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걸어서 세계속으로', 프랑스·독일 국가 혼동 '방송사고'
"공영방송 KBS의 PD가 중·고등학생도 아는 '라마르세예즈'를 몰라?"
KBS가 프랑스 국가라고 소개하며 실은 독일 국가를 내보내는 어처구니 없는 방송사고를 저질렀다. 일부 시청자·네티즌은 "자존심 강한 프랑스 사람들이 알면 가만있지 않을 일"이라며 KBS를 질책했다.
19일 오전 10시 방송된 KBS 1TV '걸어서 세계속으로'(선임PD 고영규)는 '자유를 향한 항해'라는 부제 아래 프랑스 제2의 도시 마르세유(위 사진)를 다뤘다. 매주 토요일 세계 각국의 지역 한곳을 선정해 탐방하는 이 프로그램은 번지르르한 관광명소보다는 서민들의 진솔한 삶을 화면에 담아 상당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문제는 마르세유라는 도시 이름에서 비롯된 프랑스 국가 '라마르세예즈'(La Marseillies)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발생했다. "프랑스 혁명 초기 마르세유 시민들로 구성된 의용군이 파리 시가지를 행진할 때 불렀던 노래"라는 설명과 함께 배경음악이 이어졌다. 그런데 정작 나온 노래는 '라마르세예즈'가 아니라 프랑스의 이웃 독일의 국가인 '도이칠란트 위버 알레스'(Deutschland ueber Alles)였다.
호전적인 군가 스타일의 '라마르세예즈'와 밝고 경쾌한 '도이칠란트 위버 알레스'는 귀에 와닿는 느낌부터가 확연히 다르다. 시청자·네티즌들은 방송이 끝나기도 전부터 KBS 홈페이지의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 항의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이디 'jks316'은 '독일 국가가 프랑스 국가로 둔갑되었다'는 글에서 "공영방송 KBS가 두 나라의 국가를 혼동해서 방송하니 어처구니없다"면서 "엄연한 방송사고인 만큼 KBS의 사과와 담당자 인책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적었다. 아이디 'leepoonee'는 "아침부터 가족들과 함께 보고 있는데 갑자기 독일 국가가 나와서 전부 기겁했다"고 토로했다.
시청자·네티즌의 우려는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프랑스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점에 모아졌다. 아이디 'ohcysp82'는 "유럽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방송을 할 때 일본 국가를 틀어주면 우리 기분이 어떻겠느냐"며 "차후에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요구했다. 아이디 'photian'는 "프랑스에 대한 약간의 상식만 있어도 알만한 걸 실수하다니 정말 실망"이라며 "유럽 사람들이 볼까봐 겁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선 가수 강원래씨가 나레이터로 등장, 눈길을 끌었다. "신선하다" "앞으로 기대가 된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화면과 맞지 않는다" "귀에 거슬린다" 등의 지적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세계일보 온라인뉴스부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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