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충무로 파일]'식객' 두주인공 소 한마리 직접 분해

2007. 10. 3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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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음식영화'는 일반·희귀 요리의 조리과정 등을 통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세상살이의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국내 음식영화로는 11월1일 개봉되는 '식객'(食客)을 비롯해 '신장개업' '북경반점' '301·302' '역전 중국집' 등이 있다.

# 왼손잡이 오른손잡이로 바꿔

'식객'은 만화가 허영만씨의 동명 만화를 영상화했다. 음식에 마음을 담는 천재 요리사 성찬과 최고의 실력자가 되려는 봉주의 요리 대결을 그렸다. 라면·계란말이·된장찌개는 물론 황복회·구절판·도미연 등 최고급 요리까지 다양한 음식들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주인공은 김강우와 임원희. 이들은 촬영을 앞두고 3개월간 전문 학원에서 특별훈련을 받고 재료 손질, 칼질과 조리 등을 대역 없이 직접 했다. 소고기를 부위별로 갈라내는 정형 과정도 직접 소화해 냈다. 김강우는 보란듯이 무 써는 장면을 해내기 위해 하루에 20개가 넘는 무를 썰었고 이 과정에 수차례 손을 베었다. 임원희는 최고의 요리사 중에 왼손잡이가 드물다는 말을 듣고 맹연습 끝에 칼질을 오른손으로 했다.

음식 장만은 '푸드&컬쳐 코리아'의 김수진 원장과 팀원들이 맡았다. 김원장 등은 배우들에게 조리를 가르쳐주고, 촬영 당시 요리 준비에서 차림까지 전 과정을 챙겼다. 김원장은 '왕의 남자'의 궁중 음식과 연회상 등의 푸드 스타일링 연출을 맡은 바 있다.

'식객'의 수많은 요리 가운데 가장 비싼 재료는 A++ 등급 한우. 정형 장면 촬영에 사용된 이 소는 한 마리에 600만원이 넘었다. 제작진은 촬영 후 근처 음식점에서 모처럼 풍성한 소고기 파티를 가졌다. 평소에 곧잘 먹은 고기는 삼겹살. 태백 귀네미골에서 배추밭 장면을 찍을 때에는 현장에서 숯을 피워 밭에서 캔 고랭지 배추와 함께 삼겹살의 별미를 즐겼다.

소위 '3초 삼겹살'도 제작진이 꼽는 별미 가운데 하나. 제작진은 참숯을 만든 불가마에서 삼겹살을 단번에 구워먹으면서 촬영으로 쌓인 피로를 날릴 수 있었다. 이곳은 10여개의 가마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원주 칠봉 참숯 마을. 제작진은 이곳에서 제대로 된 숯의 모양을 만들고 촬영하기 위해 불가마에서 7일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촬영을 마친 뒤에는 숯을 기념으로 구입했다.

'식객'에는 칠봉 참숯 마을 외 눈길을 끄는 장소가 적잖게 나온다. 전국 곳곳의 골동품상을 통해 구입했다는 수백개의 항아리가 장관을 이루는 안성 서일농원, 해바라기와 메밀밭 길이 펼쳐진 고창 학원농장, 공주 우시장, 강릉 선교장 등이다.

# 자장면 200그릇 현장에서 만들어

한국에서 만든 본격적인 첫 음식영화는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받은 박철수 감독의 '301·302'(1995)다. 대식증과 거식증에 걸린 두 여인의 삶을 그린 이 영화의 갖가지 요리는 한정혜요리학원의 한원장과 박지영씨가 맡았다. 박감독은 "요리 전문가를 스태프로 참여시킨 첫 한국영화로 알고 있다"면서 "송이(방은진)가 만든 음식을 윤희(황신혜)가 버릴 때 제작진이 무척 아까워했다"고 회상했다.

김의석 감독의 '북경반점'(1999)에도 전문 요리사가 참여했다. 당시 쉐라톤 워커힐 중식당 주방장인 모종안씨가 요리감독, 35년 동안 서울 을지로4가 안동장에서 주방장으로 근무한 양명안씨가 음식자문으로 참여, 자장면과 오풍냉채·봉위하·북경샥스핀·좌종당계 등 중국요리를 선보였다. 당시 '북경반점' 제작사(영화세상)는 국내에서 영업 중인 중국집은 2만4000여곳으로 자장면은 하루 평균 720만 그릇이 소비됐다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8000여만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성홍 감독의 '신장개업'(1999)은 '북경반점'보다 1주일 뒤에 개봉돼 화제를 낳았다. 자장면 맛내기에 더욱 초점을 맞춘 이 영화에는 채소장수(김세준)가 맛이 기막히다는 표정으로 자장면을 매일 한 그릇씩 뚝딱 먹는 장면이 몇 차례 나온다. 이 장면은 하루에 몰아 찍었다. 그러느라 김세준은 자장면을 원도 한도 없이 먹었다. 김세준 등 출연진이 먹는 자장면은 중식 요리사가 며칠 동안 현장에서 직접 만들었다. '북경반점'에서 북경반점이 다시 문전성시를 이루는 장면을 찍을 때에도 요리사들이 현장에서 자장면 200여 그릇을 만들어 제공했다.

드라마 '북경반점'과 코미디 '신장개업'은 두 중국집의 경쟁을 다뤘다. 국내 음식영화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이규웅 감독의 '역전 중국집'(1966)은 중국집과 한식당의 갈등을 코미디로 풀었다.

'북경반점' 마을세트(제작비 3억5000만원)는 남양주 종합촬영소에 보존돼 있다. 한 라면회사는 '북경반점' 개봉에 맞춰 '북경반점'이라는 자장면을 내놓았다. 음식영화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정용기 감독의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2006)도 개봉에 맞춰 출시된 '엄니손 김치'로 화제를 낳았다. 나문희는 지난해 영화 '열혈남아'와 TV드라마 '굿바이 솔로'에 이어 올해 김상진 감독의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에서 또 국밥집 주인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배장수 선임기자 cam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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