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꿈으로 본 역사](46) 다산 유혹 여인은 '방면' 상징

11월6일 다산이 동암 청재에서 혼자 자는데 꿈에 한 예쁜 여인이 나타나 유혹했다. 다산 역시 정욕이 동했지만, 사양하고 그녀를 보내면서 절구 한 수를 지어주었다. 꿈을 깨고 나서도 기억이 생생했다. 시는

설산심처일지화눈 덮인 산속 깊은 곳에 한 송이 꽃이

쟁사비도호강사복숭아꽃과 붉은 비단처럼 아름다워라.

차심이작금강철이 마음은 이미 금강철처럼 굳게 되었거늘

종유풍로내여하설령 풍로가 있더라도 어쩌겠는가

<여유당전서>

한시를 짓는 것이 생활화됐던 당시에, 많은 선인이 한시를 지었다. 다산 정약용도 꿈속에서 이 시를 지었다. 다산 정약용은 천주교 신자로 박해를 받아 유배됐다. 유배지 생활 9년째 되던 해인 11월에 이 몽중시를 지었다. 정약용의 선비로서의 올곧은 내면세계가 몽중시에 잘 드러나 있다.

미인의 유혹을 물리친다는 것은 도덕적인 수양이 높은 경지에 이르렀기에 가능한 일이다. 심리표출의 꿈의 입장에서는 유혹을 물리친 것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지만, 필자는 다만 상징적인 미래예지 꿈의 입장에서 살펴본다. 이 경우 몽중시 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에 대해 꿈의 언어인 만큼 사실적인 해석이 아닌 상징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꿈의 내용을 요약하면 미인이 다가와서 유혹했고, 자신도 마음이 끌렸지만 사양하면서 보낸 꿈이다. 꿈속에서는 도덕적 윤리의식 등을 자신의 마음대로 진행할 수 없음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꿈을 꾼다는 것은 우리 정신능력의 발현으로 상징적으로 어떠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 꿈속에서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꿈의 진행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황당한 전개를 보이는 것이 상징적인 미래예지 꿈의 특징이며, 꿈의 세계는 그때그때 적절한 표상과 상징물을 등장시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꿈 해몽은 상징표상의 이해에 있기 때문에, 꿈속에서 현실 인간세계에서의 도덕적인 윤리기준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꿈의 세계는 그때그때 적합한 상징표상을 만들어내는 것일 뿐인 것이다. 예를 들어 미인을 강제적으로 강간하는 꿈이라면, 미인으로 상징된 선망의 일거리 대상을 강압적으로 이루어내게 되거나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로 나타난다.

이러한 상징의 이해에 바탕을 두고, 다시 다산의 꿈해몽을 시도해보면 '미인이 다가와서 유혹을 했고, 자신도 마음이 끌렸지만 사양하면서 보낸 꿈'에서, 여기서 미인은 실제 미인이 아닌 미인으로 상징된 어떤 일거리 대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미인'의 상징의미처럼 자신의 마음에 드는, 선망의 대상의 상징이다. 유혹한다는 것은 그러한 대상과의 결합이나 체결이나 성사가 이루어지려고 하는 것을 뜻한다. 단적으로 말해서, 꿈속에서 성행위의 상징의미는 어떠한 대상과의 결합·성사·성취를 뜻하고 있다.

꿈은 상징이기에, 꿈을 꾼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실현된다. '여자 옷을 하나하나 벗기는 꿈'인 경우, 학자로서 논문을 쓰는 사람이라면 논문을 써나가는 과정을 상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마음에 드는 그 여인과 즐거운 운우지정을 맺는 꿈이라면, 성취나 결합·성사로 이루어져서 논문통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의 꿈해몽 전문사이트(http://984.co.kr)에 올려진 성행위에 관련된 실제 상담 실현사례의 예를 하나 살펴본다.

"아이 아빠가 모르는 어떤 여자와 성관계를 하는 꿈을 꾸고 꿈해몽을 요청했습니다. 당시 우린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답변은 우리가 아파트를 구입할 것이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정말 해몽받고 3일 후에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저와 아이 아빠는 참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고, 요즘도 꿈을 꾸게 되면 이 사이트를 이용을 많이 하게 되더군요."

이렇게 볼 때 마음에 드는 이성과 성행위를 하지 않고 보낸 꿈은 현실적인 선비나 도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유혹에 빠지지 않은 좋은 꿈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상징적으로는 결코 좋은 꿈으로 볼 수 없다. 자신도 마음이 끌렸지만 사양하면서 보낸 꿈의 상징의미처럼, 마음이 끌린 것처럼 미인으로 상징된 어떤 대상과 결합·성사·성취를 원하지만, 성행위까지 나아가 이루어지지 않아 현실에서는 결합·성사·체결·완성·성취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일로 실현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신도 바라던 미녀와 성행위까지 나아가지 못한 꿈을 상징적인 미래예지 꿈으로 볼 때, 이 꿈을 꾸고 난 후에 다산에게는 자신이 바라던 어떠한 대상과의 결합, 성사, 체결, 완성, 성취의 일로 나아갈 뻔하였으나, 불행히도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 실현되는 일이 있었는지의 여부를 살펴봄으로써, 꿈의 실현여부를 알 수 있다.

정약용 자신도 몽중시의 내용을 적기는 하였지만, 나름대로 꿈해몽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에, 이 꿈이 자신의 도덕적인 수양의 완벽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믿었을 뿐, 장차 일어날 어떠한 사건을 예지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을 수가 있다.

꿈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은 꿈속에 등장한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고차원의 상징적인 의미를 모르고 그 후에 실현된 일과 관련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꿈이란 허황하거나 믿지 못할 것이라는 속단을 내리거나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 것이다.

정약용은 이 꿈을 꾼 후에 유배지에서 10년째 되던 해 큰아들의 탄원으로 방면되어 향리로 돌아올 뻔했다. 그러나 미인의 성행위의 유혹을 물리친 상징적인 꿈의 예지대로, 신하의 반대로 결국 8년이 더 지난 후 18년 만에 유배지에서 풀려나는 일로 이루어진다.

〈홍순래〉

필자 소개 : 춘천기계공고 국어교사, 한라대 강사, 꿈해몽전문가, 문학박사(한문학) '꿈으로 본 역사' '파자이야기', '꿈해몽백과(공저)' 등 8권의 저서가 있으며, '홍순래박사 꿈해몽'(http://984.co.kr, 984+접속버튼)의 사이트를 통해 꿈에 대한 연구와 정리를 해나가고 있다.

- 경향신문이 만드는 生生스포츠! 스포츠칸, 구독신청 (http://smile.khan.co.kr) -

ⓒ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www.sportskha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