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엽기인물 한국사]12.북벌, 하고 싶어 한 건 아니거든요?⑤

2007. 10. 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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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오른 효종(孝宗), 그러나 그를 둘러싼 정국은 어둡기만 했으니….

"원래 소현세자가 왕 됐어야 했다니까, 정치 원투 해? 딱 보면 견적 나오잖아. 선대왕이 아들 죽인거야."

"법대로 해야 한다니까. 법대로! 소현세자 슬하에 아들만 셋인데, 그 아들 다 죽이고 엄한 둘째 아들 데려다 왕 시키는 게 어느 나라 법이야?"

상식을 가진 사대부들은 너나 할 거 없이 효종의 즉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효종의 즉위를 환영한 김자점(金自點)과 권신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역시…사람은 줄을 잘 서야 한다니까. 내가 광해군 몰아 낼 때 한몫 했잖아? 선대왕 마마 모시면서 한세월 잘 보냈고, 이제 봉림대군 밑에서 또 한세월 잘 보내면 되는 거야. 인생 뭐 있어? 다 이렇게 사는 거지 뭐."

"우리 쌩 까 버리면 어쩌죠?"

"지가 어쩔 건데? 산림(山林)애들부터 시작해서 다 뒤에서 수군거리는데 누구 데리고 정치 할 거야? 그나마 우리나 되니까 같이 놀아주는 거지."

그랬다. 당시 입바른 소리 잘하는 산림(山林)세력들과 산림출신 조정 대신들은 효종의 즉위 사실 자체에 의문을 품고 있었고, 그 반대되는 지점에 있었던 권신들은 현실정치를 말하며, 부패정치인의 표준을 보여주고 있었다. 효종으로서는 숨 막히는 상황이었다.

"아버지부터가 잘못 됐어. 아버지부터가…하필 쿠데타를 일으켜가지고, 공신들 저것들부터 어떻게 좀 해야 하는데…공신들은 어떻게 처리한다 해도 산림 애들은 또 어떻게 하지? 나보고 왕 하지 말라고 난리치고 있는데…어쩌지?"

효종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시작부터가 잘못됐던 효종의 가계도…애초 인조반정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고민은 없었을 것이다. 원래 반정(反正)으로 집권한 임금의 권력이란 건 신하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제한권력'이다. 탄생부터 군약신강(君弱臣强)의 나라로 만들어진 조선에서 그나마의 권력마저도 제한 받아야 하는 임금이라면 그건 있으나마나 한 임금이지 않겠는가?

인조로서는 시작부터 절반은 접고 시작한 임금생활이었다. 여기에 두 번의 호란으로 민심으로부터 외면 받고, 산림으로부터는 배신자라고 손가락질 받았던 인조. 이 정도에서만 끝났다면 그나마 수습이 가능했겠지만, 몇 번의 반란과 반란모의 덕분에 이제는 수습불능의 너덜너덜해진 왕권만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왕위를 이어받은 효종 역시 왕 노릇 하기는 힘이 부쳤다. 아버지대의 공신들은 두 눈 시퍼렇게 뜬 채 살아있고, 산림들은 너나 할 거 없이 효종의 즉위 자체가 종통을 위반했다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효종으로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일단 김자점이 저눔시키랑 정치할 수는 없어. 그걸 베이스로 깔고 생각하면…방법은 하나네…산림이랑 손을 잡아야 하는데, 산림 애들이 혹하고 넘어 올게 뭐가 있을까? 그래, 이럴 때는 청나라가 최고지! 내부 단결을 위해서는 외부의 적을 만들어야지, 그런 의미로다 '청나라 나빠요'를 외치면 김자점 애들은 한쪽 구석으로 밀려날 테고, 산림 애들은 내말 좀 들을 거야. 그런 다음엔 산림 애들 데리고 정치하는 거야. 근데 걔들이 내 말 들을려나?"

이 대목에서 효종은 고민을 하게 된다. 산림 애들이 어떤 애들인가? 곧 죽어도 자존심 하나만은 꼿꼿이 지키겠다는 샌님들 아니던가? 쉽게 자신의 말을 들을 애들이 아니었다.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제일 중요한 건 왕권이야. 이 빌어먹을 놈의 나라는 어떻게 된 게 왕보다 신하들 권력이 더 쎄? 그래 왕권을 확보하자. 이게 제일 중요해. 그러기 위해서는 군사력이 최고지. 총칼 들고 덤비면 어떤 놈이 개기겠어? 일단 힘이 최고야. 문제는 쟤들 눈치 안보면서 군사력을 내편으로 끌어들이려면…들이려면…들이려면…유레카! 이거 한방이면 모든 게 해결되잖아? 맞아 이거야!"

효종이 들고 나온 왕권 강화책, 아니 효종 즉위 이후 정국 상황을 단 한번으로 모두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니, 바로 북벌(北伐)이었다.

"북벌한다면, 당장 청나라랑 붙어먹고 있는 김자점이 저눔시키를 조질 수 있잖아? 그것뿐이야? 오랑캐 놈들 때려잡자고 설치는 산림 애들도 끌어 올 수 있고, 아니 하다 못해 내 색깔이 어떤지 확실히 보여줄 수 있지. 게다가 덤으로 군사력까지 휘어잡으니까 내 왕권도 쎄질거야. 이거 완전히 마당 쓸고, 동전 줍고, 가랑잎 모아서 불 때는 거잖아? 일타 삼피네 삼피!"

이리하여 효종은 북벌을 들고 나오게 된다.

"이…이게 뭐야? 난데없이 무슨 북벌이야 북벌? 지금 만화 연재 해?"

김자점을 비롯한 주화파들에게 있어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다. 같은 의미로 재야 산림세력들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웬 북벌? 쟤 지금 오버하는 거 맞지?"

"오버긴 오번데…딱히 우리가 할 말이 없잖아. 틀린 말은 아니니까…"

"뭘 그런 걸 신경 써? 어차피 하다가 말 공약(空約)인데, 정치 원투 하냐? 북벌 할 수 있을 거 같아? 차라리 남벌을 하자고 그래라!"

정국에 북벌이란 화두를 던진 효종! 과연 북벌은 단순히 구호로만 끝나는 정치적 술수 였을까? 아니면 말 그대로 청을 치기 위한 단호한 결의였을까? 이야기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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