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조 춤은 버렸소"..'새발' 초연 앞둔 서울무용단장

2007. 11. 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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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가 지났는데 장구소리가 진진하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연습실. 지난 9월12일 서울시립무용단장으로 취임한 한국무용가 임이조씨(58)의 첫 작품 '새발(아래아)'(7~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초연을 코앞에 두고 새벽 서너시까지 연습실이 뜨겁다.

TV 국악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낯익은 임단장은 국내에선 드물게 '춤 공연 매진'을 기록한 주인공. 이번 작품이 "신임 단장의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라면서도 "짧은 시간에 독하게 완성했다. 내 안무와 단원들의 기량이 커다란 맥을 이뤄 볼 만할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50년간 춤길을 걸어온 임단장은 인간문화재 이매방의 제자로 '살풀이춤' '한량무' '승무' 등 한국전통춤 공연에 치중해온 터. 무용계에선 1974년 창단 후 한국창작무용의 터전 역할을 해온 서울시무용단의 춤색깔을 임단장이 어떤 담금질로 숙성시킬 것인지 눈길이 뜨겁다. 창단 33년 만에 첫 남성 단장으로 부임한 임단장의 취임 첫 공연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창작춤의 산실인 서울시무용단의 정신을 이어갈 겁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현대적인 느낌으로 갑니다. '이건 임이조 춤이 아니네' 하고 놀라실 겁니다. '전통무용가 임이조'의 팬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전통에서 벗어난 현대감각의 '새발(아래아)'을 안무했어요."

단장으로 발령받자마자 시작한 '새발(아래아)' 작업. 국내외 공연에 수없이 서온 임단장은 이미 세계무대에 올릴 한국적 창작품을 구상 중이었고, 이번에 대한민국 이야기를 '서울'이라는 지리적·정신적 소재를 통해 춤으로 진하게 풀어낸다.

"단원들과 의논했어요. 단장 임이조의 첫 공연인데 전통무용을 공연할 건지, 창작무용을 공연할 건지 정하라고요. 저의 뜻에 따른다고 하더군요. 고맙죠. 서울시무용단 33년 역사를 바탕으로 춤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이루며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전통춤을 기본으로 한 임이조 브랜드의 한국창작춤을 지양하고, 임이조 안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만큼 현대적인 한국창작춤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새발(아래아)'은 613년 전 조선시대 서울의 옛말. '새 땅' '도읍지'를 뜻하는 '서라벌' '서벌' '시림' 등에서 '서울'이 유래됐다. 공연 제목 그대로 임단장은 서울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작품은 프롤로그 '산을 품고', 1장 '문을 열어', 2장 '길을 얹다', 3장 '피폐의 시간', 4장 '새로운 서벌', 에필로그 '사람'으로 1시간20분 동안 이어진다.

프롤로그에선 사대문을 의미하는 사신사(四神砂)를 차용, 주작·현무·백호·청룡이 지닌 의미와 신비감을 아우른다. 또 동양의 오방사상을 담기 위해 4명의 남성 무용수를 동서남북으로 배치하고 그 중심에 한 명의 여성무용수를 등장시켜 우리 전통철학을 춤 바탕으로 설정한다.

임단장은 앞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흥부전'이나 '심청전' 등 대중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내년 봄 정기 공연으로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창작무용극 '경성 1930'을 준비한다. 오는 12월 26~27일에는 승무, 살풀이춤, 장구춤 등이 오르는 '전통춤 대향연'도 있다. 10년, 20년 계속 공연될 무용단 특유의 레퍼토리를 마련해 대중에게 다가간다.

〈글 유인화 선임기자·사진 박재찬기자 rhe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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