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여기 어때]영천 거조암·돌할매, 피안으로 가는길 오백나한 반기고..

2007. 11. 2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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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살같은 시간, '무자년(戊子年)'이 머지않았다. 한 해의 소망을 기원하기 위해 길을 나설 때다. 가족의 건강과 사랑, 화합을 위한 나들이다. 오백나한을 모신 영험한 기도도량 '거조암', 운세를 점쳐주는 신비의 '돌할매'를 찾아 일찌감치 꿈과 희망을 기원해 보자. 경북 영천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문화유적이 곳곳에 산재해 볼거리 또한 적지 않다. 소망 기원을 핑계 삼아 가족여행을 다녀올 만하다.

▲거조암팔공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은해사(銀海寺)의 말사다. 신원리 저수지를 지나 단풍나무와 마주한 채 양쪽에 감나무를 거느린 영산루를 너머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다.

거조암은 당초 '거조사'라 해 은해사보다 먼저 창건됐다. 신라 효성왕 2년(738)에 원참조사가 창건했다고도 하고 경덕왕(742∼764) 때 창건됐다고도 전해진다. 목조 서까래와 흙벽으로 지어진 3채의 건물과 마당 중앙에 놓인 3층석탑, 입구 누각이 전부다. 얼핏 보면 어느 양반집의 사당 정도로 여겨질 만큼 소박하지만 원형을 잘 지녀 포근하고 넉넉한 느낌이다.

거조암이 세인들로부터 주목받는 것은 국보 제14호로 지정된 영산전과 그 안에 모셔진 오백나한상 때문. 잡석으로 축조된 기단 위에 가로로 길쭉하게 만들어진 영산전은 부석사 무량수전과 더불어 국내에 6곳밖에 없는 고려시대 목조건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소박하고 간결한 주심포계 형식의 정면 7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의 절집은 단청 없이 나무로만 조각을 내어 '옛것'의 기품이 더해진다.

영산전에 모셔진 526개의 석조나한상은 흔히 '오백나한'으로 불리지만 석가모니부처의 10대 제자와 16나한을 합친 526위의 나한이 정확한 표현. 법화화상이 신통력을 발휘해 각 불상이 스스로 제자리를 잡았다고 전해진다.

나한들은 원래 세속 잡인이었으나 불타의 설법에 감복해 삶의 진리를 깨닫고 오도성불(悟道成佛)한 불제자들이다. 이 때문에 불자들은 수행으로 성불한 오백나한을 '덕이 매우 높은 성자'로 받들고 예배한다.

극락도에 의해 배열된 나한상은 자세가 제각각이다. 표정도 하나 같이 천진하고 익살맞고 해학적이다. 하지만 영험이 뛰어나다는 속설 때문에 해마다 이맘때면 소원을 빌기 위한 불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돌할매북안면 관리에 있는 운세를 점치는 '신비의 돌'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소원을 빌러 온 차량이 꼬리를 문다.

동서로 관산과 평용산을 끼고 있는 마을은 1548년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돌할매는 직경 25㎝, 무게 10㎏의 타조알 모양새다. 이곳을 거쳐 간 이들의 손길 탓에 반들거리는 돌할매는 350여년 전부터 숭배의 대상이 돼 마을의 대소사나 가정의 길흉화복을 질문할 때 '돌할매 지러 간다'며 참배했다. 음력 6월15일은 돌할매의 생일날로 모시고 초하루 보름날은 기도회를 갖는다.

소원을 물을 때는 먼저 합장해 정중하게 삼배한 후 주소 성명 나이를 소개하고 한 가지 소원을 물으면 된다.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돌을 들면 쉽게 들린다. 하지만 생년월일과 주소, 나이, 성명 등을 알린 다음 소원을 말하고 들어보면 처음보다 묵직해져 잘 들리지 않는다.

돌할매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주민 하해선씨(67)는 "마을주민이 돌아가며 24시간 2인1조로 관리당번을 서고 있다"며 "돌할매가 소원을 들어줄 때는 씨름선수도 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돌할매는 원래 조씨 문중 산에 있던 것을 1993년 이곳으로 옮겨왔다. 전국 각지에서 이곳을 찾는 이들은 평일 100여명, 주말이면 300여명에 이른다. 돌할매가 유명해지자 '짝퉁'도 생겨났다. 마을 입구 '돌할배'라는 표지판이 눈길을 끈다. '돌아주매'도 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사는 게 힘든 때일수록 기복신앙이 들썩였다. 기존 종교에 비해 미신적인 경향이 강하지만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는 안식처인 셈. 옛 민간토속신앙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정성만 지극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고 하니 돌이 들리지 않는다면 성취를 기대해 볼 만하다.

〈영천|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환상의 영천호 드라이브코스 -▲찾아가는 길:서울→영동고속도로 여주분기점→중앙내륙고속도로→김천IC→경부고속도로→영천IC→영천/거조암은 영천IC에서 28번 국도를 따라 의성방향으로 가다 삼부삼거리에서 900번, 청통면사무소 사거리에서 919번 지방도로를 따라 군위방면으로 가면 된다. 돌할매는 영천읍에서 4번 국도를 따라 경주방면으로 가다 북암면농공단지에서 좌측으로 4㎞ 지점에 있다.

▲먹을거리:경부고속도로 영천IC 인근 도남공단 앞에 조성된 한우숯불단지는 한우숯불구이가 유명하고 영천시장 내 가마솥곰탕전문점 산골식당(054-331-3290)은 머리고기를 가마솥에서 우려낸 곰탕이 맛있다. 영화식당(한우육회, 054-334-4429), 영일식당(산채비빔밥, 054-335-1057), 포항할매집(수육, 054-334-4531) 등

▲주변 볼거리:영천에는 고택과 정자, 향교, 서원 등이 제법 많다. 그중 화남면에 있는 매산고택과 정용준 고택, 임고서원 등이 둘러볼 만하다. 또 예부터 중풍치료에 탁월한 효험으로 명성이 자자한 영천한약유통단지를 비롯해 경상도 3대 시장인 영천시장, 보현산천문대, 은해사, 거동사, 영천댐, 임고서원, 오리장림, 치산관광지, 만불사 등의 볼거리가 있다.

▲드라이브코스:시내에서 69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영천호 드라이브코스다. 산과 호수를 양쪽으로 끼고 가는 일주도로는 차량이 많지 않고 길이 잘 닦여 드라이브 재미가 쏠쏠하다.

▲숙박:보현산약초마을(016-577-0083)에서는 5~6집에서 민박을 친다. 구들장에 구워먹는 삼겹살 맛이 일품. 이외에 닭백숙과 각종 약술을 등을 즐길 수 있다.

▲문의:문화관광공보과(054-330-6063) [스포츠칸 연재만화 '명품열전' 무료 감상하기]- 경향신문이 만드는 生生스포츠! 스포츠칸, 구독신청 (http://smile.khan.co.kr) -ⓒ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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