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헤어스프레이, 무대서 극장서 '보고 또 보고' 감동 두배
올겨울 뚱뚱하고 춤 잘 추는 낙천적인 여고생이 주인공인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가 한국 공연장과 극장가를 강타한다. '헤어 스프레이'는 1988년 제작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1960년대 초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미국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트레이시 턴블레이드란 뚱뚱하고 낙천적인 여고생이 꿈을 이루는 과정을 통해 인종화합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올겨울 '헤어스프레이' 열풍
2002년 처음 무대에 오른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었다. 다음해 토니상 8개 부문을 휩쓸었고 현재까지 예매율 순위 상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마크 샤이먼과 스콧 위트먼이 만든 신나는 음악과 낙천적인 정서에 버무려진 묵직한 메시지가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2007년 '헤어스프레이'가 영화로 다시 제작됐다. 존 트래볼타·미셸 파이퍼 등 톱스타들이 출연한 이번 영화는 지난 7월 미국에서 개봉해 무려 1억2000만달러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
전 미국인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 '헤어 스프레이'가 올겨울 라이선스 뮤지컬과 영화로 한국 관객들을 유혹한다. 지난 16일부터 충무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라이선스 뮤지컬은 현재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공연의 성공에 힘입어 다음달 6일 한국 극장가에 상륙하는 영화도 흥행이 예감되고 있다.
▲매력 만점의 캐릭터들
영화에서 뮤지컬로, 다시 영화로 제작된 '헤어 스프레이'에는 불문율이 있다. 여주인공 트레이시에는 신인 여배우, 트레이시의 엄마 역할은 남자 배우가 출연하는 것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에서 통통한 몸매에 귀여운 외모, 낭랑한 목소리를 가진 트레이시 역에는 뉴욕대학 출신의 성악도인 왕브리타와 방진의가 캐스팅됐다. 영화에서는 1000대1의 경쟁을 뚫은 아이스크림 가게 점원 니키 블론스키가 맡았다. 개그맨 정준하가 트레이시의 뚱뚱한 엄마 에드나 역할을 맡아 영화에서 같은 역을 연기한 존 트래볼타와 미모대결(?)을 펼친다.
정준하는 기대 이상의 호연을 펼친다. 존 트래볼타처럼 진짜 여성으로 보이려 하기보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드러낸다. 너무 살이 쪄 집 밖을 나가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다가 딸이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보면서 자신도 희망을 되찾는 모습을 인간적으로 그려낸다. 남편 윌버 역을 맡은 중견배우 이인철과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You're Timeless to me'를 부를 때는 박수갈채가 터져나온다. 이에 반해 존 트래볼타는 좀더 섬세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왕브리타와 영화의 니키 브론스키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왕브리타는 신인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성량과 원숙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니키 브론스키도 맞춤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와 라이선스 뮤지컬 차이점
뮤지컬과 영화와 다른 점은 트레이시를 시종일관 괴롭히는 악역 벨마가 더 악독해졌다는 것이다. 뮤지컬에서 못됐지만 푼수기가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 반면 할리우드 톱스타 미셸 파이퍼가 맡았기 때문인지 영화에서는 좀더 비중이 늘어났다. 미셸 파이퍼는 쉰을 넘은 나이가 무색하게 섹시한 모습을 드러내며 영화팬들을 매혹시킨다. '사랑의 행로' 때 이후 오랜만에 선보인 가창력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결말 부분이다. 뮤지컬에 비해 영화는 '인종화합'이라는 메시지에 주력한다. 뮤지컬은 모두가 화합하며 즐겁게 끝나지만 영화에서는 권선징악의 방식대로 진행된다.
라이선스 뮤지컬과 영화 모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기대 이상으로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전해주며 관객들을 흥분시킨다. 이에 반해 영화는 장르의 특성을 제대로 사용해 관객들을 행복감에 젖게 한다. 어느 것이 앞선다고 말하기 힘들다. 둘을 다 감상할 계획이라면 영화를 먼저 보고 뮤지컬을 보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최재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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