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고 교육시간 조작' 간호학원 무더기 적발(종합)
간호사ㆍ간호조무사 의무고용 어린이집 원장이 주 고객
"기초교육도 안받고 현장 투입…의료사고 위험"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규모가 큰 어린이집에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한 규정이 신설되자 수강료만 받고 자격증 발급에 필요한 교육이수 시간을 위조해준 간호학원과 불법으로 자격증을 발급받은 어린이집 원장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수강료를 받고 가짜 교육이수 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로 간호학원장 엄모(49.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모(53.여)씨 등 3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또 허위 교육이수 증명서를 국가기관에 제출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수강생 9천190여 명을 적발해 오모(42.여)씨 등 어린이집 원장 68명과 산후조리원 원장 3명도 함께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이들 간호학원장은 2005∼2007년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속성으로 딸 수 있다"는 광고를 수도권 일대에 뿌려 수강생 9천190명을 모집한 뒤 1명 당 200만∼220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교육이수 증명서를 허위 발급해주고 모두 145억여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하면 학과교육 740시간, 실습교육 780시간(병원 실습 400시간 이상) 이상을 이수했다는 교육이수 증명서를 보건당국에 제출해야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적발된 수강생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고 허위 교육이수 증명서를 발급받는 수법으로 취득에 적어도 1년 이상 걸리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2∼6개월 만에 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간호조무사 시험은 보통 기출문제 위주로 출제돼 통과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며 "자격증을 따느냐 못 따느냐의 관건은 결국 교육과 실습 이수 시간 여부"라고 설명했다.
입건된 수강생 중 대부분은 어린이집 원장들로, 2005년 12월부터 원생이 100명 이상인 어린이집의 경우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한 명을 두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된 이후 추가 인건비 지출을 막으려고 불법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어린이집 원장들 중에는 간호조무사 업무와 관련한 최소한의 지식과 기술 교육도 받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간호조무사에 의한 어린이 의료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간호조무사 자격시험과 자격증 발급 업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간호학원 지도.감독 업무는 시.도교육청에서 담당하는 등 관련 업무가 이원화돼 있어 학원에 대한 관리 감독이 미흡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간호조무사 양성 학원의 허위 교육이수 증명서 매매 행위가 전국에서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가 실업자 고용 촉진을 위해 지급하고 있는 훈련비도 부정 지급받는 간호학원이 있다는 첩보가 입수됨에 따라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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