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분마다 세워지는 행복' 서울대생 필리핀 사랑의 집짓기

2008. 1.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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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파사이시티의 빈민가 스쿼터 지역. 쓰레기로 덮인 개천 주변은 악취가 가득하지만 30년 넘게 이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이다.

이런 필리핀 빈민가에서 사랑의 집을 짓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열흘간 서울대학교 학생 30여명이 나섰다.

30도를 웃도는 후텁지근한 날씨. 창문달기와 대패질, 철근 구조물 만들기 등 난생 처음 해보는 집짓는 작업에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다.

집을 짓는 뼈대가 될 철근 구조물에 철사를 감는 작업을 하던 성찬미(22, 경제학부)씨는 "기술적인 일을 할 줄 몰라서 처음 작업을 할 때는 어려웠지만 뼈대가 되는 작업 하나 하나를 해 간다는 것이 뜻 깊다"며 굵은 땀을 닦아냈다.

난생 처음 다뤄보는 기계로 철근을 힘겹게 자르던 이상수(21, 사회과학계)군의 얼굴에는 땀과 열기가 가득 찼다. "생각보다 힘들어요. 필리핀으로 간다고 해서 사실 놀러간다는 생각이 컸는데 와서 보니까 놀러갈 마음은 사라지고 오히려 봉사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필리핀 집짓기 현장에서 생일을 맞은 전혜연(19, 과학교육계열)양은 한비야 씨를 떠올리며 한국이든 외국이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같이 잘 살 수 있기를 바랐다.

"한비야 씨가 외국으로 봉사활동을 자주 다니니까 한국에도 못 사는 사람이 많은데 왜 외국까지 가서 봉사활동을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한비야 씨는 누구든지 도와야 한다고 말을 했었는데 저 또한 거창한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 사람들을 도와서 다 같이 잘 사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싶어요."

봉사는 집짓기에 그치지 않았다.

치의학대학원생 최아름(31) 씨는 이 지역 아이들을 위해 올바른 칫솔질법 강연을 준비했다. "해비타트가 집을 짓는 곳은 구강관리가 소홀한 지역들인데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실태도 가까이서 접할 수 있고 앞으로 해외에서의 치과 봉사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최 씨는 해맑게 웃었다.

어려서부터 약사의 꿈을 키워오며 봉사활동도 함께 하고 싶었다던 대만인 탕명평(20, Tang Meng Pyng)양은 "직접 현장에 와 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안타깝다"며 "앞으로 약사가 되어 어떻게 봉사활동을 해가야 할 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집을 짓는 이곳엔 2층 짜리 건물 8채가 들어서 300여명이 넘는 입주민들이 살아가게 된다. 해비타트 주택은 주거지 뿐만 아니라 새 집에 살게 된 아이들의 삶도 바꿔 놓았다.

해비타트 집짓기 사업으로 새 집에서 살게 된 필리핀인 아나벨(15) 양은 "안전하고 깨끗한 집에서 살게 돼서 너무 좋고 자신도 기술자가 되어 이런 집들을 디자인하고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해비타트 필리핀지부 부회장 준씨는 "해비타트 봉사활동은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활동 경험을 알려줌으로써 나눔을 극대화 할 수 있다"며 "종교와 인종, 연령, 성별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함께 봉사 경험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24분마다 1채씩 지어지고 있다는 해비타트 주택.

학생들이 내민 도움의 손길들이 자칫 꿈을 잃고 살아갈 빈민가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 해비타트(Habitat)란?

주거환경, 서식지, 보금자리를 뜻한다. 해비타트는 열악한 주거 환경을 바꿔 주민들의 삶 또한 바꾼다는 취지 아래, 자립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무주택자들을 위해 집을 주어주는 단체다. 미국인 변호사 밀라드 풀러(Millard Fuller)에 의해 1976년 창립되었으며 2005년에는 미국 테네시주 낙스빌에서 20만 번째 해비타트 주택이 건축되었다.

해비타트 주택에 입주하려는 입주민들은 일정액의 금액을 해비타트 주택을 짓는 회전기금으로 15년간 상환을 해야 하며 필리핀의 경우 한달에 100페소(한화 2,300원)를 내고 있다. 더불어 입주가정은 자원봉사활동가들과 500-700시간의 집짓기를 함께 해야 한다.

CBS사회부 강인영 기자 Kang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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