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귀성 지옥' 천저우 '빙하시대' 여전

2008. 2. 5. 20: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광저우역 45만명 발 묶여

경찰 1만5천명이 질서유지

중국을 덮친 폭설로 두 도시가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재앙을 치르고 있다.

한때 80만명의 귀성객이 몰린 광둥성 광저우역은 지금도 기차를 기다리는 귀성객들의 탄식으로 가득하다. 10일 넘게 전기가 끊긴 후난성 천저우는 빙하기와 석기시대를 함께 맞은 듯하다. 원자바오 총리가 직접 이들 두 곳을 찾아 빠른 복구를 약속했지만, 폭설의 상처는 계속되고 있다.

■ 계엄도시 광저우역

사상 최악의 귀성전쟁을 치르고 있는 광저우역은 '거대한 경찰소'로 변했다. 지난 2일 한 여성노동자가 귀성객들에게 밟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경비가 더욱 삼엄해졌다. 광저우역에는 5일 현재 1만5천여명의 경찰이 투입돼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광저우시 전체 경찰력의 절반이 넘는 숫자가 역 하나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신발공장에 다니는 정샹윈은 지난 1일 저녁 광저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다 인파에 밀려 쓰러졌다. 사람들에게 무수히 짓밟힌 그는 병원으로 옮겨져서야 겨우 숨을 돌렸다. 당시 광저우역에는 26만명이 몰리며 수백명이 북새통 속에서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지난달 31일에는 역사 지붕에서 달리는 기차 위로 뛰어내리던 한 남자가 고압선을 건드려 전신에 50도 화상을 입기도 했다.

철도가 복구되면서 광저우역에선 5일부터 기차표 판매가 재개됐다. 철도부는 설날인 7일까진 대부분 교통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다시 날씨가 나빠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광저우역에는 현재 45만명의 발이 묶여 있다. 그래도 지난 3일 20만8천명이 이곳을 떠나면서 다소 숨통이 트였다. 기차를 기다리는 우줘밍은 "설날까진 고향에 갈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 냉동창고 천저우

광둥성과 장시성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인 후난성 천저우는 폭설로 고립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전기는 물론, 식수와 생필품 공급마저 끊겨 400만명의 주민들이 난민처럼 살아가고 있다. 지난달 24일엔 전력 케이블이 폭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끊기는 바람에 도시 기능이 완전히 마비됐다. 텔레비전도 볼 수 없고, 인터넷도 할 수 없고, 전화도 걸 수 없다.

전기·식수·생필품 공급 끊겨 400만명 고립 추위와 '사투'

주민들은 밤이 되면 암흑 속에서 추위와 사투를 벌인다. 도시 전체가 냉동창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평소 0.2위안(26원) 하던 양초 하나가 5위안(660원)에 팔리지만, 이것마저 제대로 구하기 힘들다. 홍콩 <문회보>는 주민들이 석기시대로 돌아갔다고 표현했다. 시정부는 5천명의 기술자를 동원해 전력 케이블 복구에 나서고 있으나 눈발이 끊이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주민들의 생활은 피난민을 방불케 한다. 폭설이 '폭탄'이 돼 도시를 공습한 듯한 참상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3일엔 일부 상점이 자가용 발전기를 돌려 문을 열었지만, 순식간에 식량과 생수가 동났다. 한 주민은 "사람들이 슈퍼마켓을 돌며 닥치는대로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있다"며 "일부 돈있는 사람들은 하룻밤에 500위안이나 하는 호텔에 묵기도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뢰도 1위' 믿을 수 있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