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속 성송연과 화완옹주, 사극 여성상의 변화와 진화

2007. 10. 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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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현우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사극에서는 유난히 자의식의 강하고 능동적인 여성의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했다. '다모'의 하지원이 그랬고, '대장금'의 이영애, 최근 '태왕사신기'의 이지아도 그렇다. 사극에서는 더 이상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의존적이고 자기 결정권이 없는 정형화된 여인을 그리는 것을 피하고 있다. 이것은 시대적 요청이었다.

'이산'에서 한지민이 연기하는 성송연 캐릭터는 분명 현대적으로 윤색된 여성상에서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 있다. 물론 9일 방송된 '이산' 7회에서 출중한 능력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고 재기를 발휘해 이산을 구하는 모습은 다분히 현대적 여성의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성송연은 처연할 정도로 자신감이 없으며, 자나깨나 이산만을 그리워하며, 이산 앞에서는 고개조차 똑바로 들지 못한다. 그저 먼 발치서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을 그렁거리는 여자다. 지금까지 이병훈 PD가 그려왔던 여성 주인공들 중 가장 나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있어 한지민은 탁월한 선택이다. 아담한 키에 유난히 곱상하고 모진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한지민의 외모는 '이산'의 성송연을 만들어 주는 최적의 조건이다. 능력은 출중하나 여전히 지고지순한, 보다 다층적 성격의 여성상의 창조가 성송연(한지민)을 통해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면 조선시대로 한발자국 물러선 듯한 사극 속 여성 캐릭터는 화완옹주 역의 성현아로 한발자국 앞서간다.

훤칠한 키와 화려한 외모, 강한 말투와 정치적 야심까지 요부로서의 모든 조건을 갖춘 그녀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성송연을 보다 여성적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며 단편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산' 속 여성 캐릭터에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이것이 역사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의 '현대적' 성격이 사실감(史實感)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대한 이병훈 PD의 대답이고 '이산' 속 성송연과 화완옹주는 드라마가 보여주는 여성상이 한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현우 nobody@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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