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잡는 '미드필더' EBS와 방과후학교

2007. 11. 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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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과외) 문제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이다. 공교육을 보완해야 할 사교육이 입시위주 교육풍토에서 역으로 공교육을 구축(驅逐)하면서 공교육 부실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인한 출산 기피, 과외비 격차에 따른 사회계층의 확대·재생산 등 사교육비 문제가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역대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쏟아냈지만 입시위주 교육, 대학서열화, 노동시장의 변화, 학력·학벌주의 등 사회문화 전반의 변화와 유기적으로 맞물린 총체적 대안보다는 단편적 임시처방을 내놓은데 급급했다.국정브리핑이 기획한 <실록 교육정책사>는 1부 대학입시정책, 2부 고교평준화정책에 이어 3부에서 역대 정부의 '과외와의 전쟁사'를 4회에 걸쳐 살펴봄으로써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실마리를 얻고자 한다.

<3부> 사교육비 경감정책

①과외, 왜 줄지 않는가

②과외와의 전쟁

③발상의 전환 : EBS수능강의, 방과후학교

④외국은 어떻게 하나

<1부> 대학입시정책①인재 패러다임 바꿔야 나라가 산다-(상) "문제는 서울대 정점 대학서열 구조다"-(하) "서울대 '흉내'로는 대학서열 꿈쩍 않는다"②문민정부~참여정부까지 대입제도의 진화③'3불 정책', 대학자율 속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④수능, 과연 필요한가 - 국가고사 변천의 역사⑤다시 개천에서 용나는 사회를 향해⑥'뽑는 경쟁'에서 '가르치는 경쟁'으로 대학개혁<2부> 고교평준화정책①평준화정책의 탄생과 논란②자립형 사립고, 평준화 보완인가 해체인가③외국어고, 입시교육의 사생아④교육특구 8학군 신드롬

EBS 수능방송이 시작된 2004년 4월 1일 서울 도곡동 EBS수능방송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수능방송 진행과 서버이용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04년 4월 1일 새벽 2시, EBS 방송국의 '수능방송 합동상황실'.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로 초긴장 상태였다. 전세계 최초로 위성방송과 인터넷에서 수능 강의가 동시에 첫 전파를 타기 직전이었다.

새벽 2시 10분. 첫 수능 방송인 언어영역 강의가 시작됐다. 상황분석반에서 "EBSi 오픈되었습니다"고 알렸다. 상황실에서 대기하던 교육부, 정통부, 민간사업자, EBS 관계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합동상황실 중앙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는 매 분마다 이용자 현황 숫자를 갱신하고 있었다.

정부가 2004년 2월 17일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핵심이었던 EBS수능강의는 이렇게 시작됐다.

참여정부는 부동산과 사교육비 문제를 민생과 관련한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 삼았다. 교육문제로 인한 특정지역의 집값 상승은 부동산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또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교육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교육, 피할 수 없다면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라"

과거 역대 정부에서는 부동산값 상승과 사교육의 상관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농후했다. 역대 정부는 또 공교육 정상화를 이유로 사교육의 실체를 인정하기보다는 외면하는 데 급급했다.

참여정부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2003년 4월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어차피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사교육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교육부는 연말까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대책 마련을 고심하던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EBS 수능강의에 관심을 보였다.

그해 9월 5일 설동근 부산시 교육감, 방송위원회 이효성 부위원장, 교육부 김영식 기획관리실장, 정진곤 한양대 교수, 고석만 EBS사장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부산시교육정보원에 EBS 콘텐츠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고석만 사장이 입을 열었다.

"EBS 채널 하나를 수능 전문 채널로 특화하면 교육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듬해 발표된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핵심이었던 EBS수능강의의 실질적인 초석이 놓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이 아이디어를 반기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위성교육방송을 통한 수능특강을 안착시키지 못한 아픈 기억 때문이었다.

위성교육방송은 문민정부 시절이던 1997년 5월 '과열과외 완화 및 과외비 경감 대책'에 따라 그해 8월부터 실시된 바 있었다. 학교 교육을 보충·심화해 과외 수요를 흡수하고 과외 소외지역인 농어촌 학생 등에게도 균등한 교육기회를 준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수준별 강의 부족 등의 이유로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했다. 1998년 10월 중앙리서치가 학생·학부모·교사 등 36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정에서 EBS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비율은 초등학생 30.2%, 중학생 31.7%, 고등학생 31.8%에 그쳤다.

EBS 수능강의, 여·야 한목소리로 지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특단의 방법으로 최고 강사를 출연시키는 EBS 인터넷 강의를 실시하자."

2003년 10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제243회 정기국회 본회의 시정 연설에서 사교육비 절감 방안을 제시했다. EBS수능강의 도입을 고민하던 교육부 당국자에게는 희소식이었다. EBS수능강의를 위한 재정이 사실상 확보된 셈이기 때문이었다.

EBS수능강의를 통한 과외 경감 대책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한나라당은 이어 '사교육비 제로 프로젝트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최병렬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내비친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었다. 수능 과외를 줄이기 위해 EBS를 활용한 '인터넷 교육 강좌'를 확대하고, 예·체능 과외 경감을 위해 '방과후학교시설을 활용한 특별과외'를 시범실시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예산 확보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그해 연말 수능강의를 위한 2004년도 예산안 200억원이 '가볍게' 국회를 통과했다.

돌아온 교육수장 안병영 부총리, EBS수능강의 본궤도에

2003년 12월 24일 윤덕홍 교육부총리 경질은 급진전되던 수능강의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새로이 교육수장을 맡으며 수능방송과 인터넷 강의 사업은 곧 본궤도에 올랐다.

안 부총리는 바로 1997년 교육부 장관 시절 EBS위성교육방송을 도입·추진했던 주역이었다. 안 부총리는 그해 2월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육정책의 방향에 대해 이렇게 밝힌 바 있었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방과후 교육활동이 중요하다. 영어·수학·컴퓨터 과목은 물론 자질과 특기를 키우는 교육까지 다양하게 운영할 방침이다. 그렇게 되면 밖에서 이뤄지는 과외를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게 된다. 이를 위해 EBS도 적극 활용하겠다."

교육 수장으로 '컴백'한 안 부총리는 EBS수능강의·인터넷 강의 사업계획을 'e-러닝 프로젝트'로 한 단계 진화시켰다. 당시 교육부 차관이었던 서범석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의 회고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진화하는 것인가. 문민정부 말기에 교육 수장을 맡았던 안 부총리가 참여정부 초기에 다시 기용됐다. 안 부총리는 1997년 위성교육방송으로 '방송'만 했었는데 2004년에는 'e-러닝 체제 구축' 방안의 하나로 인터넷 학습까지 포함시켰다."

1980년 과외 전면 금지…유일하게 허용된 TV 과외

문교부는 1980년 4월 18일 과열과외를 흡수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TV 가정고교'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보도한 19일자 한국일보.

정부가 방송을 통해 사교육을 잡겠다고 나선 것은 1980년대부터다.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7·30 교육개혁 조치'를 통해 과외를 전면 금지시켰다. 과외 금지에 따른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KBS를 통해 'TV 가정고교'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TV를 통한 과외교육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TV 가정고교는 "비싼 돈 내고 학원에 가야 하는 걸 최상급 교사들로부터 안방에서 배울 수 있다"는 평을 들었다. 중앙일보 1980년 7월 7일자 기사(요약)다.

"6윌 16일 전국에 첫 방송된 'TV 과외'의 반응은 대단했다. 1주일 전부터 전국 서점을 통해 판매한 교재 50만부가 동이 나 '프리미엄'이 붙는 등 소동이 일어났다. 비수기에 불황까지 겹쳐 허덕이던 가전업계도 TV가 불티나게 팔려나가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중략) KBS에 따르면 방영시간이 늦다는 불만이 높은 대신 전국 고3의 '가정고교 방송' 시청율은 89%에 달했다. 이 방송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또는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학생은 각각 53%, 44.3%로 나타났다."

이듬해 교육 전용인 KBS 제3TV가 개설되면서 TV 교육방송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교육방송 시간이 하루에 3시간 30분으로 제한돼 있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방송 시간은 하루에 70분이었다. 고교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방송 시간이 너무 짧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1989년 과외 허용…"과열 과외, 'TV 과외'로 미리 막자"

TV 교육방송은 1989년 초·중학생에 한해 대학생 과외가 허용되는 등 과외금지조치가 일부 풀리면서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과외 일부 허용'에 대한 부담을 TV 교육방송으로 덜고자 했다. 방송 시간대를 오후 10시 이후로 조정하고 방송 시간도 2시간으로 연장했다. 40분 단위의 프로그램을 매일 3편씩 방영했다.

이번에도 인기를 얻었다. 학원가의 스타였던 서한샘씨를 비롯, 유명 강사들이 대거 기용됐다. 대부분의 고교는 학생들을 일찍 귀가시켰다. 시청률은 69%에 이르렀다. 국·영·수 교재가 각각 60만부씩 팔려나갔다. '종이 값이 오른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1997년에는 위성 채널 2개를 학습용 채널로 운영하는 위성교육방송이 전면 실시됐다. 김대중 대통령도 2000년 "EBS를 학교교육 보강 차원에서 활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2004년 EBS수능강의도 같은 맥락이었다.

정부가 방송을 통해 사교육을 잡겠다고 나선 1980년대 이후 교육방송은 가정과 학교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며 'TV과외'의 역할을 해왔다.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대책, 방과후 교육 활성화…뿌리는 5·31 교육개혁

2004년 '2·17사교육비 경감대책'에서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으로 내놓은 방안 가운데 주목받은 게 또 하나 있다. '방과후 교육활동의 활성화'다.

학교에서의 방과후 프로그램이 공식적으로 제도화된 계기는 1995년 문민정부의 교육개혁위원회가 발표한 5·31교육개혁안이었다. 교육개혁위원회는 제1차 교육개혁안에서 '방과후 교육활동'을 처음 제안했다.

"개인의 다양성이 발휘될 수 있는 교육적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인성 및 창의성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공급자 중심의 교육체제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의 방향을 전환하고 학생들의 창의성과 잠재능력을 계발한다는 목표를 지녔다.

이 제안은 이듬해 학교현장에 본격 도입됐다. 학교실정과 지역특성에 맞게 방과후 영어회화, 컴퓨터, 글짓기, 예체능 등 특별교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중·고교의 경우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영·수 과목의 보충강좌 개설을 허용했다. 대신 학생들에게 이중부담을 주지 않도록 강제성을 띤 일률적인 형태의 보충수업은 폐지토록 했다.

방과후 교육활동은 이후 1997년 6월 교육개혁위원회의 제4차 개혁안에서 '학부모의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한 목적을 함께 달성하려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취지와 목적이 확대됐다.

방과후 교육활동은 '학교과외' '교내과외'라 불리며 사교육비 경감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제5공화국 정부가 금지했던 과외를 1989년 제6공화국 정부가 일부 풀어주면서 또다시 '과외 망국론'이 거세게 일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서라는 현실적 과제가 보태지면서 창의성·다양성 함양이라는 본래의 도입 취지가 퇴색됐다. 사실상 보충수업으로 전락했다.

99년 '특기·적성교육'으로 명칭 변경…또다시 '몰래 보충수업'으로

방과후 교육활동은 1999년 '특기·적성교육 활동'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교육부는 '특기·적성교육 운영계획'을 통해 "교과교육에서 탈피해 소질·적성 계발 및 특기 신장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이라는 기본방침을 명시했다.

하지만 특기·적성교육은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프로그램이 제한된 데다, 고교의 경우 교사들의 교과목 중심 프로그램이 대다수였기 때문이었다. 일부 언론은 특기·적성교육이 또다시 보충수업으로 전락한 실태를 지적했다.

"고교 특기·적성교육 수능준비 특별수업 변질"(서울신문 1999년 5월 29일자) "특기교육…영어·수학이나 해, 시행 3년 '몰래 보충수업'으로 대체"(한국일보 2000년 3월 24일자)

사교육에 비해 '값은 싸지만 질도 낫다'는 학생·학부모의 인식도 참여를 주저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 특기·적성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비율이 1999년 42.4%, 2000년 40.2%, 2001년 43.4%, 2002년 38.4%, 2003년 37.9%로 매년 떨어졌다.

"학원에서 5만원, 학교에서 2만원"…방과후 교육활동 제자리 찾기

1996년 도입된 이후 '특기·적성'과 '교과보충'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던 방과후 교육활동은 참여정부 들어 '대통령 프로젝트'로 추진되면서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갔다.

교육부는 방과후 교육활동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렸다. 2004년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통해 특기·적성 계발을 위한 '보충' 사교육은 물론, 교과 공부 중심의 '입시' 사교육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다. 맞벌이 부부 등으로 인해 사교육 수요가 큰 초등학교에서의 보육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당시 대책 마련에 참여했던 서범석 전 교육부 차관의 증언이다.

"2·17대책의 핵심은 '학교 밖 교육(과외)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이었다. 초등학생들은 태권도·음악·미술 등 예체능 과외를, 고교생은 입시준비 사교육이 많는데 이걸 학교 안으로 가져오고자 했다. 방과후학교의 논리는 간단했다. '학원 가면 5만원인데 학교 시설을 이용하면 2만원이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돼도 사교육비 3만원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문제의식이었다."

당시까지 방과후 교육활동의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교는 입시 공부 위주로 운영했고, 농산어촌 학교들은 우수한 강사를 구할 수 없었다. 학원비보다는 저렴했으나 '수요자 부담 원칙' 탓에 저소득층 학생들은 그마저 부담스러워 했다. 보육프로그램의 경우 기존 학교시설만으로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었다.

2004년 5월 한국교육개발원이 학부모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학교의 99.3%가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학생 참여율은 31.3%에 그쳤다. 학부모의 32.4%가 특기·적성교육이 불만이라고 응답했다.

확대와 개방, '방과후학교'로 진화

그런 방과후 프로그램이 변신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2004년 4월 교육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보충자율학습이라는 명칭을 '방과후학교'로 바꿀 것을 지시했다.

"방과후학교는 사교육과 경쟁할 수 있는 다양성을 보충학습에 도입하자는 취지이다. 강제적으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학교 시설 활용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나가자는 것이다. 교사들의 부담을 줄여서 연구시간을 늘려주고 교사가 원할 경우 방과후 수업에 참여시키며, 아닐 경우 학원 강사까지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2004년 말에 방과후학교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2005년에 48개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운영하면서 그해 11월에 특기적성교육, 수준별 보충학습, 방과후 교실 등 모든 방과후 교육활동을 포괄 운영하기 위해 '방과후학교'를 도입·운영한다고 발표했다.

명칭뿐 아니라 개념과 성격 역시 업그레이드했다. 교육부는 '교육복지의 실현'과 '사교육비 경감' 그리고 '학교의 지역사회화'를 방과후학교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교과지식 보충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보완해 사교육 수요를 학교 내로 적극 수용한다. 인성·창의성 중심의 전인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맞벌이 가정, 소외계층 자녀를 위한 학교 내 보육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방과후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운영 주체와 지도강사, 교육대상 등을 확대·개방했다. 교육장소와 프로그램도 수요자의 요구에 맞게 늘렸다. 학교가 정규 교육과정의 운영뿐 아니라 보충·심화 학습과 양육 기능까지도 맡아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가 정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간 방과후학교가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단골손님이었다면, 참여정부는 여기에 계층간·지역간 교육격차 완화라는 목표를 추가했다. 수익자 부담 원칙을 부담스러워하던 저소득층을 위해 2007년부터 바우처(자유수강권)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농산어촌의 경우 시·군청과 공동 투자해 초등보육 시설비, 외부강사비, 프로그램 운영비, 차량비 등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2007년 10월 현재 전국 89개 시·군이 관련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지역들의 방과후학교 학생참여율이 70%를 웃돌게 됐다.

교육 양극화, '사교육비 절감'보다 '교육격차 해소'에 무게

2004년 '2·17사교육비 경감대책'으로 발표된 'EBS수능강의'와 '방과후학교'는 이처럼 지역간·계층간 교육격차 해소와 교육복지 실현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IMF외환위기 이후 양극화의 심화에 따른 교육격차가 사회문제화 됐기 때문이었다.

참여정부는 양극화 문제의 해법으로 '교육격차 해소'에 주목했다. 학벌세습과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었다. 국가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 사회통합과 모든 계층의 동반성장이 필요했고, 그 방법론 가운데 하나로 교육격차 해소 문제가 대두한 것이었다.

교육부는 2006년을 '교육격차 해소 원년'으로 정했다. 낙후지역, 저소득층,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지원을 확대하고 교육안전망을 만들기 시작했다. EBS수능강의와 방과후학교는 교육격차 해소 및 교육복지 실현을 위한 쌍두마차인 셈이다.

2007년 10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부산 서명초등학교를 방문해 방과후 학교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홍보관리팀>

박영숙 교육부 사교육대책추진팀장은 "EBS수능강의와 방과후학교의 사교육비 경감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저소득층과 농산어촌 지역의 학생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소외계층의 학생들에게 정부가 교육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사교육 시장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다. 공교육에 치중한다는 이유로 사교육 문제가 정책순위에서 밀렸다. 사교육비 대책을 만들기 위해 2003년 사교육비 실태조사를 해보니 놀랄 만큼 양극화가 고착돼 있었다. 결국 2004년 2·17대책에 이어 2007년 공교육 내실화를 통한 사교육 수요 흡수, 소외계층에 대한 사교육 대체수단 제공 등을 담은 '3·20사교육 대책'을 내놓게 된 것이다."

3·20대책은 2006년 말 실시한 '사교육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이 대책에 따라 2007년 4월 EBS영어전용방송을 실시하고, 2008년까지 모든 농산어촌지역의 방과후학교를 지원(1568억원)하는 한편 원하는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보육프로그램을 운영(1600억원)키로 했다.

이와 함께 △2009년까지 초등학교 영어체험센터 1300곳 신설 △연 2회 사교육 통계조사 실시 △편법 운영 특목고에 대한 지정해지 등의 대책이 발표됐다.

수능강의, 사교육 열 내렸습니까?

과연 EBS수능강의와 방과후학교는 잘 되고 있는 것인가.

"감기에 걸려 열이 당장 많이 나면 해열제를 쓸 수밖에 없다. 나라가 앞장서서 과외를 한다는 것은 떳떳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교육비 부담이 국민에게 큰 고통을 주므로 이를 외면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단기대책으로, 가장 실효성 있는 방책이 수능방송 인터넷강의라 생각했다. 실효성이 있으리라 확신한다."

수능방송 개시 전날인 2004년 3월 31일 EBS '생방송 부모' 프로그램에 출연, 안병영 부총리는 "EBS 수능강의가 사교육 열을 내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해 11월 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비죤씨앤씨를 통해 학생·학부모 각 1000명씩 조사한 결과 수능강의 시청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가 약 10만6000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9월 조사(한국갤럽, 학부모 1034명 대상)에서는 수능방송으로 사교육비가 월평균 5만5000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06년 6월 국회에서 열린 'EBS 수능강의 2년 평가' 토론회에서 전인식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은 "EBS 수능강의로 연간 사교육비가 최소 2900여 억원 감소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05년 12월에 조사된 가구당 월 평균 4만7000원이라는 감소 금액에 인터넷 EBS 수능강의 회원수 51만6989명을 곱해 최소한의 연간 감소액을 추산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수능방송은 지역간·계층간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5년 9월 조사결과 사교육비 감소율(수능강의 활용 전·후 비교)은 대도시에서는 16.3%였지만 읍·면 지역은 36.9%로 두 배 이상이었다. 2006년 9월 조사에서는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인 가구에 대한 사교육비 감소율은 7.2%였지만 299만원 이하의 경우 18.8%였다.

스타강사의 충고, EBS강의는 '골잡이' 아닌 '미드필더'

사교육 업계들도 수능방송의 역할과 효과에 대해 인정한다. 대치동 명강사 출신의 이범(와이즈멘토 이사)씨는 "돈이 없어 사교육을 받기 힘든 저소득층에게 EBS수능강의 효과는 확실하다. 돈이 많아 각종 과외를 받는 학생들도 볼 만한 강의가 많다. EBS수능강의는 '골잡이'는 아니지만 훌륭한 '미드필더'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행 3년이 지난 현재 사교육 업체의 강의와 비교해 여러 약점이 지적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시 이범씨의 말이다.

우선 입시전문가의 부재다. PD들이 기획을 전담하다 보니 시기별로 꼭 필요한 강의가 제공되지 않거나 필요 없는 강의가 중복 제공되기도 한다. 둘째, 교재와 강사가 따로 논다. 즉 교재는 해당 제작부서에서 만들고 강사는 그것에 따라 강의만 할 뿐이다. 강사가 직접 교재를 제작하고 중요도에 따라 강의 내용을 선별하는 사교육 업체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셋째, 스튜디오 강의로 인해 현장감이 떨어져 지루하고 딱딱한 편이다. 넷째, 학교 교사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다. 2004년 말 EBS의 유명 강사들이 사교육 업체로 대거 이적하는 등 '스타강사'를 붙잡아 둘 수 있는 유인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주로 고등학생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강좌가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 프로젝트' 방과후학교, 목표는 공교육

한편 방과후학교는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프로젝트'로 추진되며 기존의 방과후 교육활동이 가졌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간·계층간 교육격차 해소 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적 확대도 큰 성과다. 2007년 현재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는 전체 학교의 99.8%에 달한다. 프로그램 수도 방과후 보육은 2491학급, 특기·적성 프로그램은 9만813개, 교과 프로그램은 6만403개다. 현직 교원 외에 외부강사의 참여도 2003년 29.2%에서 2007년 38.5%로 증가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참여와 신뢰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품질 개선'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학생 비율은 2003년 37.9%에서 2007년 49.8%로 늘었지만 과반수 미만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비싸긴 해도 사교육이 낫다"고 여기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EBS수능강의, 방과후학교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사교육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는 학교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방과 후' 교육이 아닌 정규 학교 교육과정이 사교육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영철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학교교육에 불만이 없어야 사교육 수요가 준다. 정규교육 강화가 우선돼야 방과후학교의 효과도 배가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10월 12일 방과후학교 모범현장인 부산 서명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방과후학교의 기본적인 목표, 그 핵심은 공교육"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실적으로 입시가 있는데 학원으로 내보내는 것보다는 학교 안에서 입시교육 시키는 게 낫지 않습니까? (중략) 입시 환경과 공교육 환경을 바꿔줘야 합니다. 학교 안에서 공급 다 되면 학원에 가라고 해도 누가 가겠습니까. (중략) 장기적으로 봤을 때 완전한 교육은 공교육의 장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사교육의 장에서는 이뤄질 수 없습니다. 결국 공교육을 되살려내는 길밖에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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