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부추기는 중앙일보

류정민 기자, dongack@mediatoday.co.kr 2008. 2. 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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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없는 자 불만 편승은 투기"지적 칼럼도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

"새 정부 인선을 향해 공세를 취하는 측도 나머지 대상자의 투자 행위까지 문제를 삼는 경우가 있어 개운찮다. 있는 자에 대한 없는 사람들의 불만에 편승한다면 그것도 일종의 투기다."

유광종 중앙일보 국제부분 차장은 28일자 31면 '분수대'라는 연재 코너에 <투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중국 송나라 때 시를 인용하며 '투기'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유광종 차장은 "투기라는 말은 결국 서로의 틀과 근간이 맞아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면서 "본디 괜찮은 뜻으로 사용되던 이 단어는 나중에 그 의미가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유광종 차장은 "시장에서 투기와 투자는 쓰임새가 다르다. 자신의 재화를 불리기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돈을 묻는 게 투자일 것이다. 그에 비해 투기는 단기적인 차익을 염두에 두고 폭리까지 노리는 경우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행위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취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이 말의 용례는 극히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 중앙일보 2월28일자 31면.

유광종 차장 "시장에서 투기와 투자는 쓰임새가 다르다"

유광종 차장은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의 부동산 투기 논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재산증식을 위해 어떠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면 이들은 분명히 공직에 몸담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공직에 있으면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가 이미 투기 전력이 드러난 사람들을 물린 것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대목은 칼럼의 마지막 부분이다. 새 정부 인선을 향해 공세를 취하는 측이 나머지 대상자의 투자행위까지 문제로 삼는 경우가 있어 개운찮다는 내용이다. 야당이 이명박 정부 초대 국무위원 후보자의 정당한 투자행위까지 문제로 삼고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야당이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면 이는 비판받을 대목이다. 그러나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서민의 분노,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박탈감일까

적당히 넘어가는 것보다는 깐깐하게 하나하나 따지려는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야당의 비판적 태도나 일부 언론의 적극적인 취재 노력은 평가할 일이다. 유광종 차장의 칼럼은 경청할 내용도 있지만 마지막 문장은 칼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유광종 차장은 "있는 자에 대한 없는 사람들의 불만에 편승한다면 그것도 일종의 투기"라는 말로 칼럼의 끝을 맺고 있다.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분노와 비판 여론을 있는 자에 대한 없는 사람들의 불만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서민의 분노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박탈감이라고 규정한다면 이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공직자는 최소한 부동산 투기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증식하는 인물과는 거리가 멀어야 한다는 것이 보편적 정서 아닐까.

중앙일보 칼럼 비판 댓글 "국민들 무식하지 않다"

'있는 자에 대한 없는 사람들의 불만'이라는 유광종 차장의 표현은 논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유광종 차장의 해당 칼럼이 실린 중앙일보 인터넷 사이트에는 비판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권용홍씨는 "실컷 투기한 후보자들을 비판하는 척하다가 결국은 못 가진 자들의 투정으로 몰아버리는 저 재벌신문과 그 주구들의 파렴치함 이게 언론인가"라고 지적했다. 조순형씨는 "투기는 잘못됐지만 투자 한 것까지 뭐라면 안된다? 투기꾼이 투기를 하지 투기하고 투자를 하는가. 괜히 말장난 하지 말아라. 그렇게 국민들 무식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명박 정부 '부동산 내각' 논란에 대해 중앙일보 칼럼이 서민정서와 엇박자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앙일보 지난 27일자 34면 '분수대' 연재 코너에 실린 <거짓말하는 능력>이라는 조현욱 논설위원 칼럼은 더 노골적이다.

중앙일보 '분수대' 칼럼 연이틀 논란

▲ 중앙일보 2월27일자 35면.

조현욱 논설위원은 "거짓말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공익을 위한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하다"면서 "청혼을 거절하면서 '당신이 일류대 출신이 아니라서'라고 밝히면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조현욱 논설위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너무 '정직'해서 사태를 악화시키는 듯하다. '유방암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기념'으로 남편이 오피스텔을 선물로 사주고, '자연을 사랑해서' 절대농지를 구입했다는 해명이 그렇다"고 주장햇다.

조현욱 논설위원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그는 "'감기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기념으로 새 차를 사주지는 않았나' '자연을 사랑하면 오지의 숲을 구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현욱 논설위원 "공직자, 거짓말 하는 능력도 필요"

조현욱 논설위원은 "불리한 결과를 뻔히 예측할 수 있는 데 굳이 그런 해명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게 '사실'이어서 그대로 밝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공직자는 정직해야 하지만 때론 거짓말을 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정직이 불필요한 상처를 국민에게 주는 경우에는"이라고 칼럼의 끝을 맺었다.

부동산 투기로 물의를 빚는 국무위원 후보자들에게 국민 분노를 피해가는 방법을 안내해 주는 것인가. 본질은 무엇일까. 논란의 대상자들이 부동산 투기 문제로 국민 분노를 사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정직하게 말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정직한 설명은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인식 수준과 철학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한 일이다. 국민분노에 아랑곳없이 어이없는 해명을 하는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오히려 정직한지도 모른다. 적당히 눈속임하고 포장해서 국민 분노를 피해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이 더 위선적인 모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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