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칼럼]'자연을 닮은 사람들'
어느 대안 학교에서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라는 교훈을 본 적이 있다. 과연 자연을 닮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우리는 흔히 무언가가 자연스럽다는 말을 하는데 자연스럽다는 것은 또 어떤 것일까? 자연이란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니 아무 것도 손대지 않고 의도하지 않으면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나는 지금도 가끔 그 학교를 세운 분들이 어떤 고민을 통해 그런 교훈을 정했는지 궁금해할 때가 있다.
자연이란 참 놀라운 것이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 거대함에 놀라고, 그 미세함에 놀라고, 그 아름다움에 놀라고, 그 냉혹함에 놀란다. 그렇다고 해서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거대하거나, 미세하거나, 아름답거나, 냉혹한 사람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이 정말 경이로운 것은 그 모든 서로 다른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 아닐까? 그렇다면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란 서로 다르지만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어야 한다고 나는 혼자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흔히 시골에 살면 벌레 때문에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다. 나도 시골에 살기 전에는 '도시에도 이렇게 바퀴벌레가 많은데 시골에 가면 얼마나 많을까?' 하고 걱정을 했다. 물론 처음 도시를 떠나 시골집에 살면서는 여러 종류의 곤충들이 집 안팎에 살아가는 것이 낯설고 불편했지만, 살아보니 벌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곳은 오히려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골집에는 많은 벌레들이 살지만 그것들은 자연스럽게 존재하기에 불쾌한 일만은 아니다. 가끔 집 근처에서 바퀴벌레를 보는 일이 있는데, 도시의 어둠 속을 활보하는 오만한 모습이 아니라 여러 벌레들 사이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그저 한 마리의 벌레일 뿐이다. 여름날 매미들도 도시의 매미들처럼 귀가 아프도록 울어대지 않고 시원하게 노래를 부를 뿐이다.
그렇다. 바퀴벌레나 모기, 그리고 매미까지도 해충이 되어버린 것은 도시라는 자연스럽지 못한 공간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곤충들의 생태계가 없으니 도시생활에 잘 적응한 특정 곤충만 살아남아 번창하면서 사람들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환경은 쾌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마치 좁은 닭장에 밀집 사육되는 닭들이 조류독감과 같은 외부의 공격에 취약한 것처럼 말이다.
자연을 닮은 사람들의 삶은 도시의 삶처럼 효율적이고 체계적이고 위생적이고 과학적이고 문명적이고 세계적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훨씬 더 자연스럽고 쾌적할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들이 마치 자연이 그러하듯이 서로 다르지만 잘 어울려 존재할 수 있다면, 마치 자연이 그러하듯이 그 어떤 변화나 도전에도 좀더 유연하게 맞설 수 있지 않을까?
〈 박범준 / 제주바람도서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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