬픔'- 버지니아텍 참사 1년 <현지르포>

2008. 4. 16. 09: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블랙스버그=CBS 박종률 특파원 nowhere@cbs.co.kr]

총기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둔 1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남서부에 위치한 조그만 도시 블랙스버그의 버지니아텍을 찾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짙은 녹색의 잔디가 드리워진 대학본부앞 대운동장 '드릴필드'가 한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를 이유로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릴 듯 시원했다.솔직히 32명의 안타까운 희생 못지않게 조승희와 한국의 끈(?)을 부인할 수 없는 일말의 부채(負債)의식이 기자의 마음 한켠에 자리했기 때문이리라.

화창한 봄날씨였지만 오전 시간이어선지 손이 조금 시리게 느껴질 정도로 바람결이 차가웠다.

강의실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1년전 끔찍한 참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었다.

그네들의 일상이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지만 대학 캠퍼스의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추모비와 32개 추모석은 그날을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추모비 앞에 놓인 돌에는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We will prevail)...'우리는 버지니아 공대인'(We are virginia tech)이라고 적혀 있었다.아픔을 이겨내겠다는 다짐과 더 이상의 아픔이 있어서도 안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반원으로 빙 둘러선 32개의 직육면체 추모석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선명했다.그리고 다양한 꽃들과 인형,쪽지글은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비바람에 혹시나 사라질까...비닐로 싸고 돌로 눌러 놓은 몇몇 쪽지글들을 만져보고 읽어봤다.

'리마(Reema)야!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겠지?' '레슬리(Leslie),생일 축하해!'...그런가 하면 고(故)케빈 그란타(Kevin granta)교수의 추모석옆에는 그의 생애를 기록한 글이 놓였다.

이 학교 3학년 여학생인 매기 매독스(Maggie Maddox)는 '희생자 중에 처음부터 아는 사람은 없지만 이곳을 지날 때마다 슬퍼진다'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블랙스버그의 한 커뮤니티에 종사하는 레이바(Lava coyle)씨는 '조승희가 한국인이라고 해서 한국에 대한 선입견을 가져본 적이 없다'면서 '미국인을 포함해 누구에 의해서든 일어날 수 있는 참사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버지니아텍에는 5백여명의 한국계 학생이 있지만 총기참사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모비 뒷쪽 2시 방향에 있는 노리스홀(Norris Hall)에 시선이 멈춰졌다.끔찍한 총기참사의 현장인 공학관 건물은 출입문이 굳게 내려져 있었다.지난해 8월까지 폐쇄됐던 이 건물은 현재는 교수와 대학원생의 연구실로 사용될 뿐 강의실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내일(16일)은 참사 1주년을 맞아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린다.이날을 '추모기념일'로 정하고 하루동안 휴강을 결정한 학교측은 오전 10시30분부터 대운동장에서 공식 추모식을 갖고 또 저녁에는 추모 촛불집회도 가질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도 15일 총기참사 1주년을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한다고 밝혔다.

부시는 이날 부인 로라 여사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2007년 4월 16일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폭력사태가 빚어진 날로 기록됐다'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비통해 하는 유족과 친지들을 위해 우리는 다른 미국인들과 함께 기도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버지니아공대 총기참사 1주년을 계기로 미국의 각 주의회를 중심으로 범죄자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총기규제를 입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내 38개 주의회가 현재 총기 규제관련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면서 법안들은 대부분 범죄자와 정신질환자의 총기소지를 차단하고 범죄에 사용된 총기추적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美버지니아텍 총기참사 유가족에 10만달러 위로금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AP선정 '올해의 뉴스'

버지니아 공대생 "한국인 비난 안해요"

"누군가의 가족, 친구였을 당신을 추모합니다"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